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 Comment

영화 속 빌런들의 차를 하나씩 뜯어보면 흥미로운 공통점이 보인다. 자동차가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인물의 성격과 욕망을 드러내는 장치로 활용된다는 것. 주인공의 차가 정의와 신뢰, 자유 같은 가치를 상징한다면 악역의 차는 과시욕과 집착, 결핍, 범죄 방법 등 다양한 이면을 드러낸다. 사이코패스, 부패 경찰, 억만장자 등 다양한 캐릭터에 맞춰 차의 색을 바꾸거나 구하기 어려운 올드카와 콘셉트카를 동원하기도 한다. 스크린을 스쳐 지나간 자동차에도 그들의 서사가 숨어 있는 셈이다. 영화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남긴 빌런과 그들이 선택한 차를 모아봤다.

​<더 배트맨>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

6TH & IDAHO PRODUCTION
6TH & IDAHO PRODU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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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ʻ펭귄’은 고담의 클럽 아이스버그 라운지를 운영하지만 남 밑에서 일하는 처지고, 더 큰 세력을 꿈꾸며 기회를 노린다. 그런 그가 고른 차가 6세대 마세라티(Maserati) ʻ콰트로포르테’다. 고급 세단이긴 해도 벤틀리(Bentley)나 롤스로이스(Rolls-Royce)만큼의 부를 내세우진 않는다. 정상에 오르기 전 그의 위치와 딱 맞는 선택이다. 대신 보랏빛 차체로 남들보다 돋보이고 싶은 마음을 더했다. 고담의 어두운 거리에서도 눈에 띄던 이 차는 고속도로 추격전 끝에 뒤집힌다.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포드 ‘머스탱 셸비 GT500’

@johnhoogenakker
FORD
FORD

@johnhoogenakker

ʻ팀 스미스’는 백인 우월주의 비밀 결사 ʻ크리스마스 모험가 클럽’의 일원으로, 클럽이 직접 나서기 어려운 일을 대신 맡는 해결사다. 그가 타는 차는 강력한 엔진을 얹은 미국산 머슬카, 파란색 포드(Ford) ʻ머스탱 셸비 GT500’이다. 단정한 차림으로 사막 고속도로에서 이 차를 몰아 표적을 쫓는다. 점잖은 겉모습과 거친 추격 장면의 대비에서 폭력을 감춘 그의 두 얼굴이 드러난다.

<트레이닝 데이>

쉐보레 ‘몬테 카를로’

VILLAGE ROADSHOW PICTURES
VILLAGE ROADSHOW PICTURES
VILLAGE ROADSHOW PICTU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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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 경찰 ʻ제이크 호이트’가 경찰 차고에서 나온 차가 아니라고 하자 영화의 악역 ʻ알론조 해리스’는 “섹시하지 않냐”라며 웃어넘긴다. 그가 모는 차는 검은색 1979년형 쉐보레(Chevrolet) ʻ몬테 카를로’. 유압 서스펜션을 단 로우 라이더로 LA 거리 문화의 색이 짙다. 마약반 베테랑 형사인 ‘알론조’는 ‘호이트’의 첫날 교육을 맡지만, 하루가 저물수록 마약상과 범죄자들에게서 돈을 챙기는 부패 경찰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관용차 대신 취향을 입힌 차를 고르고, 낮은 차체와 번쩍이는 와이어 휠로 존재감을 과시하는 이유다. 그는 이 차를 사무실이라 부르며 이동 수단이 아닌 자기 활동 공간으로 여긴다.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

포르쉐 ‘918 스파이더’​

NETFLIX
PORSCHE
NETFL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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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돔 저택 꼭대기, 회전 전시대 위에 차 한 대가 올려져 있다. 포르쉐(Porsche) ʻ918 스파이더’, 주인이 베이비 블루라고 부르는 푸른 크롬빛 스포츠카다. 주인은 그리스의 사유 섬에 오랜 친구들을 초대해 살인 추리 게임을 여는 IT 억만장자 ʻ마일스 브론’. 자유롭고 혁신적인 사업가를 자처하지만 실은 부와 영향력을 뽐내며 관심을 끌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도로도 없는 섬까지 차를 실어 와 손님들 앞에 세워 둔 데서 이 차가 이동 수단이 아니라 성공을 전시하는 장식품임을 알 수 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쉐보레 ‘카프리스’

SCOTT RUDIN PRODUCTION
SCOTT RUDIN PRODU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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ʻ안톤 쉬거’에게는 자기 차가 없다. 그는 ʻ르웰린 모스’가 우연히 손에 넣은 거액의 마약 대금을 되찾으러 고용된 청부 살인업자다. 첫 장면에서부터 보안관 대리를 살해하고 그의 순찰차인 쉐보레(Chevrolet) ʻ카프리스’를 몰고 사라진다. ʻ카프리스’는 튀는 구석이라곤 없는 평범한 차다. 당시 미국 경찰들에게 주로 보급된 차량으로 정체를 숨겨야했던 그에게 알맞은 선택지가 되어줬다.

​<007 스펙터>

재규어 ‘C-X75’

EON PRODUCTIONS
EON PRODUCTIONS
EON PRODUCTIONS

EON PRODUCTIONS

2010년 파리 모터쇼에서 마이크로 가스 터빈과 전기모터를 조합해 공개된 ʻC-X75’는 하이브리드 양산 계획까지 세웠지만 2012년 끝내 취소된 차다. 영화에서는 범죄 조직 스펙터의 암살자 ʻ힝스’가 이 차로 로마의 밤거리에서 ʻ제임스 본드’의 애스턴 마틴(Aston Martin) ʻDB10’을 쫓는다. 재규어(Jaguar)가 윌리엄스 어드밴스드 엔지니어링과 손잡고 겉모습만 콘셉트카를 빼닮은 촬영용 차를 따로 만들었는데, 속은 하이브리드 대신 5.0L 슈퍼차저 V8 엔진이다.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거구의 킬러에게 낮고 날카로운 차체가 잘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