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관 5주년, 궤도를 넓혀가는 라이카시네마 이야기
Editor Comment

영화관이라는 공간은 단순히 스크린 위로 흐르는 이미지를 탐닉하는 행위를 넘어, 비대해진 일상의 중력을 거스르고 자신만의 아늑한 궤도를 찾아가는 여정의 시작점이다. 연희동의 나지막한 골목길, 최초로 우주로 향했던 어느 고독한 영혼의 이름을 빌려온 라이카시네마 역시 그렇다. 은빛 우주선을 연상시키는 회색빛 외관의 이곳은 팬데믹이라는 거칠고 불투명한 기류 속에서 첫 비행의 날개를 펼쳤다. 그리고 어느덧 이륙 5주년. 최근 그들은 브랜드 컬러인 주황빛으로 채워진 신관을 개관하며, 한층 더 광활하고 깊어진 스펙트럼의 이야기를 품어 안기 시작했다.
시네마의 종말과 극장의 위기론이 유령처럼 떠도는 시대. 그럼에도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힘과 극장만이 줄 수 있는 재미를 굳게 믿는 라이카시네마의 이한재 대표를 만났다. 그와 마주 앉아 지난 5년의 기록과 신관 개관이라는 새로운 모멘텀, 그리고 그가 스케치해 나가는 지속 가능한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존재하는 것 자체가 가장 이상적인 미래”라고 담담히 고백하는 그와의 밀도 높은 대화를 지금 시작한다.
INTERVIEW
| <아이즈매거진>과는 첫 만남입니다.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라이카시네마라는 예술 영화 전용관을 운영하고 있는 이한재입니다.
| 개인적으로 ‘라이카’라는 브랜딩이 영화관이라는 공간과 절묘하게 어우러진다고 생각하는데요. 공간을 기획하시던 당시, 다른 콘셉트도 염두에 두셨는지 궁금합니다.
라이카시네마가 속해 있는 건물, 스페이스독을 신축할 때 제가 기획 총괄을 맡게 됐어요. 기획 초기에 명확한 콘셉트를 잡고 가는 게 좋겠다 싶어서 여러 고민을 했죠. 연희동에 어울리는 정갈하고 따뜻한 나무 소재의 공간을 생각하기도 했는데, ‘그게 우리만의 특별함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더라고요.
그러다 문득 평소에 좋아하던 우주가 떠올랐어요. SF 영화도 워낙 좋아하고 우주에 관한 상상을 즐겨 하는 편이거든요. 마침 우주를 뜻하는 ‘Space’가 ‘공간’이라는 의미도 갖고 있잖아요. 여기에 우주선 도킹(Docking)의 뜻을 중의적으로 연결해서 ‘스페이스독’이라는 이름을 짓게 됐어요. 극장 이름도 자연스럽게 우주견인 ‘라이카’로 이어졌고요. 초기 방향성을 잡기까지는 고민이 많았지만, 우주라는 콘셉트가 정해지고 나서는 흔들림 없이 쭉 그 결을 이어오고 있어요.
| 그렇다면, 라이카시네마에서 ‘이건 꼭 상영해야겠다’ 싶은 작품이 있었나요?
첫 번째는 우주 SF의 명작인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예요. 이 작품은 사실 필름이나 판권 수급이 굉장히 어렵다고 알고 있어서 아직 상영하진 못했어요.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꼭 스크린에 올리고 싶어요.
두 번째로는 저희 영화관과 이름이 똑같은 다큐멘터리 영화 <시네마 라이카>예요. 핀란드의 작은 마을에 ‘키노 라이카’라는 영화관이 세워지면서 사람들이 모이고 마을이 활성화되는 과정을 담은 작품이죠. 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이 주축으로 나오고, 짐 자무쉬 감독도 출연해요. 국내에서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한 번 상영했던 걸로 알고 있는데요. 이 영화와 관련해서 ‘영화가 세상을 바꿀 순 없더라도 영화관은 사람을 모이게 할 수 있다’라는 댓글을 본 적이 있어요. 그 메시지가 참 인상 깊더라고요. 이름도 의미가 있는 데다 내용 자체도 재밌어서, 이 작품 역시 기회가 된다면 라이카시네마에서 꼭 상영하고 싶습니다.
