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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쯤은 그런 공간을 지나본 적이 있을 것이다. 사람은 없는데 형광등 소리만 희미하게 울리는 복도, 문득 멈춰 선 오래된 사무실, 새벽의 학교 건물처럼 이상하리만큼 조용한 장소들. 분명 현실 속 공간인데도 어딘가 어긋난 듯한 기분, 익숙하지만 낯설고, 텅 비어 있는데도 누군가 지켜보고 있는 듯한 감각. 인터넷 도시괴담 백룸은 바로 그 설명하기 어려운 불안에서 시작된다. 2019년 익명의 게시판에서 처음 시작되어, 2022년 케인 파인스에 의해 전 세계적으로 퍼져나가 기세 좋게 영화화까지된 <백룸>. 전 세계적으로 많은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백룸>을 관람할 계획이 있는 사람들을 위해 알고 보면 좋은 개념들을 정리했다. 지금 바로 아래에서 <백룸>에 관한 모든 것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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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한 공간 백룸이란?

백룸은 현실 속에서 우연찮게 떨어지는 다른 공간으로, 누렇게 바랜 벽지와 축축한 카펫, 끊임없이 윙윙거리는 형광등 소음이 반복되는 비현실적인 장소다. 창문이나 출구 없이 비슷한 구조의 방과 복도가 계속 이어지며, 방향감각과 시간 개념이 점점 무너지는 것이 특징. 또한 백룸 속에는 정체불명의 존재 ‘엔티티’가 살고 있어 잡히면 공격 당하거나, 다른 레벨로 이동할 수도 있다. 익숙한 공간인데 이상하게 불안한 느낌을 주는 리미널 스페이스다.

유​튜브 단편에서 A24 영화화까지

백룸은 케인 파슨스가 만든 유튜브 단편 <백룸(파운드 푸티지)> 영상이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퍼져 나갔다. 블렌더 기반 CGI와 VHS 스타일의 발견 영상 연출을 활용해 백룸 특유의 리미널 스페이스와 공간 공포를 현실처럼 구현했고, ‘인터넷 호러의 판을 바꾼 작품’라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실제 공간처럼 느껴지는 카메라 무빙과 음향 디자인, 아날로그 감성의 영상미로 화제를 모았다. 이후 A24와 제임스 완 제작사 아토믹 몬스터의 주도하에 영화화가 진행됐다.

감독 케인 파인스, 누구냐 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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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인 파슨스는 케인 픽셀즈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2005년생 미국의 영상 제작자로, 16~17살에 제작했던 유튜브 시리즈 〈백룸(파운드 푸티지)〉를 통해 백룸 세계관을 대중적으로 알린 인물이다. VHS 스타일의 현실적인 공포 연출과 3D 공간 구현으로 큰 화제를 모았으며, 이후 A24와 제임스 완 제작사 아토믹 몬스터가 제작하는 장편 영화 <백룸>의 감독으로 발탁되며 인터넷 크리에이터에서 할리우드 감독으로 이어진 대표 사례가 됐다. 올해 기준 20세로, A24 역사상 최연소 장편영화 감독이다.

도시 괴담 백룸의 첫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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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익명의 게시판 ‘4chan’ 속 한 유저가 “조심하지 않으면 현실의 잘못된 틈에서 노클립되어 백룸에 떨어지게 된다…”라며 처음 올린 위 사진을 기점으로 인터넷에 퍼져 나갔다. 첫 게시글과 함께 업로드 된 장소는 2003년 미국 위스콘신의 하비타운 매장 리모델링 현장으로 추측된다. 원래 백룸은 굉장히 단순한 설정이었는데, 인터넷 유저들이 스스로 계속 세계관을 추가하면서 엄청나게 커졌다. 레벨 시스템, 엔티티, 생존 그룹, 탐사 로그, 위험도 분류 등. 하나의 원작자가 만든다기 보다는 인터넷 유저 전체가 같이 만드는 세계관이다.

어떻게 들어​가는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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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룸은 현실에서 우연히 ‘노클립’ 현상처럼 공간 밖으로 이탈했을 때 들어가게 되는 장소다. 원래 게임 버그 용어인 노클립은 벽이나 맵을 뚫고 이동하는 현상을 뜻하는데, 백룸에서는 현실의 잘못된 틈이나 오류를 통해 세계의 뒷면 같은 공간으로 떨어진다는 개념으로 사용된다. 정확한 입구나 방법은 존재하지 않으며, 평범한 복도·사무실·엘리베이터 같은 일상 공간에서 갑자기 현실감이 무너지며 백룸에 진입하는 경우가 많다.

