테크 스타트업은 왜 카메라 브랜드를 만들었나, HOA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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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공대 출신 엔지니어 세 명이 설립한 테크 스타트업 루트라(Lutra)가 첫 카메라 브랜드 HOA를 선보였다. 시작은 실리콘밸리였다. AI를 만들던 이들은 머지않아 AI 콘텐츠가 세상을 뒤덮으리라는 것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목격했다. 그래서 방향을 바꿨다. 진짜를 보여줄 수 있는 도구가 세상에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 답이 진위 증명 카메라 HOA A1이다. 프레임 사이로 두 눈을 뜬 채 세상을 보고 셔터를 누르면, 사진은 실제로 촬영되었다는 보증과 함께 남는다. 1년 6개월의 준비 끝에 세상에 나온 HOA. 루트라 선종엽 대표와 조예은 이사를 만나 기술 회사가 왜 카메라 브랜드를 만들었는지, 그 안에 어떤 이야기를 담았는지 들어보았다.

| AI 기술을 만들던 테크 스타트업이 카메라 브랜드를 선보였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루트라는 어떤 회사이고, HOA는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선종엽 루트라는 한국과 미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B2B 아트테크 스타트업이고, HOA는 저희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소비자 브랜드예요. 지금처럼 AI가 주목받기 전부터 딥러닝으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작년 초 실리콘밸리 한가운데서 AI를 만들고 공급하다 보니 미래가 보이더라고요. AI 콘텐츠가 정말 세상을 뒤덮겠구나. 우리가 서로의 삶을 구경하고 공유하는 즐거움이 계속 유지될 수 있을까, 더 나아가 믿을 수 있는 게 남아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습니다. 역설적이지만 기술로 기술의 부작용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시작한 것이 진위 증명 기술이고, 그 기술을 사람들 손에 직접 쥐여주기 위해 만든 것이 HOA입니다.
| 그렇다면 왜 하필 스냅카메라였나요?
선종엽 진짜와 신뢰는 어디서 올까 생각해 보면, 결국 사진이 가장 강력한 매체였어요. 그런데 사진을 지키려면 사진이 만들어지는 순간부터 증거가 남아야 하는 구조였죠. 그렇다면 저희가 카메라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그중에서도 스냅카메라는 거창한 작품이 아니라 일상의 순간을 담는 카메라잖아요. 저희 기술이 지키고 싶은 것은 바로 그 일상이었습니다.
| HOA는 ‘Humans of Authenticity’의 약자입니다. 이름에 담은 의미가 궁금합니다.
조예은 ‘진정성 있는 사람들’이라는 뜻이에요. 진정성은 다소 어려운 주제지만, 사람들에게 매우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가상에서 화려한 즐거움을 얻을 수는 있지만, 저희는 사람 사이에서 느끼는 감정과 온도, 그리고 서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로 일상을 채워가는 진정성 있는 삶을 지키고 싶었어요. 기술이 진짜를 보증해 줄 수는 있어도, 결국 진짜를 찍고 나누는 건 사람이니까요. 저희 제품을 만난 분들은 HOA를 ‘진짜를 보고, 진짜를 소비하는 태도’라고 표현해 주셨는데, 브랜드가 지향하는 바를 정확히 짚은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 가운데가 뚫린 디자인이 가장 먼저 눈에 띕니다. 이 형태는 어떻게 탄생했나요?
조예은 디자인을 놓고 정말 고민을 많이 했어요. 카메라라는 걸 한눈에 알아볼 수 있으면서도, 기존 카메라와는 뭔가 다르다는 느낌을 주어야 했거든요. 지금까지의 카메라가 이미지를 만드는 기계였다면, HOA 카메라는 진짜를 보여주고 기록하는 기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결국 카메라라는 형태에서 본질적인 조형 요소인 프레임과 렌즈만 남겼습니다. 가운데가 뻥 뚫려 있고, 그 프레임이 곧 뷰파인더예요. 별도의 뷰파인더 없이 프레임 사이로 두 눈을 뜬 채 세상을 보고 찍으면 됩니다.
| 기술 회사가 디자인 제품을 내놓는 건 쉽지 않은 선택인데요.