| 코로나 시기에 이륙한 라이카시네마가 어느덧 5주년을 맞이했습니다. 개관 당시와 지금 가장 많이 달라진 것은 무엇일까요?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좌석 간 거리 두기와 영업시간 제한이에요. 저희가 한창 코로나 시기에 개관을 했다 보니 38석이었던 객석을 19석으로 줄여서 운영했고, 밤 9시 전에는 상영을 끝내고 문을 닫아야 했거든요. 지금은 정상 영업을 하고 있으니까 이런 풍경들이 참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두 번째로는 저희 극장을 찾아주시는 관객분들이 늘어나고, 그사이 든든한 단골분들이 생긴 점이에요. 5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마주한 변화 중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이죠.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제가 30대 초반에 이 일을 시작했는데 이제 어느덧 30대 후반이 됐어요. 그 시간 동안 극장에도, 저 자신에게도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 지난 5년 동안, ‘라이카시네마 운영하기를 참 잘했다’라는 생각이 가장 크게 든 순간이 있었다면 언제일까요?
제가 연희동 토박이라 평소 자주 가는 단골집들이 몇 군데 있는데요. 그곳에서 저희 극장 포스터를 들고 계신 분들을 마주치거나, 저희가 상영한 영화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누고 계신 분들을 볼 때가 있어요. 영화를 통해 하루를 즐겁게 마무리하시는 모습을 간접적으로 나마 보면서 ‘아, 극장을 운영하길 참 잘했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얼마 전 5주년 기획전 때 자체적으로 GV를 진행했습니다. 홍상수 감독님의 <소설가의 영화> GV에 하성국 배우가 함께해 줬어요. 사실 성국 씨는 초창기 저희 라이카시네마의 직원이기도 했거든요. 같이 시작했던 우리 구성원이 멋진 배우로 성장해서 5주년 기획전의 게스트로 찾아와 준 그 스토리 자체가 너무 감동적이더라고요. 행사가 끝나고 같이 술 한잔 기울이면서, 지금까지 이렇게 버티고 이어오길 참 잘했다는 이야기를 많이 나눴던 것 같습니다.
| 말씀하신 것처럼 라이카시네마를 이야기할 때 ‘우주토크’를 빼놓을 수 없는데요. 다른 영화관의 GV와 차이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특별한 차이가 있다면 아무래도 저희 극장만의 상영 환경 때문인 것 같아요. 저희는 객석과 무대의 거리가 굉장히 가깝다 보니, 앞에 서면 관객분들의 표정이나 행동 하나하나가 눈에 다 들어오거든요. 그런 공간적인 특성 덕분에 마치 눈을 맞추며 대화하는 것처럼 이야기의 밀도가 훨씬 높아진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에요.
GV 게스트로 처음 오신 분들은 관객석이 너무 가까워서 처음엔 살짝 긴장하시거나 부담스러워하기도 하는데요. 신기하게도 시간이 조금 지나 적응이 되시면, 오히려 사랑방에 온 것처럼 훨씬 편안해하십니다.
| 라이카시네마는 첫 상영부터 여태까지 수많은 기획전을 진행해 왔습니다. 기획전을 구상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부분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기획전은 새로 개봉하는 영화가 아니라 감독이나 배우 등 특정 콘셉트에 부합하는 작품들을 편성하잖아요. 그래서 누군가에게는 신선한 발견일 수 있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이미 본 작품이거나 낯선 작품일 수 있어요. 극장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꽤 크다고 생각하는데, 감사하게도 관객분들은 기획전을 정말 좋아해 주시더라고요. 다만 요즘은 다른 극장에서도 워낙 훌륭한 기획전들을 많이 하고 반응도 좋다 보니, 저희도 매번 더 신경을 써서 치열하게 준비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기획전을 구상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첫 번째는 시의성이에요. 제 취향에 맞춰 막무가내로 작품을 고르기보다는 최대한 대중과의 연결고리를 만들려고 하죠. 예를 들어 어떤 감독이 큰 상을 받았거나 신작 개봉을 앞두고 있다면, 그 시기에 맞춰 해당 감독을 깊이 있게 조명해 보는 시간을 가지는 식이에요.
