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러브 마이 잡] 크리에이터, 아이디어보부상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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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LOVE MY JOB, I LOVE MY JOB, I LOVE MY JOB. 일을 사랑하게 되는 마법의 주문. 눈물 나게 힘든 순간에도 이 세 마디를 되뇌면, 맺혔던 눈물이 쏙 들어가고 다시 할 일을 하게 된다. 그렇다면 일을 사랑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아이즈매거진>에 몸담은 지도 어느덧 3년 반. 문득 근본적인 질문이 나를 덮쳤다. 그래서 누구라도 붙잡고 꼭 묻고 싶어졌다. 당신은, 당신의 일을 사랑하느냐고. 그리고 왜 사랑하느냐고.
‘두존크(두상 X나 크다)’, ‘동엽이(뭐 먹자고 하면 맨날 동대문 엽기 떡볶이만 부르짖는 사람)’. 실없는 농담을 즐기는 이들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줄임말. [아이 러브 마이 잡] 시리즈의 네 번째 게스트, 아이디어보부상 팀이 올해 초 호기롭게 내놓은 2026 신조어다. 지금 당신에게는 두 가지 의문이 먼저 들 수 있다. 첫째, 아이디어보부상이 팀이었어? 둘째, 그래서 이 사람들 직업이 뭐라고?
자, 하나씩 설명하겠다. 아이디어보부상은 손동혁, 강경완, 김하연으로 이루어진 크리에이터 크루다. 이해를 돕기 위해 크리에이터 크루라 지칭했지만, 사실상 이들을 어떻게 정의하는지는 그리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특히나 친구와 나눈 헛소리가 돈이 되고, 사랑하는 나의 직업이 되는 요즘 같은 세상에. 위트가 생존 본능인 이 세 사람을 더 자세히 들여다봐야겠다. 참고로 이 인터뷰는 아이디어보부상 팀의 의견에 따라 모두 누워서 진행했다.

|이전 인터뷰에서 평범한 직장인이었다가 재미를 쫓아 본업이 된 창작자로 변했다고 말씀하셨죠. 현재 팀원 세 분 모두 아이디어보부상이 전업이신가요? 세 분은 처음에 어떻게 모이게 되셨는지.
손동혁 네, 완전 본업으로 하고 있습니다.
강경완 제가 콘텐츠 업에서 프리랜서로 혼자 일하다 보니까 너무 외로워서, 친구들이랑 같이 일해야겠다 결심을 했어요. 주변을 둘러봤을 때 동혁이가 완전 백수여서 같이 일하자고 시작을 했는데, 처음부터 아이디어보부상은 아니었어요. 처음엔 회색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가구숍, ‘그레이 스퀘어(@gray_square_)’를 만들겠다고 인테리어 사업을 하려 했거든요. 그러려면 홍보가 필요하니까 인스타 계정을 만들고, 성수동 가서 회색 전봇대 찍고 회색 콘크리트 바닥 찍고 계속 올리고 있었는데, 그걸 보고 하연이가 DM을 보내온 거예요. 설마 오빠가 운영하는 계정이냐고. 맞다고 했더니 이렇게 인스타 계정을 운영하면 안 된다면서 알려준 거죠. 하연이가 그때 스타트업에서 커머스 일을 하고 있던 친구라 이 업계 ‘빠꼼이’였거든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합류하게 됐어요.
김하연 저는 아이디어보부상 때문에 회사를 그만둔 건 아니었고, 원래 그만둘 생각이 있어서 정리하던 과정에서 얘기를 듣고 합류하게 됐습니다. 합류하고 나서 보니까 오빠들이 회의는 안 하고 맨날 헛소리만 한 시간씩 신나게 하다가, “진짜 회의하자”고 하면 되게 힘들어하더라고요. 그래서 “너네는 좋아하지도 않고 잘하지도 않는데 이 일을 왜 하고 있냐,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찾아보자” 했고, 그렇게 아이디어보부상을 하게 됐습니다.
|전업으로 활동하고 계신다는 건 수익이 난다는 말씀인데, 수익 모델이 어떻게 되는지 간단히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김하연 처음에는 아이디어보부상 계정으로 들어오는 광고 문의들로 광고 콘텐츠를 발행했었고, 작년부터는 저희가 PD, 작가로서 유튜브에서 다른 브랜드 채널의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어요. 많은 분들이 모르시는데, 어떤 브랜드의 유튜브 콘텐츠를 저희가 기획하고 촬영하고 연출하고 편집하고 제작하는 과정들을 하고 있고, 올해도 새로 시작하는 프로젝트가 있어서 준비 중입니다.
|현재 각자의 역할 분담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궁금합니다.
