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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을 다루는 영화는 무수히 많지만, 패션 자체를 ‘구조’로 보여준 작품은 드물다. 2006년 개봉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그 예외였다. 이 영화는 단순히 옷과 스타일들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 벌의 스웨터와 한 컬러가 어떤 과정을 거쳐 우리 옷장에 도달하는지, 그리고 그 선택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날카롭게 짚어냈다. 패션이란 단어 뒤에는 엄청난 시스템이 있고, 그 중심에는 잡지와 에디터, 그리고 ‘미란다 프리슬리’라는 절대적인 존재가 있었다. 다시 말해, 1편에서는 패션이라는 하나의 단어를 명확하게 표현하는 데에 집중했다.

그리고 정확히 20년이 지난 지금,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는 같은 질문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던진다. 더 이상 트렌드는 한 사람에 의해 결정되지 않고, 개인들의 선택과 디지털 산업의 흐름에 따라 결정된다. ‘지금의 패션은 어떻게 작동하고 있을까’를 명확하게 짚어냈다. 이번 작품은 화려한 룩이나 헤리티지 브랜드 나열보다, 변화한 시대 속에서 패션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집중한다. 옷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달라졌다. 유행도 유행이지만 무엇보다 태도가 강조되는 지금, 영화 속 패션은 단순한 스타일을 넘어 “우리가 왜 지금 이 옷을 입고 있는가”와 같은 하나의 중요한 질문으로써 기능한다.


20년 만에 돌아온 ​2편의 줄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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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는 전 세계 트렌드를 주도해 온 전설적인 패션 매거진 <런웨이>가 급변하는 디지털 미디어 시장 속에서 예기치 못한 위기에 직면해, 이를 ‘미란다’와 ‘앤디’가 함께 해결해 나가는 이야기다. 1편이 패션 업계에 처음 들어온 앤디의 시선을 따라 ‘낯선 세계에서 살아남는 ‘앤디’’의 성장 서사를 그렸다면, 2편은 20년이 지난 지금 이미 각자의 자리에서 커리어를 쌓은 인물들이 변화한 환경 속에서 다시 관계를 맺는 내용이다.

특히, 2편은 디지털 플랫폼을 중심으로 재편된 패션 산업 속에서, 인물들이 자신의 위치와 관계를 다시 정의하는 과정에 집중한다. ‘미란다’와 ‘앤디’는 더 이상 단순한 상하 관계가 아니라, 서로 다른 선택을 해온 인물로서 다시 마주하며 같은 방향으로 나아간다. 결국 이번 이야기는 패션 세계에 들어간 사람의 성장이 아니라, 그 세계를 경험한 사람들이 변화한 시대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패션으로 바라본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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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는 단순한 속편이 아니라, 2006년 이후 완전히 달라진 패션 산업의 흐름을 반영한 작품이다. 1편이 잡지와 에디터 중심의 권력 구조를 보여줬다면, 이번 작품은 그 권력이 개인과 넓은 디지털 플랫폼으로 분산된 시대를 담아낸다. 무엇보다 중요한 변화는 패션의 역할이다. 1편에서는 캐릭터의 변화를 설명하는 도구이자 패션이라는 산업을 정의하는 단어였다면, 이번에는 이미 완성된 인물들의 정체성과 다채로워진 미디어를 담아내는 하나의 ‘언어’로 작동한다.

의상 감독은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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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의 의상 디자이너는 패트리샤 필드 (Patricia Field)다. 그녀는 <섹스 앤 더 시티>로 잘 알려진 디자이너로, 캐릭터의 서사를 스타일로 풀어내는 데 탁월한 인물이다. 실제 럭셔리 브랜드를 적극 활용하면서도 하이패션과 스트리트를 섞어, 앤디의 ‘변신 서사’를 완성했다.

