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니 바카렐로의 마지막 생 로랑 쇼
“스쳐 간 것이 때론 더 많은 빛을 남긴다”
안토니 바카렐로(Anthony Vaccarello)가 선보인 생 로랑(Saint Laurent)의 27 여름 여성 컬렉션은 골드라는 하나의 색에서 출발한다. 이브 생 로랑이 ‘마법 같은 색’이라 표현했던 골드는 이번 시즌 옷 전체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감싼다. 바카렐로는 실루엣 대신 색의 반복을 통해, 같은 골드가 소재와 질감에 따라 얼마나 다른 인상을 만드는지 탐구했다.
금빛으로 재해석한 것은 생 로랑의 대표적인 옷들이다. 사파리 재킷과 트렌치코트, 블라우스와 랩스커트는 강한 어깨선의 코트, 풍성한 블루종, 퍼로 마감한 짧고 정교한 수트와 함께 등장했다. 창립자가 남긴 옷과 바카렐로가 정립한 하우스 클래식이 하나의 색으로 이어지며, 생 로랑의 과거와 현재를 연결한 것이다.
골드의 표정은 소재마다 달라졌다. 라메와 오간자에서는 빛이 가볍게 흐르고, 브로케이드와 자카드에서는 풍부한 질감이 드러났다. 금박을 입힌 라텍스까지 더해지며 금빛은 부드러움과 단단함, 섬세함과 강렬함을 오갔다. 정교한 자수와 주얼리 장식은 이러한 차이를 더욱 선명하게 만들었다.
액세서리에도 생 로랑 특유의 긴장감이 담겼다. 큼직한 필리그리 이어링과 금빛 메탈 체인으로 만든 슈즈, 뱀처럼 뒤틀린 힐은 화려함에 아슬아슬한 매력을 더했다. 마지막에는 골드가 물러나고 블랙이 등장했다. 주얼 버튼을 단 벨벳 수트에 이어 구름처럼 부풀어 오른 블랙 이브닝 드레스 세 벌이 쇼를 마무리했다. 빛을 반사하던 금빛에서 빛을 흡수하는 검정으로의 전환은, “스쳐 지나가는 것이 때로는 남아 있는 것보다 더 많은 빛을 남긴다”는 바카렐로의 말을 떠올리게 했다. 안토니 바카렐로는 쇼 이후 10년간 이끌었던 생 로랑 퇴임을 발표했다. 그의 마지막 컬렉션이었던 이번 쇼. 진한 여운을 남겼던 쇼를 소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