강경완 역할은 뚜렷하게 구분돼 있진 않은데, 깔끔하게 정리하면 동혁이는 작가, 저는 PD, 하연이는 비즈니스 포지션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될 것 같아요. 동혁이가 아이디어를 많이 내고, 저는 그 아이디어를 어떤 형태로 제작해서 보여줄지, 전체 게시물 연출을 많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블랙페이퍼에 소속된 크루라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블랙페이퍼와는 어떻게 처음 인연이 닿아 한 배를 타게 되셨나요?
손동혁 인스타그램을 한창 운영하다가 병재 님이 저희를 팔로우를 하셨어요. 지금 대표님이신 규선 님도요. 저희 나름엔 슈퍼스타시니까 “아, 우리 이제 떴다, 인생 풀리겠다” 생각을 했는데, 한두 달 뒤에 밥 한번 먹자는 제안이 왔어요. 신나게 갔더니 대표님이 처음에 좀 놀라시더라고요. 한 명이 운영하는 계정인 줄 아시고 직원으로 고용하려고 하셨는데 3명이 나온 거예요.
김하연 대표님은 원래 한 명일 줄 알고 마케터로 고용하고 싶으셨던 것 같은데, 팀으로 있으니까 다른 형태로 아티스트 계약을 해보는 게 어떻냐고 제안해 주셔서 블랙페이퍼에 합류하게 됐습니다. 2024년 여름, 가을쯤이었던 것 같아요.
|콘텐츠 크리에이터, 인스타그램 툰 작가, 혹은 기획자 등 부를 수 있는 이름이 많습니다. 본인들 스스로는 자신을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손동혁 저는 크리에이터인 것 같습니다.
강경완 저는 PD입니다.
김하연 공식 직책은 블랙페이퍼 CP인데, 최종적으로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하고 싶어요. 지금은 그냥 크리에이터라고 하겠습니다.
|최초의 아이디어가 발현되는 과정이 궁금합니다. 저는 주로 샤워할 때 기획 아이디어가 샘솟는 편인데, 아이디어보부상 팀은 어떠신가요?
손동혁 저희는 주로 헛소리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요. 저랑 경완이가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인데, 그때부터 헛소리를 되게 많이 했거든요. “이런 거 있으면 재밌을 것 같지 않아?”, “이게 유행이래, 근데 이걸 한 번 더 이렇게 바꾸면 재밌을 것 같은데” 이런 식으로요.
강경완 보통 수다 떨다가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자동차 운전하다가 과속 방지턱에 덜컹하는 순간에 동혁이가 “근데 과속 방지턱 대신에 과식 방지턱이 있으면 어때?”라고 하면 “아, 웃기다”하고 올리는 거고, 차에서 거울 보면서 빗질하다가 불편해서 “그냥 손톱에 빗 달려 있으면 어때?” 했다가 손톱 빗 게시물이 나오고. 이런 식으로 둘이 헛소리하다가 나오는 경우가 많아요.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콘텐츠로 옮기는 과정도 독특할 것 같습니다. 아이디어가 확정된 후, 한 편의 콘텐츠가 탄생하기까지의 작업 공정은 어떻게 되나요?
강경완 아이디어가 나오면 메모장에 적어놨다가, 어떤 방식으로 보여주면 재밌을지를 고민해요. 페이크 매거진 형태, 인스타툰 형태, 포스터 형태 중에 하나를 선정해서 2~3일 내에 작업해서 바로 올리는 것 같아요.
|페이크 매거진 형태도 저는 너무 재밌게 봤는데, 영감을 받으신 매체가 있으실까요?
