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에 가기 좋은, 서울 전시 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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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한 해의 끝자락이 보이는 지금, 여전히 보러 갈만한 전시는 차고 넘친다. 여름부터 진행 중인 전시를 미룬 탓도 있겠지만 개막 소식을 알린 전시까지 많기 때문. 낙엽은 떨어져도 예술적 영감은 떨어지지 않도록 만들어줄 전시 리스트를 아래에 모아봤다. 오픈을 앞둔 전시는 캘린더에 살포시 넣어두기를.
제60회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을 대표한 구정아 작가의 국내 최대 규모 개인전이다. 1990년대부터 30여 년간 구축해 온 작업 세계를 집약한 전시로, 아스피린 가루나 나프탈렌 혹은 각설탕과 같이 사소하고 연약한 물질을 활용해 관람객이 공간에 머무는 시간에 따라 끊임없이 달라지는 작품들을 선보이고자 한다. 아울러 1,001점의 드로잉으로 구성된 <R> 작업도 한 자리에서 전시되는 바.
한편 전시의 제목은 1990년대 중반부터 작가가 발전시켜 온 개념인 ‘우스’와 우주를 뜻하는 ‘코스모스’를 결합한 것으로, 방문하는 이들은 미처 보지 못했던 것이 다시 감각되며 그 자체로 팽창하며 넓어지는 우주에 놓인 듯한 경험을 할 테다.
단연 올해의 기대 전시 중 하나였던 국립현대미술관의 <서도호> 전시는 내년까지 계속된다. 한국을 대표하는 설치미술가 서도호의 초기작부터 주요 작품,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포함한 그의 작업 세계 전반을 두루 아우른다. 이주와 거주, 개인과 공동체라는 키워드에서 출발해 공간 기억 정체성에 대한 문제를 화두로 삼는 전시. 연약하나 결코 무너지지는 않는, 다채로운 색감의 설치물들을 보고 있자면 어딘가 꿈 속에 있는 것 같기도.
불가리와 송은이 함께한 전시는 기간이 다소 짧으니 관람을 희망한다면 서두르기를 권한다. 이번 전시는 불가리의 아이코닉한 컬렉션인 ‘비제로원’을 송은문화재단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작가 6인의 시선으로 재해석한 작품들로 마련됐다. ‘비제로원’은 그래픽적인 로고와 불가리만의 독창적인 투보가스의 나선형 구조를 결합해 로마의 문화적 유산과 미래지향적인 디자인 언어를 하나의 형태에 담아낸 것으로, 작가들은 소재의 물리적 특성에 주목하거나 기계적 공정, 장인적 의도가 교차하는 지점을 조형적으로 재구성했다. 혹은 이를 입체적인 경험으로 구체화하거나 사운드로 번역했다.
단색화 거장 박서보와 베트남 출신의 프랑스 작가 흐엉 도딘의 2인전. 두 사람은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 속에서 자라왔으나, 공통된 예술적 키워드를 가지고 있다. 바로 절제와 반복, 수행. 이 세 가지 미학은 한 공간에서 살아숨쉬기에 관람객은 마치 두 사람이 각자의 작품을 매개로 대화를 나누며 공명하는 느낌을 받을 터. 박 화백은 신체적 반복과 물질성을 통해 시간의 흔적을 드러내고, 흐엉 도딘은 광물 안료로 쌓은 섬세한 층위로 빛과 침묵, 명상의 공간을 마련한다.
대림문화재단 설립 30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대림문화재단의 첫 소장품전이다. 내로라하는 국내외 작가 소장품 70여 점을 한 공간에서 교차시키는 전시로, 시대나 장르에 따라 섹션을 구분하는 대신 관람객이 의미를 잇는 시간을 제공한다. 미술관의 1층부터 4층 곳곳을 작품들이 빈틈없이 채우며, 이중 김창열의 조각 <비나이다>는 처음 공개된다. 이외에도 로이 리히텐슈타인, 파블로 피카소, 이우환, 알렉산더 칼더, 박서보 등의 작품까지. 서로 다른 작가와 작품이 새로운 맥락 속에서 교차하는 경험을 하고 싶다면 놓치지 말기를.
