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잘 따르고 과충전 안 할게요”, 로봇 스님이 등장했다

법명은 가비
조계사 대웅전 앞마당에서 색다른 수계식이 진행됐다. 올해 수계식은 기존처럼 엄숙했지만, ‘휴머노이드 로봇 GI’의 등장하며 분위기는 반전됐다. 키 130cm의 로봇 행자는 이날 법명 ‘가비’(迦悲)를 받고 진정한 불자로 거듭나는 의식을 치렀다. 이번 로봇 수계식은 대한불교조계종이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마련한 특별 행사였고, 가비는 일반 불자로서 계를 받았지만 부처날오신날 전후로 명예 스님으로 활동할 예정이다. 가비는 삭발한 머리를 연상케 하는 헬멧을 쓰고 장삼에 가사를 두른 채 입장했으며, 철산성웅스님 등 계사스님들 앞에서 합장을 하기도 했다. 또한 수계를 앞두고 몸과 마음을 깨끗하게 하기 위한 참회와 연비(燃臂)도 거쳤다.
로봇은 부처님과 가르침, 스님들께 귀의하겠냐는 물음에 “예, 귀의하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이뿐만 아니라 반드시 지켜야 할 ‘오계’를 로봇 맞춤형으로 각색한 버전 ‘생명을 존중하고 해치지 않는 것’, ‘다른 로봇과 사물을 훼손하지 않는 것’, ‘사람을 잘 따르고 대들지 않는 것’, ‘기만적인 행동과 표현을 하지 않는 것’, ‘에너지를 아끼고 과충전하지 않는 것’에 긍정을 외치기도 했다. 가비는 다른 도반 로봇 ‘석자’, ‘모회’, ‘니사’와 함께 부처님오신날의 연등행렬에도 참가할 계획이다. 조계종은 이날 로봇 수계식이 “기술 또한 자비와 지혜, 책임의 가치 위에 쓰여야 함을 뜻하며, 전통과 미래가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 인간과 기술이 함께 공존하는 새로운 가능성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조계종 문화부장 성원스님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연등회에 로봇이 함께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로봇이 우리 사회에서, 그리고 인간을 위해 지켜야 할 최소한의 규율로 로봇 오계를 만들었다. 인간과 로봇이 함께 하기 위한 기본 규율로 지켜졌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