김하연 페이크 매거진 형식으로 게시물을 발행하게 된 레퍼런스는 진짜 <아이즈매거진>이었어요.
강경완 그리고 <아이즈매거진> 본문에 올라온 그 말투 있잖아요. 그거 솔직히 그대로 따라 하거든요.
김하연 저희가 만든 게 아닌데 “이거 아이디어보부상인 줄 알았다”는 말을 들을 때 되게 즐겁고, 반대로 저희 콘텐츠를 보고 “진짜 출시한 줄 알았다”는 반응을 받을 때도 재밌어요. 다른 채널에서 말도 안 되는 아이디어가 나왔을 때 “아이디어보부상인 줄 알았다”는 댓글 달리는 거 볼 때가 제일 흥미로운 것 같아요.
손동혁 “이게 왜 보부상이 아니야” 이런 말이 나올 때 기분이 좋습니다.
|세 명이 함께 일하다 보면 아이디어에 대한 의견이 갈릴 때도 있을 것 같아요. 누군가 가져온 아이디어가 너무 ‘노잼’일 때, 상처 주지 않고 걸러내는 아이디어보부상 팀만의 소통법이 있나요?
손동혁 “그거 재미없다”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저희가 서로 존중을 별로 안 해서, “야 그 아이디어 재미없다” 해도 “네가 재미없는 거야, 내가 맞아” 이런 식으로 대하거든요.(웃음)
강경완 서로한테 약간 엄격한 편이에요. 얘가 재미없다고 하면 안 올리고, 제 아이디어도 재미없다고 하면 안 올려요. 근데 “제발 한 번만”하면 올려주긴 해요. 그렇게 한 번 검열을 거치고 올리니까 좀 괜찮은 아이디어들이 나오는 것 같아요.
김하연 매번 마음이 상하긴 해요. 순간적으로 상하긴 하는데, 워낙 빈도가 잦아서 기억에 남는 마음의 상처가 딱히 없어요.(웃음)
|아이디어보부상만의 유머 감각과 기발함은 AI도 쉽게 흉내 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런 독창적인 기획력은 어떻게 길러지는 것이라 생각하시나요?
김하연 기획력을 키우기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는 ‘제한된 환경’인 것 같아요. 백지 상태에서 새로운 기획을 한다기보다는, 예를 들어 ‘떡볶이를 가지고 해보자’처럼 주제를 좁힌다거나, 저희가 지켜야 하는 규칙들 안에서 할 때 오히려 아이디어가 더 잘 나오고 기획까지 연결이 쉬운 것 같아요.
강경완 & 손동혁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두존크’, ‘동엽이’ 등 2026 신조어 예측 시리즈가 엄청난 화제였습니다. 다가오는 5월은 가족 모임이 많은 ‘가정의 달’이잖아요. 5월을 관통할 만한 신조어 하나만 미리 예측해 주실 수 있을까요?
손동혁 ‘어버버날’은 어떨까요? 어버이날에 뭘 할지 제대로 준비를 못해서 “어버버버” 하면서 지나가는 날.
|아이디어보부상의 아이디어가 워낙 통통 튀다 보니 협업 제안이 쏟아질 텐데, 혹시 결과 안 맞는다 싶어 거절하는 기준도 있나요? 돈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있을지.
강경완 돈보다 중요한 가치는 없는 것 같고요. 사실 결이라는 게 다 돈이 얼마냐에 따라 결정되는 거라서, 거절하는 광고는 없습니다.
손동혁 금액이 안 맞는 건 있어도.
강경완 결이 안 맞는 건 없어요. 돈이 높아지면 결이 맞더라고요, 보통. 저희가 좀 상업적인 팀이어서.
|민음사 팝업 기획안처럼 장난스럽지만 날카로운 기획들이 인상적인데요. 오프라인 이벤트나 마케팅 기획 쪽으로도 실제 수익 창출이 일어나고 있는지, 혹은 향후 계획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김하연 오프라인 공간 협업 문의가 몇 번 온 적이 있는데, 현실적인 부분에서 많이 부딪혀요. 기간이 너무 짧다거나, 아이디어를 실제로 구현하기까지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거나. 그래서 지금 당장 오프라인 협업 구조로 진행한 바는 없는데, 앞으로 의사는 있어요.