두 번째로는 저희만의 킥인데요. 기획전을 준비하다 보면 다른 극장들과 라인업이 비슷해지는 경우가 종종 생기거든요. 그럴 때 국내에서 정말 수급하기 어려운 작품을 어떻게든 찾아내서 상영한다든지, 사소한 부분에서부터 차별점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하지만 이 모든 것에 앞서 가장 먼저 하는 행동은, 결국 ‘우리 관객분들이 무엇을 가장 좋아할까’를 깊이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 5주년을 맞이하여 진행된 기획전은 다섯 가지 색으로 나뉜 열세 편의 영화로 진행되었는데요. 열렬한 호응을 얻은 만큼 영화 선정에 대한 비하인드가 궁금합니다.
제가 숫자를 의미 있게 맞추는 걸 되게 좋아해요. 마침 5주년이니까 숫자 ‘5’와 관련된 무언가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막연히 하고 있었죠. 그러던 중 저희 신일훈 프로그래머가 5가지 섹션으로 영화를 편성해서 5주간 기획전을 진행해 보면 어떻겠냐는 솔깃한 제안을 해주었습니다. 보통 극장에서 기획전을 5주씩이나 길게 하는 경우는 드물어서 고민을 좀 했어요. 하지만 워낙 어려운 시기에 개관했음에도 지금까지 라이카시네마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켜주신 관객분들께 ‘제대로 보답을 해야겠다’라는 마음으로 과감하게 결정을 내렸죠.
기획을 구체화하면서 전체를 관통하는 뚜렷한 테마가 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문득 ‘오색찬란’이라는 키워드가 떠오르더라고요. 다섯 가지 색깔을 지닌 영화들이 우리 기획전을 빛내주고, 그 영화들을 찾아주시는 관객분들이 극장의 시간을 오색찬란하게 빛내주시면 좋겠다는 의미를 담아 콘셉트를 잡았습니다.
상영작 같은 경우에는 저희 영화관에서 상영했을 때 큰 사랑을 받았던 작품들과 그동안 상영하진 못했지만 관객분들이 늘 그리워하고 보고 싶어 하셨던 작품들을 중심으로 수급하려고 노력했어요. 관객분들의 생생한 의견을 듣고 싶어서 연말연초 즈음에 보고 싶은 영화가 있는지 직접 설문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는데요. 그때 높은 순위를 기록했던 영화들을 최대한 기획전에 편성하려고 애를 많이 썼습니다.
| 다양한 형태의 굿즈도 선보이고 있습니다. 영화관의 굿즈라고 간단하게 말하기엔 상당한 퀄리티인데요. 굿즈 제작에 본격적으로 신경 쓰신 계기가 있다면요?
사실 제가 특정 콘텐츠나 아티스트의 오랜 덕후로서 이것저것 굿즈를 모으는 걸 되게 좋아하거든요. 팬심이 있는 사람들은 무언가를 추억하고 기념할 수 있는 굿즈를 수집하는 데 시간과 비용을 아끼지 않잖아요. 실제로 영화를 보시는 관객분들도 굿즈 패키지가 포함된 상영 회차에 더 많이 몰리는 경향이 있기도 하고요.
그래서 우리 영화관만의 고유한 굿즈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관 2년 차가 조금 넘었을 때 처음 하게 됐어요. 시작은 자체 제작 모자였는데, 그냥 만들기보단 특별한 의미를 담고 싶어서 연희동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패션 브랜드와 협업을 진행했죠. 이름 모를 대형 업체에 덜컥 맡기는 것보다, 같은 동네에 있는 브랜드끼리 뜻을 모아 영화관의 첫 자체 굿즈를 만드는 게 훨씬 가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앞으로 여력이 된다면 굿즈 라인업을 더 다양하게 넓혀보고 싶어요. 단순히 굿즈 숍의 매출을 올리는 사업적 확장을 넘어, 극장을 즐기는 또 하나의 재미이자 문화로 자리 잡게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거든요. 포스터가 쏙 들어가는 에코백이나, 영화 티켓을 예쁘게 모아둘 수 있는 지갑 같은 것들요. 관객분들의 일상에 스며들 수 있는 아이템들을 요즘도 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
| 드디어 2관이 문을 열었습니다. 라이카시네마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신관에서 새롭게 시도하고 싶었던 포인트는 무엇인가요?
