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안경 브랜드, 가메만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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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은 원래 의료 도구였다. 잘 보이지 않는 눈을 보정하기 위한 것이 시작이었고, 처음에는 무겁고 불편한 게 당연했다. 하지만 하루 종일 얼굴에 머무는 물건이 되면서 눈에 보이는 디자인만큼이나 몸이 느끼는 감각이 중요해졌다. 가볍고, 튼튼하고, 오래 써도 질리지 않는 안경. 그 기준을 만든 소재가 티타늄이고, 그 소재를 최초로 안경에 도입한 브랜드가 가메만넨(KameManNen)이다.

1917년 후쿠이의 작은 도금 공장에서 시작한 이 브랜드는 ‘거북은 만 년을 산다’는 이름처럼,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쫓는다.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100년 넘게 한자리를 지켜온 이들의 고집은 이제 전 세계 안경 애호가들의 기준이 됐다. 안경의 본질이 무엇인지 묻는 이들에게 가메만넨은 말이 아닌 품질로 대답한다.
#003 티타늄 안경
가메만넨 | 츠치야마 히로시
Chapter 1
금속 도금 공장에서 시작된 안경

가메만넨의 뿌리는 안경이 아니다. 1917년 후쿠이에 설립된 도금 공장 ‘키무라 제작’가 그 시작이다. 금속 위에 다른 금속을 겹쳐 부식을 막고 내구성을 높이는 이 기술은 훗날 안경의 수명과 마감을 결정짓는 핵심 공정으로 이어졌다. 가메만넨이 안경을 단순한 패션 아이템이 아닌 완성도 높은 금속 공예품으로 바라보는 시선은 여기서 비롯됐다.
| 구독자들에게 간단한 인사 부탁한다.
가메만넨의 대표 츠치야마 히로시(Tsuchiyama Hiroshi)다. 창업자의 뜻을 앞으로도 변함없이 지켜나가는 것, 그리고 그것을 이어갈 수 있는 회사의 체계를 만들어가는 것이 내 역할이다.
| 1917년 도금 공장으로 시작한 경험이 제품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
창업 초기부터 금속의 노후화와 부식을 연구해온 경험이 안경 제작의 기초가 됐다. 표면 처리는 단순히 외형을 위한 작업이 아니라 소재 자체의 내구성을 높이는 일이다. 이 철학이 훗날 티타늄 안경을 만드는 원동력이 됐고, 결과적으로 티타늄 안경이 고급 안경의 기준이 되는 데 영향을 줬다.
| 2차 세계대전 이후 안경 제조업으로 전환한 것으로 알고있다.
전후 복구 과정에서 생필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고, 그중 하나인 안경에 도금 기술이 절실히 필요했다. 우리가 가진 기술을 직접 활용할 수 있는 분야를 찾다 보니 자연스럽게 안경 제조로 이어졌다.
| 창업자 기무라 기쿠지로(Kimura Kikujiro)가 말한 ‘오래가는 안경’의 기준을 알고 있나.
물리적으로 견고한 것은 물론이고 오랜 시간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물건을 만드는 것이다.
|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안경 브랜드라는 수식어는 브랜드에 어떤 무게를 주는지.
자부심인 동시에 채찍이다. 기나긴 역사의 무게를 견딜 수 있는 만듦새가 항상 요구되기 때문이다.
| 도금 기술자 시절의 습관 중 지금까지 제조 공정에서 지켜지는 것이 있나.
가진 기술을 아낌없이 쏟아붓는 자세, 그리고 새로운 것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정신이다.
| 안경 제조의 중심지 사바에가 가메만넨에게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할 수 있는 일을 끝까지 깊게 파고드는 가치관이 뿌리내린 곳이다.
Chapter 2
1981년, 세계 최초의 티타늄 안경

