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 Comment

샤넬(CHANEL)의 공방 컬렉션은 단순히 새로운 시즌의 룩을 공개하는 자리가 아니다. 디자이너의 상상과 비전을 현실의 옷으로 완성하는 장인들의 세계, 그리고 오랜 시간 이어져온 공예의 역사를 함께 조명하는 무대이기도 하다. 오는 샤넬 2026 공방 컬렉션 서울 쇼를 앞두고, 지난 뉴욕 공방 컬렉션 속 특히 인상적이었던 룩들과 함께 하우스를 지탱해온 공방들의 이야기를 다시 들여다봤다. 수많은 공방 중에서도 이번에 주목한 곳은 플라워 & 깃털 공방 르마리에(Lemarié), 그리고 자수 & 트위드의 세계를 책임지는 르사주(Lesage)다.

샤넬 까멜리아를 완성하는
플라워 & 깃털 공방, 르마리에

CHANEL
CHANEL

CHANEL

1880년 설립된 르마리에는 처음에는 모자 장식과 카바레용 깃털 장식을 제작하던 공방이었다. 이후 플라워 장식과 플리츠 기술까지 영역을 확장하며 샤넬과 긴밀한 관계를 이어오게 됐다. 특히 가브리엘 샤넬(Gabrielle Chanel)이 까멜리아를 하우스의 상징으로 삼은 이후, 르마리에는 매년 약 2만 5천 송이의 까멜리아를 제작하며 샤넬 컬렉션의 상징적인 디테일을 담당해왔다. 실크와 오간자, 시폰, 튤, 벨벳, 트위드까지. 다양한 소재로 탄생한 까멜리아는 단순한 장식을 넘어 하나의 오브제처럼 기능하고 있다.

CHANEL

이들의 손길은 지난 2026 뉴욕 공방 컬렉션 룩 34에서도 인상적으로 드러났다. 부드러운 핑크 트위드 드레스 아래로 풍성하게 더해진 까멜리아 장식은 마치 꽃잎이 피어나는 듯한 입체적인 실루엣을 완성했다. 움직임에 따라 살아나는 질감과 볼륨감은 르마리에 특유의 섬세한 공예 기술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르마리에의 플라워 공방에서는 장인들이 엠보싱 볼을 사용해 꽃잎 하나하나의 형태를 섬세하게 만들고, 이를 자수하거나 압축, 프린지 처리한 뒤 한 송이의 꽃으로 완성한다. 그렇게 탄생한 플라워와 깃털 장식은 이번 컬렉션에서도 드레스 위를 유기적으로 뒤덮으며 르마리에만의 입체적인 미학을 보여줬다. 이제 그 섬세한 손길을 서울에서 직접 만나볼 차례다.

샤넬의 상상력을 직조하는
자수 & 트위드 공방, 르사주

CHANEL
CHANEL

CHANEL

공방은 런웨이 쇼 일정에 맞춰 디자이너의 비전을 현실로 구현하는 역할을 한다. 샤넬의 텍스타일과 자수 세계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이름, 르사주 역시 그런 존재다. 1924년 설립된 르사주는 오뜨 꾸뛰르 역사 속 수많은 디자이너들과 협업하며 독창적인 자수 기법을 발전시켜왔다. 엘사 스키아파렐리, 발렌시아가, 이브 생 로랑 같은 거장들의 작업에도 참여했으며, 칼 라거펠트(Karl Lagerfeld)가 샤넬에 합류한 1983년부터 본격적으로 샤넬과의 협업을 이어오고 있다. 이후 레디 투 웨어를 위한 트위드 개발은 물론, 2008년부터는 오뜨 꾸뛰르를 위한 새로운 트위드 개발까지 이어오며 샤넬 특유의 텍스타일 세계를 더욱 풍성하게 확장해왔다.

CHANEL

독보적인 전문성을 지닌 르사주 장인들은 수 시간에 걸친 세심한 수작업으로 자수를 완성한다. 한 땀 한 땀 더해지는 실과 진주, 시퀸은 단순한 장식을 넘어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탄생한다. 지난 2026 뉴욕 공방 컬렉션 룩 28 역시 르사주의 노하우가 집약된 룩이었다. 아르데코 스타일의 자수와 보석 장식을 정교하게 엮어낸 입체적인 스커트는 단순한 의상을 넘어 하나의 오브제 같은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처럼 현재 약 7만 5천 개에 달하는 자수 샘플 아카이브를 보유한 르사주는 칼 라거펠트의 시대부터 오늘날까지, 샤넬 컬렉션의 상상력을 실제 작품으로 풀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