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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싫지만 하이디라오는 인정한다”는 기묘한 고백. 뉴스 속 중국과 식탁 위 중국 사이의 거리. 하이디라오 앞에 길게 늘어선 대기줄은 어쩌면 그 간극이 만들어낸 풍경인지도 모른다. 하이디라오의 성공은 한 중국 브랜드의 성장기가 아니라, 소비자가 무엇에 반응하는지에 대한 시대의 변화를 보여주는 징후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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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반중 정서

2022년 유럽의 아시아 전문 싱크탱크 CEIAS(Central European Institute of Asian Studies)가 발표한 국제 여론조사에서 한국인의 81%가 중국에 대해 ‘부정적’ 또는 ‘매우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조사 대상국 중 가장 높은 수준으로, 스위스(72%)와 일본(69%)을 앞질렀다. 최근 들어 반중 정서의 온도는 약간 낮아지는 추세다. 2025년 대중인식조사에서는 한중 관계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응답이 45%로 하락해 처음으로 절반을 밑돌았고,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는 응답이 46%까지 증가했다. 그러나 이것이 중국에 대한 호감으로 반전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부정의 강도가 다소 낮아졌을 뿐, ‘긍정적’이라는 응답은 6%에 불과했다. 특히 중국이 안보와 경제 모두에서 위협적이라는 인식은 2030세대, 보수층을 중심으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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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디라오는 이렇게 컸다

하이디라오는 2014년 명동에 1호점을 열며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초기에는 명동 상권 특성상 중국인 관광객 비중이 높았다. 당시만 해도 하이디라오는 ‘중국 관광객이 가는 식당’에 가까웠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 풍경은 완전히 달라졌다. 서울뿐만 아니라 부산, 제주 등 등 전국 주요 상권으로 확장하면서 현재는 전국 11개 직영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무엇보다 고객층이 달라졌다. 긴 웨이팅 줄 대부분이 한국인 소비자다.

5년 만에 8.4배. 실적 역시 빠르게 성장했다. 2020년 140억 원이었던 매출은 2024년 780억 원, 2025년에는 1,177억 원까지 증가했다. 영업이익 역시 2024년 110억 원에서 2025년 202억 원으로 85.3% 뛰었다. 단순히 외형만 커진 것이 아닌 수익성까지 개선되고 있다는 의미다.

업계 흐름과 비교하면 숫자는 더 도드라진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2025년 외식업체 경영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외식업체 평균 영업이익률은 2020년 12.1%에서 2024년 8.7%까지 하락했다. 원재료비 상승과 인건비 부담, 배달 플랫폼 수수료 증가까지 겹치면서 외식업 전반의 수익성은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물론 해당 통계는 음식점업 전체 평균이라 직영 외식 체인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분명한 사실은 대부분의 외식 브랜드가 버티기에 가까운 경영을 하는 동안, 하이디라오는 공격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매장당 매출 규모는 업계에서도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전국 수백 개 가맹점을 운영하는 대형 프랜차이즈도 점포당 연 매출 100억 원 수준을 꾸준히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하이디라오는 단 11개 직영 매장으로 이 수치를 만들어냈다.

하이디라오가 판 건 훠궈가 아니다

반중 정서에도 불구하고 중국 음식을 즐기는 것 자체는 사실 그다지 이상한 현상이 아니다. 마라탕, 마라샹궈, 양꼬치는 이미 한국인의 일상 식문화 안에 깊이 들어와 있다. 국내 어지간한 상권에는 훠궈 전문점이 몇 군데씩 있고, 가격도 하이디라오보다 저렴한 곳이 많다. 그런데 두 시간을 기다리는 건 하이디라오 앞에서다. 왜 하이디라오일까?

훠궈라는 업종 자체는 서비스 중심 경쟁에 유리한 구조를 갖고 있다. 육수와 재료, 소스를 제공하면 손님이 직접 조리해 먹는 방식이라 음식 자체의 품질 차이가 다른 외식 업종에 비해 크지 않다. 이 말은 곧, 훠궈 시장에서는 처음부터 맛 외의 다른 것이 승부를 가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이디라오 창업자 장융(张勇)은 이를 일찌감치 간파했다. ‘맛으로는 차별화가 어렵다. 서비스로 승부해야 한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회사를 키웠고, 현재 중국에서는 서비스에 불만이 생기면 “사장이 하이디라오에서 공부 좀 해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서비스의 기준점이 된 브랜드다. 하지만 서비스만으로 설명하기엔 지금의 하이디라오 열풍에는 또 다른 층위가 있다. 그건 바로 콘텐츠다.