강경완 돈이 된다면 언제든지요.
손동혁 기회가 된다면.
강경완 돈이 곧 기회 아닐까요.
|최근 유튜브 채널도 ‘스튜디오 보부상’이라는 이름으로 활성화를 시키고 계신데요. 유튜브 채널의 방향성은 어떻게 될까요?
강경완 인스타그램만 할 때 항상 느끼는 건데, 코어 팬이 없다는 게 좀 아쉬워요. 인물이 안 나오고 결과물만 일방향적으로 내다 보니까 사람들이 평가하는 느낌으로 보는 것 같고요. 그래서 인물이 나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인스타 게시물 형태에만 갇히는 느낌이 있어서 영상으로 확장하고 싶은 니즈도 있었고요. 결국 이 뒤에 있는 인물들까지 유명해지기 위해 만든 채널이에요.
김하연 아이디어보부상 인스타그램 콘텐츠를 기획하는 회의 시간도 되게 재밌거든요. 이 오빠들이 되게 웃긴 사람들인데, 완성본으로만 소통해야 된다는 아쉬움이 있어서 조금 더 날 것으로 우리 모습을 보여주면 어떨까 해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그러면 하연 님까지도 출연하실 계획이신 거죠?
김하연 저는 출연하고 싶은데 자꾸 안 시켜줘요.
손동혁 아직 때가 아니야.
강경완 하연이를 위한 기획을 따로 하고 있어요. 지금은 놀이터 리뷰가 올라와 있고, 앞으로 누워서 하는 팟캐스트를 준비 중이에요. 블랙페이퍼에서 일하시는 분들, 콘텐츠 관련 분들을 게스트로 모시는 형태인데, 하연이도 거기에 출연시킬 예정이에요.
|팟캐스트 호스트는 몇 분이신 건가요? 촬영도 지금처럼 집에서 하시는지.
강경완 블랙페이퍼에서 유튜브를 하셨던 박힘찬 PD님까지 해서 3명이 호스트고, 게스트가 바뀌어가면서 발행될 것 같아요. 지금은 집에서 하고 있는데, 사람이 2~3명 나온다 하면 집이 좁아서 아마 스튜디오에서 촬영하지 않을까요.

|여기서부턴 이 인터뷰 시리즈의 공통 질문입니다. 나는 왜 이 일을 사랑하는가?
강경완 이 일 자체가 정형화돼 있지 않은 부분이 제일 마음에 들어요. ‘과식 방지턱’ 같은 헛소리를 하는 게 회의이고 일인 거잖아요. 친구들이랑 하는 헛소리 자체가 일이 될 수 있다는 게 되게 행복한 것 같아서 요즘 만족하면서 일하고 있습니다.
손동혁 업로드하면 바로 피드백이 오잖아요. 장점이자 단점 같기도 한데, 내가 한 일에 대한 즉각적인 대중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게 제가 이 일을 사랑하는 포인트인 것 같아요.
김하연 어쨌든 우리가 살면서 일을 해야 되잖아요. 하루에서 가장 많이 할애하는 시간이 일인데, 그 시간이 불행하면 삶에서 너무 큰 부분이 불행한 거니까요. 그래서 좋아하는 일을 찾으려고 어렸을 때 많이 노력했고, 지금 하고 있는 이 일은 자아 실현이나 자기 효능감이랑 연결되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사랑하고 있어요. 그리고 이 업계에 열정적이고 재미있어서 일하는 사람들이 되게 많아서, 그 옆에 있다 보니까 같이 에너지도 오르고 신나게 일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일 외에, 내가 가장 사랑하는 것.
손동혁 이렇게 같이 떠드는 친구들인 것 같습니다. 제가 원래 완전 백수였는데, 친구가 내민 손을 잡고 일을 하게 된 거라서 소중한 기회를 준 친구들이 너무 소중해요.
강경완 자유인 것 같습니다. 시간의 자유, 공간의 자유.
김하연 오버워치를 되게 좋아해서 요즘 재미있게 하고 있고, 저희 집 고양이 머루를 되게 사랑합니다. 일 외에 사랑하는 게 딱 두 개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