규방공예와 민예에서 발견한 장응복의 미감이 현대적인 무늬와 함께 직물과 가구, 생활 공간을 통해 되살아난 모습을 조명하는 서울공예박물관의 <에퀴녹스: 추분_춘분> 전시. 그의 손 끝에서 장인과 디자이너, 그리고 나무와 칠, 섬유, 종이, 풀과 대나무 등과 같이 서로 다른 재료와 기술은 연결되고 조율되며 오늘의 삶 속에서 공예가 쓰이는 방식을 소개한다. 장응복 작가가 40여 년간 디자인한 100여 종의 무늬부터 가변형 모듈 작품, 가구 디자인 스튜디오 ‘스탠다드에이’와 협업한 정규 컬렉션에서 이를 느낄 수 있다.
지난 27일 아트선재센터에서는 무려 네 개의 전시가 동시 개막했다. 조각과 설치, 영상, VR, 사운드극까지 옥상부터 야외정원까지 이어지는 전시로 공간마다 다른 작가와 주제, 그리고 형식을 다룬다. 스페이스1에서는 최하늘의 첫 키네틱 작업 등 신작 조각 12점으로 구성된 개인전 <최하늘: 이갈이>를, 스페이스2의 경우 신체와 세대를 이어지는 역사적 기억을 탐구한 <고이즈미 메이로: 불, 어느 아카이브>를 선보인다.
7인의 작가와 건축가가 조각 및 건축의 수직성을 탐구한 <버티컬즈> 전시는 더그라운드와 한옥정원, 옥상정원에서 진행된다. 김희천과 이하령, 홍승택으로 구성된 2mc1dj의 사운드극 <2mc1dj: 사건 볼륨 3>은 아트홀에서 관람 가능하다. 다만 <2mc1dj: 사건 볼륨 3>은 오는 12월 6일까지만 볼 수 있다니 관람 계획이 있다면 참고하는 게 좋겠다.
동시대를 대표하는 시각예술가 에스 데블린의 국내 첫 개인전은 내년 초까지 이어진다. 전시를 하나의 시로, 작가를 그 시를 쓰는 시인으로 바라보는 푸투라 서울이 전개하는 세 번째 전시로 에스 데블린은 30여 년 작업 세계를 관통해 온 현존을 주제 삼아 자신의 단어로 공간을 풀어나간다. 책에서 발견한 문장에서 시작돼 빛과 소리 그리고 조각과 건축을 통해 구현된 작품 속에서 관람객들은 모든 것들과 연결되어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모네, 세잔, 칸딘스키, 마그리트, 자코메티 등 유럽 근현대미술의 변화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스위스 쿤스트하우스 취리히의 대표작 85점이 국립중앙박물관에 상륙한다. 낭만주의는 물론이거니와 초현실주의에 이르는 200년의 미술을 통해 현대 미술을 정의하고, 흐름을 세세히 살피는 장을 마련할 예정. 뿐만 아니라 한국 최초로 스위스 국민 화가인 페르디난트 호들러의 상징주의 작품들과 제1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중립국 스위스에 모여든 예술가들로부터 시작된 운동인 취리히 다다에서 기반한 작품들을 함께 소개한다.
개관전으로 큐비즘을 선택했던 퐁피두센터 한화의 두 번째 컬렉션 전시의 주인공은 색채의 마술사로 불리는 마르크 샤갈이다. 이번 전시는 퐁피두센터가 샤갈의 유족으로부터 직접 기증받은 대표작들을 중심으로, 여러 기관에 흩어져 있던 회화와 조각, 도자기 등 총 65점을 국내 관람객들에게 공개한다. 이외에도 샤갈 특유의 빛과 색을 살린 스테인드글래스 복원작과 미디어 영상까지. 1900년대 초반부터 1970년대까지 이르는 그의 작품 세계를 만나보고 싶었다면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