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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살해 위기 지속, 온 나라가 충격에 휩싸인 밤

아르헨티나 전역에서 여성 폭력 반대 운동 ‘니 우나 메노스(Ni Una Menos)’ 출범 11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우리는 단 한 명의 여성도 더 이상 잃을 수 없다’는 뜻의 이 운동은 최근 발생한 14세 소녀 아고스티나 베가 페미사이드 사건을 계기로 다시 전국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사건 이후 여성 폭력 문제는 아르헨티나의 정치·사회적 쟁점으로 재부상했다.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국회의사당 광장을 비롯한 전국 주요 도시에는 수만 명의 시위자가 모여 여성 폭력 근절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쳤다.

아고스티나는 지난달 23일, 코르도바주에서 실종된 뒤 일주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부검 결과 성폭행을 당한 뒤 목이 졸려 살해된 것으로 확인됐으며, 검찰은 33세 남성 클라우디오 바렐리에르를 주로 남성에 의해 발생하는 여성 살해를 뜻하는 페미사이드 혐의로 기소했다. 사건 이후 경찰과 검찰의 초동 대응을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유족과 여성단체들은 실종 신고 직후 즉각적인 수색을 요청했지만 본격적인 수색은 수일 뒤에야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또한 일부 수사 관계자들이 가족의 우려를 가볍게 여기거나 비아냥거리는 태도를 보였다는 주장도 제기됐으며, 피의자가 지난해 여성 폭력 사건으로 신고된 전력이 있었음에도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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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단 한 명의 여성도 더 이상 잃을 수 없다. 여성 살해를 근절하라. 피해자 보호와 관련 예산을 복구하라.”

이번 시위에서는 하비에르 밀레이 정부의 여성 정책 축소 역시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밀레이 대통령은 지난해 다보스포럼 연설에서 “여성을 살해했을 때 더 무거운 처벌을 받는 것은 여성의 생명이 남성보다 더 가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하며 현행 제도를 비판했다. 이후 정부는 “어떤 생명도 다른 생명보다 더 가치 있지 않다”며 형법상 페미사이드 조항 폐지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반면 법학자들과 여성단체들은 페미사이드가 단순히 피해자가 여성인 살인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배우자나 전 배우자, 연인 등 친밀한 관계에서 반복된 폭력과 지배, 통제 속에 발생하는 성별 기반 범죄라는 것. 현재 아르헨티나 형법은 페미사이드를 일반 살인보다 중대한 범죄로 규정해 무기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대법원 통계에 따르면 피해자의 83%는 가해자를 알고 있었고, 59%는 배우자 또는 전 배우자에게 살해됐고, 약 80%는 자택에서 범행을 당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전국에서 200건의 페미사이드가 발생했으며, 이는 31시간마다 한 명의 여성이 페미사이드로 살해된 셈. ‘니 우나 메노스’ 운동은 2015년 14세 소녀 키아라 파에스가 남자친구에게 살해된 사건을 계기로 시작됐다. 11년이 지난 지금도 이 운동은 아르헨티나 여성 폭력 문제를 상징하는 사회운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번 아고스티나 사건은 당시의 충격을 다시 떠올리게 하며 운동 재점화의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