라이카시네마 정체성의 핵심은 작은 공간 안에서 최적화된 상영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새롭게 문을 연 2관은 기존 관보다 규모는 더 작지만, 그런 공간적 제약 속에서도 저희만의 정체성을 굳건히 이어가려고 주도면밀하게 준비했어요. 그러면서도 본질적인 정체성 위에 새롭게 더하고 싶었던 핵심 포인트는 바로 디자인적인 콘셉트였습니다.
기존 S관이 최대한 쾌적하고 심플한 인테리어 콘셉트였다면, 2관은 구조적으로 지붕에 독특한 사선이 들어가 있어요. 여기에 멋진 라인 조명을 더해서 마치 우주선 내부를 상영관으로 그대로 구현해 낸 듯한 느낌을 주었죠. 좌석 역시 저희 브랜드 컬러인 주황색으로 특별히 주문 제작을 했는데요. 일반 영화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의자가 아니라, 저희 공간에 맞게 따로 공수해 온 특수 의자를 배치해 안락함을 더했습니다.
| 2층은 기존에 카페로 운영되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2관 확장을 결심하셨던 계기는 무엇인가요?
원래 스페이스독 건물의 1, 2층이 모두 카페였어요. 그러다 감사하게도 점차 관객분들이 늘어나면서 대기 공간이 조금씩 부족해졌고, 스태프들의 동선이나 근무 환경도 복잡해지더라고요. 그렇게 2층 공간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던 중, 문득 다른 독립영화관들을 돌아보게 됐어요. 대부분 두 개 이상의 상영관을 운영하고 계시잖아요. 저희 역시 관객분들에게 영화 선택의 폭을 더 넓혀드리고, 영화관으로서의 정체성과 색깔을 깊이 있게 확장하려면 2층을 두 번째 상영관으로 채우는 게 맞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 그것을 없애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으셨나요?
2층 카페 모그는 회전초밥집처럼 컨베이어 벨트가 돌아가는 파격적인 시스템을 시도했던 곳이라, 실제로 찾아주시는 손님들도 꽤 많았어요. 하지만 2관 확장이라는 더 큰 목표를 세우고 마음을 굳힌 뒤라 그런지, 공간이 없어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크게 없었던 것 같아요. 다만, 카페가 있을 때는 제가 종종 홀에 홀로 앉아 직접 커피를 내려 마시곤 했었거든요. 이제는 극장 안에 저만의 아지트 같은 공간이 사라져서 개인적으로 그게 조금 아쉽기는 합니다.(웃음)

| 비스타비전(1.85:1) 스크린 비율을 채택한 1관과 다르게, 2관은 스코프(2.39:1) 비율의 와이드 스크린입니다. 더 넓은 비율을 선택하신 이유가 무엇인가요?
상영관을 설계하고 공사할 때는 인테리어 디자이너부터 스크린과 영사기를 담당하는 시스템 업체, 소방 안전 업체 등 정말 수많은 전문가분이 참여하세요. 영화 관련 법률과 소방 법률을 철저히 준수해야만 정식 상영관으로 허가를 받을 수 있거든요. 기존에 카페로 쓰이던 공간을 온전한 상영관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참 많은 분과 주도면밀하게 머리를 맞댔습니다.