꼭 알아​둬야 하는 개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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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ㅣ 레벨은 백룸 내부를 구성하는 층 또는 구역 개념으로, 각각 전혀 다른 구조와 분위기를 가졌다. 가장 기본이 되는 ‘레벨 0’은 누런 벽지와 형광등, 축축한 카펫이 반복되는 끝없는 사무실 형태의 공간으로, 백룸을 대표하는 이미지다. 하지만 팬덤이 세계관을 확장하면서 레벨은 단순한 사무실을 넘어 호텔, 지하철, 창고, 병원, 수영장, 도시 형태 등 수천 가지 공간으로 파생됐다. 레벨마다 구조와 위험도, 생존 가능성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백룸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끝없이 이어지는 미지의 차원이다.

엔티티ㅣ엔티티는 백룸 내부에 존재하는 정체불명의 존재들을 의미한다. 사람처럼 보이지만 어딘가 비정상적인 형태를 하고 있으며, 레벨에 따라 각기 다른 엔티티가 등장한다. 대표적으로 어둠 속에서 빛나는 웃는 얼굴만 보이는 ‘스마일러’, 짐승처럼 움직이는 ‘하운드’, 인간의 피부를 뒤집어쓴 존재인 ‘스킨 스틸러’ 등이 유명하다. 초기 백룸 설정에서는 괴물보다 공간 자체의 공포가 중심이었지만, 팬덤이 커지며 엔티티 설정도 함께 확장됐다.

리미널 스페이스ㅣ리미널 스페이스는 백룸 세계관의 핵심이 되는 개념으로, ‘익숙하지만 어딘가 잘못된 느낌’을 주는 공간을 뜻한다. 텅 빈 학교 복도, 폐점 직전의 쇼핑몰, 오래된 호텔, 새벽의 사무실처럼 현실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사람이 사라진 공간들이 대표적이다. 이런 장소는 실제로 존재하는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조용하거나 비현실적으로 느껴져 강한 불안감을 만든다.

서바이벌 그룹ㅣ서바이벌 그룹은 백룸 내부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만든 생존 집단을 의미한다. 팬덤이 세계관을 확장하면서 등장한 개념으로, 백룸 곳곳에는 탐사와 생존을 위해 조직된 다양한 그룹들이 존재한다는 설정이 생겨났다. 대표적으로 ‘M.E.G.(Major Explorer Group)’는 레벨을 조사하고 생존자들을 구조하는 탐사 조직이며, ‘B.N.T.G.’는 레벨 간 물자를 거래하는 상인 집단처럼 묘사된다. 이들은 백룸 내부에 임시 거점을 만들고 서로 정보를 공유하며 살아남기 위해 협력한다. 서바이벌 그룹 설정은 백룸을 단순 괴담에서 하나의 거대한 생존형 세계관으로 확장시키는 중요한 요소가 됐다.

어싱크 연구소ㅣ 어싱크 연구소는 케인 파인스의 백룸 세계관에 등장하는 가상의 비밀 연구기관으로, 현실 공간을 확장하거나 새로운 차원을 연결하는 실험을 진행하던 조직이다. 연구소는 ‘Low-Proximity Magnetic Distortion System’이라는 기술을 통해 공간 자체를 왜곡시키려 했고, 그 과정에서 현실 바깥에 존재하는 미지의 공간인 백룸을 발견하게 된다. 영상 속 어싱크는 1980~90년대 미국 정부와 협력하는 거대한 연구기관처럼 묘사되며, VHS 기록 영상과 탐사 로그를 통해 백룸 내부를 조사한다. 차갑고 기계적인 분위기와 정부 실험 같은 연출 덕분에, 어싱크 연구소는 백룸을 단순 인터넷 괴담이 아니라 SF 음모론 스타일의 현대 호러로 확장시킨 핵심 설정으로 평가된다.

​843평 영화 세트장에서 실제로 길 잃은 스탭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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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백룸>을 제작하기 위해 약 843평이 넘는 세트장이 실제로 제작됐으며, 끝없이 반복되는 형광등 복도와 출구 없는 구조 때문에 배우들조차 촬영 중 방향감각을 잃는 경험을 했다고 알려졌다. 이에 스탭들을 비롯해 감독 케인 파슨스 역시 인터뷰에서 “나도 몇 번 길을 잃었다”고 직접 밝히기도 했다.

9223372036854775807 레​벨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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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23372036854775807 레벨’은 컴퓨터 프로그래밍에서 사용하는 64비트 정수의 최대값을 의미하는 숫자를 가리킨다. 프로그래밍에서는 흔히 ‘Long.MAX_VALUE’라고 부르는 값인데, 백룸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방대한 공간, 어쩌면 마지막 레벨을 상징하는 은유로 사용된다. 즉, 시작점으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사실상 도달할 수 없는 공간이라는 의미이며, 백룸의 무한성과 끝없음을 강조하는 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