1981년 이전까지 안경은 주로 무거운 합금으로 만들어졌다. 가메만넨은 당시 우주항공 분야에서 쓰이던 티타늄에 주목했고 결국 최초로 티타늄 안경 양산에 성공했다. 가볍고 단단하며 금속 알레르기 반응도 없는 이 소재는 안경의 정의를 다시 썼다. 놀라운 것은 가메만넨이 이 기술을 독점하지 않고 업계에 공개해, 사바에가 세계 최대의 티타늄 안경 생산지로 성장하는 데 기여했다는 사실이다.
| 가공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티타늄을 선택한 배경은 무엇인가.
가벼움, 강도, 내부식성, 피부 친화성. 기존 금속 안경 사용자들이 느꼈던 불편함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소재가 티타늄이었다.
| 티타늄 안경을 처음 세상에 내놓았을 때 시장의 반응은 어떠했나.
당시 엄청난 관심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 티타늄이 니켈, 스테인리스 같은 일반 금속보다 안경 소재로서 뛰어난 점은?
무게 대비 강도가 압도적으로 높고, 부식에 강하며, 인체에 무해한 생체 적합성을 갖고 있다.
| 어렵게 개발한 티타늄 가공 기술을 업계에 공개한 이유는 무엇이었나.
사바에 전체가 티타늄 안경 생산의 중심지로 성장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우리에게도 이롭다고 판단했다.
| 순수 티타늄과 베타 티타늄을 모델에 따라 다르게 사용하는 기준이 있다면.
용도에 따라 판단한다. 특별히 가늘고 얇으면서 강도가 필요한 부위가 아니라면 무리하게 베타 티타늄을 쓰지 않는다. 특히 템플에는 베타 티타늄 사용을 가급적 피하는 방침을 갖고 있다.
| 가메만넨의 티타늄 가공이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되는 지점은 어디인가.
뛰어난 만듦새와 철저한 사후 관리다.
Chapter 3
예쁜 색보다 오래가는 색

가메만넨의 컬러 라인업은 많지 않다. 마케팅 전략이 아니라 품질을 위한 선택이다. 정밀 공구나 금형처럼 극한 환경에서 쓰이는 제품에 적용하는 이온 플레이팅 기법으로 색을 입히기 때문에, 공정이 까다롭고 표현할 수 있는 색상도 제한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도금이 쉽게 벗겨지지 않는다. 예쁜 색보다 오래가는 색을 택한 이 결정이 안경을 오래 곁에 두고 싶은 사람들에게 신뢰를 준다.
| 이온 플레이팅 공정을 안경에 적용하기 위해 가장 공들인 부분이 있다면.
일반 도금 대비 표면 경도가 현저히 높기 때문에, 그 내구성을 안경 제조에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에 집중했다.
| 컬러 라인업이 적다는 것에 소비자가 아쉬워할 때 어떻게 설명하나.
화려함보다 내구성을 먼저 생각하는 브랜드의 의도를 충분히 설명한다.
| 안경의 색상이 착용자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데 어떤 역할을 하는지.
그 사람이 어떤 개성을 가졌는지를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것 같다.
| 도금이 벗겨지지 않는 안경을 만드는 것이 브랜드의 지속 가능성과 어떻게 연결되나.
우리는 교체를 전제로 제품을 만들지 않는다. 한 번 산 물건을 평생 쓸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 자체가 우리의 지속 가능성이다.
Chapter 4
일체형 노즈 패드가 주는 편안함

안경의 편안함은 코와 귀에 닿는 아주 작은 부분에서 결정된다. 가메만넨의 일체형 노즈 패드는 프레임 아래에서 위로 솟아오르는 독특한 형태를 하고 있다. 시각적 차별화를 위한 디자인이 아니다. 다양한 얼굴 구조를 분석해 안경의 무게를 가장 효율적으로 분산시키도록 설계한 결과다.
| 아래에서 위로 올라오는 역방향 코받침 디자인은 어떻게 탄생했나.
코받침이 렌즈 밖으로 튀어나오지 않도록 프레임을 깔끔하게 정리하면서 코에 집중되는 압력을 구조적으로 분산시키기 위함이다.
| 0.1mm 단위의 정밀한 계산이 실제 착용자에게 주는 차이는?
피팅이 제대로 이루어지면 안경을 쓰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게 되는 자연스러움이 생긴다.
| 프레임과 코받침을 일체형으로 만드는 공정이 일반 안경보다 어려운가.
공정 수가 많거나 적고의 문제가 아니다. 생산 방식 자체가 완전히 달라 고도의 기술이 요구된다.
| 안경의 무게 중심을 잡기 위해 템플 끝부분의 무게를 어떻게 조절하나.
특정 부위만 보는 것이 아니라 프레임 전체의 밸런스를 고려해 조정한다.
| 고도 근시 사용자들이 가메만넨을 선호하는 설계상의 이유가 있나.
림이 두꺼워 두꺼운 렌즈를 효과적으로 잡아주고 렌즈 사이즈를 작게 설계해 두께를 시각적으로 자연스럽게 커버해준다.
Chapter 5
로고 없는 존재감