선종엽 진위 증명 기술만 놓고 보면 법률, 언론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사용할 수 있지만, 저희는 일상에 이 기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진짜를 소비하고 공유한다는 가치는 기술이 아니라 디자인으로밖에 표현할 수 없었어요. 기술은 기반이 되어주고, 어떤 태도를 전하고 싶은지, 어떤 경험을 주고 싶은지가 가장 중요한 거죠. 결국 그 답을 담을 수 있는 형태가 디자인 제품이었습니다. 밑그림은 저희가 직접 그렸지만, 우리나라 최고의 에이전시 파운드파운디드가 아니었다면 이 생각을 지금의 완성된 형태로 구체화하지 못했을 겁니다. (웃음)
| ‘화면 말고 세상을 보며 찍는 경험’을 강조합니다. 왜 그 경험이 중요했나요?
조예은 진짜 세상을 보고 기록하는 카메라인데, 정작 사진을 찍는 사람은 그 순간을 화면으로만 보게 된다는 게 아쉬웠어요. HOA는 두 눈을 뜨고 세상을 보다가 셔터를 누르면, 바라보던 장면이 그대로 사진이 돼요. 사진을 남기면서도 세상과 단절되지 않고, 그 순간의 공기까지 느낄 수 있습니다. 찍은 사진은 작은 디스플레이로 확인만 하고, 와이파이에 연결하면 자동으로 인증되어 전용 앱에서 열어볼 수 있어요.
| 사진에 자신의 서명을 남길 수도 있다고요.
조예은 HOA는 진짜를 보여주는 것을 넘어 사람들의 시선을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서명을 카메라에 미리 등록해 두면 찍은 사진의 왼쪽 하단에 그 서명이 그대로 각인되는데요. ‘내가 본 진짜 세상’이라는 의미를 전달하죠. 같은 장면이라도 누가 어떤 시선으로 찍었는지가 더해져 사진의 진정성을 완성합니다.
| 최근 PDF 서울에서 첫 쇼케이스 팝업을 열었습니다. 이번 공간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나요?
조예은 PDF 서울은 사진과 디자인을 주제로 하는 유명 편집숍이잖아요. 저희는 사진이 무엇인지 다시 질문을 던지고 싶었습니다. 사진이 다시 세상의 신뢰의 기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 그 포문을 여는 자리로 이보다 적합한 곳은 없다고 생각했어요. 이번 팝업은 HOA A1을 처음으로 실물로 만나볼 수 있는 자리입니다. 프레임 사이로 두 눈을 뜨고 셔터를 눌러보는 경험을 구현하기까지의 과정을 직접 느껴보셨으면 해요. 이 기간부터 고유 번호를 각인한 100대 한정 첫 에디션의 사전예약도 시작합니다.
| 현장 포스터도 인상 깊습니다. 어떤 의미를 담았나요?
선종엽 HOA를 한마디로 전하면 ‘진짜 세상을 보는 도구’예요. 프레임의 뚫린 부분을 통해 진짜 세상을 보고, 그 세상이 우리가 알던 사진으로 오래 간직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카메라 팝업이지만 사진이라는 주제를 더 부각하고 싶어 카메라는 조형적 요소만 남겼어요. 포스터 뒤에서는 HOA로 찍은 사진을 영사해 세상 곳곳에서 HOA가 담았던 빛을 재현했습니다.
| 10년 뒤, 사람들이 HOA를 떠올릴 때 함께 기억되길 바라는 한 문장은 무엇인가요?
선종엽 “진짜로 가득 찬 세상”입니다. 디지털과 콘텐츠가 세상을 뒤덮더라도, 진정성 있는 삶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HOA를 통해 세상을 진짜로 가득 채워줬으면 좋겠거든요. 화면 너머에서도 다시 서로를 믿고, 삶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세상. 그게 HOA가 만들고 싶은 세상입니다.
HOA의 첫 쇼케이스 팝업은 ‘Trust Comes Back to Photography(사진이 다시 신뢰를 되찾다)’를 주제로, 10월 22일까지 용산 PDF 서울에서 진행된다. HOA A1의 제작 과정과 실물을 직접 살펴볼 수 있으며, 현장에서는 고유 번호를 각인한 100대 한정 첫 에디션의 사전예약도 진행한다. 소비자가는 36만 원이며, 출고는 12월 말 예정이다. HOA는 이번 팝업 이후에도 또 다른 공간에서 고객들과 만날 계획이다.
기간 | 2026.10.17 - 2026.10.22
주소 | 서울 용산구 녹사평대로32길 16, 용산 PDF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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