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켓과 함께 빚어낸 차림, 고하 월드 디렉터 라일라 고하 인터뷰
Editor Comment
식탁을 꾸미는 옷을 만들어내는 홈웨어 브랜드 고하 월드(Gohar World). 고하 자매가 이끄는 이 브랜드의 디렉터 라일라 고하(Laila Gohar)가 노르딕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아르켓(ARKET)과 만났다. 무궁무진한 상상력과 동심에서 비롯된 작업을 선보여온 그녀가 아르켓과 함께 빚어낸 차림은 어떤 모습일까. 과하게 꾸미지 않는 태도와 옷의 기능 그 자체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시선. 서로 닮은 철학이 맞닿아 탄생한 이번 컬렉션은 옷장 속에서 자연스럽게 손이 가고, 한 벌만 챙겨도 어디든 떠날 수 있는 ‘레디 투 웨어(Ready-to-Wear)’ 아이템들로 채워졌다. 고이 간직한 동심과 열린 가능성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라일라 고하. 그녀의 이야기를 아래에서 만나보자.
INTERVIEW
|<아이즈매거진>과 첫 만남이다. 간단한 인사를 부탁한다.
반갑다. 고하 월드의 라일라 고하다.
|노르딕 스타일의 아르켓과 라일라 고하의 세계는 서로 다른 듯 닮아 있다. 이번 협업은 어떤 계기로 시작됐나.
우리의 거리는 생각보다 가까웠던 것 같다. 과하게 꾸미지 않는 태도와 옷의 기능 그 자체에서 아름다움을 찾는 시선은 아르켓의 접근 방식과 내가 중요하게 생각해온 가치가 맞닿아 있었다. 나에게 음식 역시 늘 그런 본능에서 출발해왔고, 그래서인지 아르켓과 내가 결국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번 협업은 그런 공감대에서 시작됐다.
|협업 컬렉션을 가장 잘 설명하는 키워드를 꼽는다면?
입는 것. 옷은 결국 입기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컬렉션 역시 착용감과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아름다움에 집중했다.
|’레디 투 웨어’ 라는 이름처럼, 이번 컬렉션에서 가장 손이 자주 갈 아이템은 무엇인가.
셔츠. 아무 생각 없이 입게 되는 옷이기 때문. 그게 바로 이번 컬렉션의 핵심이기도 하다. 아침에 옷을 고르면서 특별히 고민할 필요가 없다. 그냥 입으면 된다.
|앙큼하면서도 발랄하고, 때로는 진지한 무드까지. 매번 비슷한 결 안에서 새로운 감각을 보여주는 점이 인상적이다. 이러한 영감은 어디에서 비롯되나.
나는 영감의 원천을 굳이 구분하지 않는다. 아직 오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차려진 식탁, 반으로 갈라진 무화과 같은 평범한 것들에 오래 시선을 머물다 보면 어느새 웃음이 나고, 또 어느새 마음이 움직인다. 충분한 시간을 들여 바라보면 작은 것들 속에도 하나의 세계가 숨어 있다는 걸 발견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테이블웨어를 좋아해 귀여운 것을 보면 하나씩 모으곤 한다. 당신이 수집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꼭 물건이 아닌 감정이나 향도 좋다.
나는 레이스를 몇 년째 수집하고 있다. 주로 앤티크 피스들로. 레이스에는 시간이 켜켜이 쌓인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것 같다. 빠르게 소비되고 사라지는 지금의 모든 것들과는 정반대랄까.
|이번 컬렉션 중 단 한 벌만 입고 당장 떠날 수 있다면 어떤 룩을 선택해 어디로 향할 것인가.
롱 드레스를 입고 친구 집에 저녁 먹으러 가기. 친구네 부엌에 둘러앉아 홈메이드 음식을 먹으며 사소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그곳에서 흘러나왔으면 하는 음악은?
배드 버니(Bad Bunny)의 음악이라면 어떤 곡이든 좋다.
|아르켓의 홈 라인 역시 고하 월드와 닮아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아르켓 홈 제품 중 가장 탐나는 아이템은?
요즘은 여름을 준비하는 데 마음이 가 있다. 그래서 눈길이 가는 아이템은 비치 토트백이나 비치 타월 같은 것들.
|고하 월드의 디렉터, 라일라 고하의 일상이 궁금하다. 당신의 하루는 어떻게 흘러가나.
아침은 거르고 마키아토 한 잔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스튜디오는 뉴욕 다운타운에 있는 집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에 있다. 내 책상은 늘 엉망진창인데, 그 모습이 당시 내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정신없는 머릿속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 같다. 그렇게 일에 몰두하다 보면 하루가 금세 지나간다. 다만 주말만큼은 쉬려고 노력한다. 파트너 이그나시오, 그리고 아들 파즈와 온전히 시간을 보내기 위해 종종 아무 약속도 잡지 않는다. 그것은 내가 일상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며 지키려는 원칙 중 하나다.
|2023년 한국을 방문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때의 한국은 어떤 이미지로 남아 있나.
몇 번이고 다시 돌아가고 싶은 곳. 나에게 한국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집에 온 것 같은 편안함을 느꼈고, 일주일 만에 평생 함께할 친구들을 만들었다.
|다시 한국을 찾는다면 꼭 해보고 싶은 것 혹은 가보고 싶은 곳이 있다면?
우선 시장부터 가볼 생각이다. 지난번 한국 방문은 너무 짧아서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다음에 다시 간다면 정말 모든 것을 천천히 둘러보고 싶고, 이후에는 발길이 닿는 대로 움직여도 좋을 것 같다. 어쩐지 한 번 다시 가게 되면 떠나고 싶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당신의 작업을 보면 여전히 동심이 살아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그 감각을 지키기 위해 의식적으로 경계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실용성. 나는 너무 실용적인 사람이 되지 않으려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실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하는 순간 동심을 잃어버리기 때문. 경이로움은 무언가가 어디로 향할지 알 수 없는 상태, 그 열린 가능성 속에서 피어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