가메만넨의 안경에는 눈에 띄는 로고가 없다. 대신 정교한 비율과 깔끔한 마감이 그 자리를 채운다. 2013년 안경 업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실모(SILMO d’OR) 어워즈 노미네이트는 이 절제된 아름다움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순간이었다.
| 2013년 실모 후보에 올랐을 때 어떤 점이 높게 평가받았다고 생각하나.
당시의 상세한 심사 기록은 남아있지 않지만, 가메만넨 특유의 정밀한 만듦새가 인정받은 결과라고 생각한다.
| 화려한 장식을 배제하고 선과 비례에 집중하는 디자인 철학의 근간은 무엇인가.
시대를 넘어 오랫동안 사랑받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는 믿음이다.
| 브랜드 로고를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이유가 있나.
로고라는 이름보다 물건 그 자체에 대한 신뢰를 중시하기 때문이다.
| 유행을 타지 않는 디자인을 만들기 위해 가장 경계하는 것은 무엇인가.
억지로 무언가를 더하려고 하지 않는 것.
|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모델은?
‘99’. 불필요한 요소를 모두 걷어낸 아주 단순한 구조지만, 그렇기 때문에 티타늄이라는 소재의 특성과 만듦새의 정밀함이 그대로 드러나는 모델이다. 말로 설명하기보다 실제로 손에 쥐었을 때 그 좋음이 자연스럽게 전해지는 안경이다.
Chapter 6
버블경제를 견뎌낸 사바에의 집념
1980년대 후반 일본의 거품 경제 시기에는 화려하고 비싼 안경이 유행했다. 가메만넨은 유행을 좇는 대신 더 튼튼한 안경을 만드는 기술을 연마하는 데 집중했다. 이후 거품이 꺼지고 저가 경쟁이 시작됐을 때도, 이들은 숙련된 장인들과 함께 높은 품질을 고수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변하지 않는 가치를 지키려는 이 집념이 없었다면, 오늘날 일본 안경이 세계 최고의 품질로 인정받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 화려한 유행 속에서도 클래식한 스타일을 고수한 이유는 무엇인가.
시대를 초월해 인정받는 고전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임무였기 때문이다. 유행에 좌우되지 않는 전통적인 가치를 지키려 했을 뿐이다.
| 거품 붕괴 이후 값싼 해외 제품이 쏟아질 때 가메만넨이 지킨 기준이 궁금하다.
창업 당시의 초심과 신념이다.
| 사바에 장인들의 고령화 문제 속에서 기술 전수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나.
기술 이전에 기술자로서의 자부심을 전하는 데 힘쓰고 있다.

| ‘Made in Sabae’라는 문구가 세계 시장에서 갖는 힘은?
구매자가 제품을 전적으로 믿을 수 있게 만드는 신뢰의 언어다.
| 100년 넘게 브랜드를 이어올 수 있었던 경영 철학은 무엇인가.
멈추지 않고 계속하는 것, 그리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것이다.
Chapter 7
100년 뒤에도 남을 안경

한 시즌 쓰고 버리는 소모품이 아니라, 10년, 20년 뒤에도 곁에 둘 수 있는 안경을 만드는 것. 가메만넨이 생각하는 진짜 안경이다. 거북처럼 느리지만 가장 확실한 발걸음으로, 이 브랜드는 지금도 안경의 본질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 100년 전 창업자가 꿈꿨던 ‘만 년 가는 안경’은 현재 어느 정도 실현됐다고 보나.
우리는 그 원대한 목표를 향해 한 걸음씩 묵묵히 나아가고 있을 뿐이다.
| 수선 서비스에 대해 브랜드는 어떤 태도를 갖고 있나.
제품을 처음 만들 때와 똑같은 책임감으로 임한다.
| 미래에 새로운 소재가 개발된다면 티타늄을 대신할 도전도 할 것인가.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으려 한다.
| 안경을 처음 쓰는 사람과 10년째 쓰고 있는 사람이 브랜드에 기대하는 것은 어떻게 다른가.
갓 결혼한 부부와 오랜 세월을 함께 산 부부의 차이 같은 게 아닐까.
| 안경을 단순한 시력 교정 도구 이상으로 사랑하는 이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그들이 우리 안경을 기분 좋게 오래 쓸 수 있도록 끝까지 함께하고 싶다.

| 마지막 질문이다. 가메만넨이 앞으로의 100년 동안 절대 바꾸지 않을 단 한 가지는.
창업자의 변치 않는 마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