2023년부터 틱톡과 인스타그램을 가득 채우기 시작한 영상이 있다. 하이디라오 직원이 엉덩이를 좌우로 흔들며 수타면을 돌리는 장면, 이른바 ‘나루토 춤’이다. 원래 ‘커무싼(科目三)’이라는 이름으로 중국에서 유행하던 이 춤을 하이디라오 직원들이 손님 앞에서 추면서 틱톡을 통해 전 세계로 퍼졌다. 해시태그가 붙은 챌린지 영상이 수억 뷰를 넘겼고, 한국 젊은 층에도 급속도로 확산됐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바이럴이 하이디라오의 광고가 아니라 손님과 직원이 만들어낸 현장 콘텐츠였다는 점이다.

SNS 시대의 외식 소비는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2030세대는 음식의 품질과 가성비를 따지기 이전에 희귀하거나 재미있는 콘셉트에 열광하고, 기꺼이 지갑을 연다. 식문화는 이런 콘셉트 소비가 가장 잘 접목되는 카테고리 중 하나다. 이들에게 소비는 취향을 반영한 문화적 행위이자 정체성을 표현하는 언어이며, SNS에 공유할 수 있는 브랜드를 선호한다.

이 기준에서 보면 하이디라오는 거의 완벽하게 설계된 브랜드다. 대기 시간에는 간식과 음료, 네일 케어를 제공해 기다리는 것 자체를 하나의 이벤트로 만든다. 입장 후에는 수타면 퍼포먼스, 변검술 공연, 생일자 등장 이벤트가 이어진다. 생일이라면 직원 여럿이 네온 전광판을 들고 몰려오고, 혼자 왔어도 자리 맞은편에 대형 인형을 놓아준다. 이 모든 장면이 자연스럽게 촬영되고, SNS에 올라가고, 다시 다른 사람의 방문 욕구를 자극하는 순환 구조를 만든다.

하이디라오가 정확하게 포착한 것은 현대 외식 소비에서 ‘음식의 맛’보다 ‘이 경험을 기록하고 공유할 수 있는가’가 방문 결정에 더 큰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식사의 목적지가 끼니를 해결하는 공간에서 콘텐츠가 생산되는 무대로 이동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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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은 건 싫은 거고 좋은 건 좋은 거니까

그렇다면 반중 정서는 어디로 갔는가. 사라진 게 아니라 밀린 것이다. 소비자가 브랜드의 국적을 의식하는 순간은 주로 추상적 맥락에서다. 설문지에 답할 때, 뉴스를 볼 때, SNS에서 논쟁이 불붙을 때. 반면 실제 소비 결정이 이루어지는 순간은 구체적이고 감각적이다. 지금 뭐가 맛있는지, 친구들이 어디 가자고 하는지, 인스타에서 뭐가 올라오는지. 이 두 맥락 사이에는 생각보다 큰 거리가 있다.

반중 정서가 직접적인 불매 운동이나 무역 충돌로 표출된 사례는 흔치 않으며, 오히려 소비자는 소극적으로 방어하는 형태를 취해 왔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한국 소비자는 중국산 제품을 쓰면서도 ‘중국은 싫다’는 태도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이 모순이나 위선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정치·외교적 판단과 개인의 소비 경험은 서로 다른 층위에서 작동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이디라오가 이 거리를 더욱 벌려놓은 건 철저한 현장 경험의 힘이다. 매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나올 때까지, 소비자는 중국 브랜드를 소비한다는 감각 대신 하이디라오라는 고유한 경험을 소비한다는 감각 안에 놓인다. 브랜드가 만들어낸 공간·감각적 경험이 원산지 인식을 희석시킨다.

글로벌 기준에서도 한 해 하이디라오를 찾는 손님은 4억 1,500만 명이며, 2024년 연 매출은 약 8조 2,000억 원에 달한다. 이 규모는 하이디라오가 단일 국가의 반중 정서 따위에 흔들리지 않을 만큼 이미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잡았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한국 시장에서의 성공은 단순히 규모의 문제가 아니다. 반중 정서가 세계에서 가장 강한 시장 중 하나에서, 직영 11개 매장으로 연 78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은 브랜드가 국적을 넘어서는 경험을 설계할 수 있다는 증거다.

하이디라오의 한국 성공이 보여주는 것은 단순하다. 소비자의 여론과 소비자의 행동은 다른 회로 위에서 작동한다. 여론은 정치·문화·역사 인식이 복잡하게 얽힌 추상적 판단의 산물이지만, 소비 행동은 지금 이 순간 이 공간에서 얼마나 즐거운 경험을 했느냐에 훨씬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하이디라오는 그 간극을 전략으로 만든 브랜드다. 대기 시간부터 퇴장까지의 경험 전체를 설계하고, 그 경험이 자연스럽게 콘텐츠가 되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그 콘텐츠는 또 다른 소비자를 줄 세운다. 반중 정서는 사라지지 않았고, 하이디라오 역시 앞으로도 잘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