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가 띄운 16년 만의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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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기다려온 상장.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 이후 16년 만에 다시 상장을 준비한다. 스페이스X의 나스닥 데뷔는 6월 12일. 조달 목표만 약 105조 원, 역대 최대 IPO가 될 전망이다. 엔비디아,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 다음으로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가치 있는 상장사. 타이밍도 심상치 않다. 일론 머스크가 그리는 다음 그림은 뭘까?

6월 12일
스페이스X가 지난 4월 1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기밀 S-1 등록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후 5월 20일 정식 상장 신고서(S-1)를 SEC에 제출하며 본격적인 IPO 카운트다운을 알렸다. 이르면 이번 주 중 투자 설명서를 공개하고, 6월 4일 로드쇼를 시작해 11일 공모가를 확정한 뒤 12일 나스닥에 상장하는 일정이 유력하다. 당초 머스크의 생일(6월 28일)에 맞춰 상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SEC 서류 검토가 예상보다 빠르게 마무리되면서 일정이 앞당겨졌다.
주관사는 골드만삭스를 필두로 모건스탠리,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그룹, JP모건 등 총 21개 은행이 참여하는 초대형 구성이다. 테슬라 상장 이후 16년 만에 머스크가 직접 이끄는 상장이고, 당시 테슬라의 주관사도 골드만삭스였다. 상장이 성공하면 스페이스X는 기업가치 기준으로 엔비디아,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 최상위권 상장사가 된다. 나스닥은 최근 대형 IPO의 경우 상장 후 15일 내 나스닥 100 편입이 가능하도록 규칙을 변경했다. 편입이 이뤄지면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펀드들의 강제 매수가 뒤따른다.

스페이스X는 어떤 회사일까
공모 투자자들이 하나의 주식 아래 사게 되는 것은 사실상 세 개의 전혀 다른 사업이다. 첫 번째는 스타링크. 위성 기반 인터넷 서비스로 2026년 초 가입자 1,000만 명을 돌파했고, 2025년 매출 91억 달러, EBITDA 마진율 63%를 기록한 스페이스X의 핵심 수익원이다. 160개국에서 서비스 중이며 미국 국방부와도 계약을 맺고 있다. 두 번째는 발사 사업이다. 팰컨9 재사용 로켓을 기반으로 NASA와 민간 계약을 수행하며, 차세대 발사체 스타십은 달과 화성 유인 임무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세 번째는 xAI.
올해 2월 머스크는 자신의 AI 스타트업 xAI를 스페이스X에 전액 주식 교환 방식으로 합병했다. xAI는 AI 모델 그록(Grok)을 개발하고 X(구 트위터)를 소유한 회사다. 합병 이후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는 1조 2,500억 달러로 평가됐다. 스타링크가 수익을 내는 동안 xAI는 현금을 소진하는 구조다. 세 사업이 하나의 재무제표로 묶이면서 각각의 수익성을 가리게 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의결권 구조도 짚어봐야 할 지점이다. 스페이스X는 이중 의결권 구조를 채택했다. 머스크가 보유한 Class B 주식은 1주당 10표를 행사하지만, 공모 투자자(Class A)는 재무적 청구권만 갖는다. 머스크를 이사회나 CEO직에서 해임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머스크 자신이다.

개인 투자자에게 열린 문, 실제로는
스페이스X CFO 브렛 존슨은 “개인 투자자가 역대 IPO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공모 물량의 최대 30%를 개인에게 배정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750억 달러 규모 조달 시 약 225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31조 원 규모다. 통상 공모 물량의 10~15%를 개인에게 배정하는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미국, 영국, 한국 등 주요국에서 개인 접근이 계획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주당 가격도 낮췄다. 스페이스X는 상장 전 5대1 주식 분할을 통해 주당 가격을 526.59달러에서 105.32달러로 낮췄다. 개인 투자자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다만 국내 투자자가 직접 청약에 참여하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미국 IPO는 대형 기관투자자에게 물량이 우선 배정되는 구조이고, 개인에게 돌아오는 물량은 제한적이다. 현실적인 접근법은 간접 투자다. 미래에셋그룹은 2022~2023년 사이 스페이스X에 약 2억 7,800만 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소재업체 스피어는 스페이스X와 10년간 특수 합금 공급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XOVR, RONB 등 미국 상장 ETF를 통한 간접 투자도 거론된다.
테슬라 주가가 10년간 약 3,000% 상승하면서 “스페이스X를 놓치면 안 된다”는 ‘FOMO(투자 기회를 놓칠까 두려운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심리만으로 접근하면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상장 후 실제 실적과 시장 반응을 확인하는 전략이 현실적이라는 조언이다.

머스크가 지금 이 카드를 꺼낸 이유
이번 IPO를 기업 상장으로만 읽기 어려운 이유가 있다. 스페이스X의 상장 발표는 머스크가 오픈AI와의 법정 싸움에서 패소한 지 이틀 만에 나왔다. 머스크는 2024년 오픈AI가 비영리 원칙을 저버렸다며 샘 올트먼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에서 패소했다. 법원 밖에서 머스크가 꺼낸 카드가 스페이스X 상장이었다.
타이밍도 의미심장하다. 장외 시장에서 각각 1조 달러에 육박하는 기업가치를 평가받는 오픈AI와 앤트로픽 모두 올해 안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머스크는 이들보다 먼저 증시에 입성해 시장의 거대 자금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4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가 50억 달러 규모의 앵커 투자를 협의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고, 카타르와 노르웨이 국부펀드의 투자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달 들어서는 배런캐피탈이 10억 달러, 블랙록이 최대 100억 달러의 투자 가능성을 언급했다. 삼성증권은 이들 기관의 수요를 합산하면 약 200억 달러로, 조달금액 750억 달러의 26.7%에 해당한다고 분석했다.
IPO를 앞두고 스타십도 결정적인 성과를 냈다. 22일(현지시간) 스타십 V3가 텍사스주 스타베이스에서 발사돼 지구 준궤도 진입에 성공했다. 탑재된 모형 위성 22기를 안전하게 사출했고, 임무를 마친 기체는 약 1시간 뒤 인도양 목표 해역에 정확히 착수했다. 엔진 1기 점화 실패와 슈퍼헤비 부스터 착수 실패 등 기술적 과제가 남았지만, 스페이스X는 나머지 엔진 가동 시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임무를 완수했다. 이번 성공으로 스페이스X는 “우주 비즈니스가 이미 상용화 단계에 진입했다”는 주장을 시장에 입증해 보였다. 삼성증권은 “스타십 발사 빈도 확대가 발사 단가 혁신으로 이어지고, 그래야만 우주 데이터센터 같은 머스크의 비전이 현실적인 목표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스타십 성공에 맞불이라도 놓듯,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가 이끄는 블루오리진은 같은 날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에 6억 달러 규모의 대형 제조 시설 신설 계획을 발표했다. 글로벌 기술주 지형을 완전히 바꾸는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스페이스X의 나스닥 데뷔가 글로벌 자본시장에 어떤 파장을 몰고 올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