그렇게 조율해 나가는 과정에서 이 공간이 가진 조건으로 낼 수 있는 가장 최선의 선택지가 바로 스코프(2.39:1) 비율의 와이드 스크린이었어요. 공간의 규모가 작은 만큼, 관객분들이 스크린을 바라보았을 때 시야에 화면이 꽉 차는 몰입감을 느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고요. 층고도 낮고 아담한 이 공간에서 관객분들이 굳이 영화를 보셔야 하는 확실한 메리트이자 이유를 만들어드리고 싶었습니다.
| 최근 몇 년 동안 영화, 영화관에 대한 위기론이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 상황에서 라이카시네마의 돌파구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정말 어려운 질문이네요. 일단 라이카시네마의 가장 확실한 돌파구는 좋은 영화들을 끊임없이 선별하고 수급하면서, 저희만의 고유한 색채를 잃지 않고 계속 유지해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를 위해 특정 감독들의 필모그래피를 훑는 일반적인 기획전도 좋지만, 2000년대 초반의 레트로한 감성을 담은 ‘Y2K 기획전’처럼 세대와 트렌드를 아우르는 색다른 기획들을 꾸준히 시도해보려 합니다. 나아가 상영 방식이나 제도적인 면에서도 재밌는 실험들을 준비 중이에요. 예를 들면 뮤직 페스티벌의 얼리버드 티켓처럼, 라이카시네마에서 ‘얼리 상영’을 오픈해 좋은 조건으로 신작을 관객들에게 미리 선보이는 거죠. 혹은 하루 종일 한 감독의 영화만 아카이빙하듯 몰아보거나, 아예 밤을 새우며 영화를 보는 밤샘 상영 등 다양한 방식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어떤 작품을 트느냐를 넘어, 영화를 관람하는 방식 자체에 새로운 자극을 주는 시도들이 계속되어야 결국 돌파구도 열릴 수 있다고 봅니다. 지금 영화 시장이 전반적으로 굉장히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에요. 하지만 극장에서 영화를 본다는 것의 강력한 힘, 그리고 이 공간만이 줄 수 있는 온전한 재미를 믿는 한 영화관은 절대 사라지지 않을 거라고 확신하거든요. 위기론은 앞으로도 계속되겠지만, 저희만의 색깔을 지키며 묵묵히 버텨내는 것이 가장 정공법이자 답인 것 같습니다.
| 만약 라이카시네마가 10주년을 맞이하게 된다면 어떤 것을 하고 싶으신가요?
10주년이 된다면 정말 근사한 페스티벌을 한번 열어보고 싶네요. 일종의 ‘동네잔치 같은 영화제’랄까요.(웃음) 아시다시피 연희동은 크고 웅장한 공간보다 골목골목 아기자기한 매력이 살아 있는 동네잖아요. 그래서 극장이 하나의 구심점이 되어, 연희동의 숨은 상점들과 로컬 브랜드, 멋진 아티스트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축제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 마지막 질문입니다. 라이카시네마는 사람들에게 어떤 영화 속 장면처럼 기억되었으면 좋겠나요?
관객분들이 이곳에서 마주한 영화 중, 각자의 마음속에 가장 인상 깊게 남은 바로 그 영화의 한 장면처럼 기억되었으면 좋겠어요. 어떤 특정한 하나의 영화로 기억되기보다, ‘라이카시네마에서 그 영화를 봐서 참 특별했고 행복했다’라고 기억되는 그런 공간이고 싶거든요. 사람마다 사랑하는 영화가 다 다르니, 극장의 이미지를 단 하나의 작품으로 정의하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그래도 굳이 한 편을 꼽아본다면, 에드워드 양 감독님의 <하나 그리고 둘>이에요.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아끼는 작품이기도 한데, 한 가족의 일상을 통해 여러 세대의 삶을 종합적으로 비춰주는, 그야말로 인생을 닮은 영화거든요. 문득 저희 영화관을 둘러보면 트렌디한 20대 청년들부터 동네의 멋스러운 어르신들까지 정말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분들이 앉아 계세요. 그렇게 여러 세대가 한 공간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공존하는 라이카시네마의 풍경을 볼 때면, 늘 이 영화가 겹쳐 보이곤 하더라고요.
저희 극장의 캐치프레이즈가 ‘Life Like a Cinema’, 즉 ‘영화 같은 일상’인데요. 지극히 일상적이면서도 인간의 삶을 가장 깊고 따뜻하게 담아내고 있는 <하나 그리고 둘>의 한 장면처럼, 관객분들의 일상 속에 그렇게 다정하게 기억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 같습니다.

By eyesmag supporters 정형주, 정한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