2편에서는 몰리 로저스 (Molly Rogers)가 그 바통을 이어받았다. 그녀는 패트리샤 필드 팀 출신으로, 이번 작품에서 “이 인물들이 20년을 살아왔다면 어떤 옷을 입을까”라는 질문을 중심에 두었다. 그 결과 스타일은 단순한 트렌드 반영이 아니라, 시간과 경험이 축적된 형태로 진화한다. 같은 계보이지만, 해석은 완전히 달라진 셈이다. 특히 그녀의 손길이 다음으로써 ‘미란다’는 더 절제된 권력을 보여줄 수 있는 우아하지만 강한 실루엣의 착장을, ‘앤디’는 성장해 자신만의 스타일이 더해진 모습이다.

1편 vs 2편, 가장 많이 등장한 브랜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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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에서는 당연하게도 프라다. 이외 샤넬, 돌체앤가바나처럼 명확한 럭셔리 브랜드 중심이었다. 브랜드 이름 자체가 캐릭터의 위치와 성공을 설명하는 장치로 기능했다.

반면 2편은 특정 브랜드를 반복적으로 강조하기보다, 브랜드 구성에서 훨씬 더 확장된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피비 파일로, 메종 마르지엘라와 같은 브랜드와 샤넬, 디올, 발렌티노 같은 전통 럭셔리 하우스가 공존하면서 훨씬 더 입체적인 패션 세계를 구축했다. 중요한 점은 브랜드가 전면에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로고 대신 실루엣과 소재로 브랜드를 인식하게 만드는 방식이며, 이는 현재 패션 시장의 흐름인 ‘조용한 럭셔리’와 맞닿아 있다. 아무래도 ‘조용한 럭셔리’ 트렌드가 반영된 모습이 자주 보였다.

​앤디의 스타일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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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 속 ‘앤디’의 착장은 90년대 장 폴 고티에의 베스트와 팬츠. 가장 눈에 띄게 변한 것은 바로 ‘앤디’의 스타일링이다. 1편에서의 ‘앤디’는 캐주얼한 스타일에서 어쩌면 패션 매거진스러운 럭셔리 스타일링으로 바뀌는 과정을 그렸다면, 이번 2편에서는 가장 현실적인 스타일을 보여줬다. 피비 파일로(Phoebe Philo), 랄프 로렌 퍼플 라벨(Ralph Lauren Purple Label), 발렌티노(Valentino), 코치(Coach), 골든 구스(Golden Goose) 등의 브랜드를 활용해 하이패션과 실용적인 아이템을 자연스럽게 믹스한다.

테일러드 수트와 미니멀한 컬러를 중심으로 한 스타일은 안정된 커리어 여성의 이미지를 완성했고, 그녀는 더 이상 패션을 배우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기준으로 스타일을 선택하는 인물이 됐다. 특히, 스페셜 런치에서 ‘앤디’가 선택한 가브리엘라 허스트(Gabriela Hearst)의 ‘니키 패치워크 엠보러이더드 맥시 드레스’는 ‘앤디’라는 인물의 패션 스타일 성장과 확고해진 가치관을 드러냈다.  

미란다는 여전히 미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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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UNCHMETRICS/SPOT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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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란다는 여전히 패션 권력의 정점에 있지만, 표현 방식은 더욱 절제됐다. 샤넬과 디올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로고를 드러내지 않고, 구조적인 실루엣과 고급 소재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장식은 최소화되고 전체적인 스타일은 미니멀해졌다. 이는 최근 패션계의 ‘조용한 럭셔리’ 흐름과 맞닿아 있으며, 동시에 설명이 필요 없는 권력을 상징한다.

특히, ‘미란다’가 <런웨이>의 새로운 경영진과 맞서는 장면에서 그녀가 입은 재킷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그녀가 입은 태슬 의상은 바로 드리스 반 노튼(Dries Van Noten)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줄리앙 클라우스너(Julian Klausne)의 첫 25 가을, 겨울 컬렉션 피스다. 엘리베이터를 타면서 가볍게 털었을 때 태슬이 기개넘치게 흔들린다.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잊을 수 없는 피스다.  

이번 2편의 명대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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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와 그의 남자친구 대화 중, “켄달 제너? 어떻게 사람 이름이 캔들(양초)야.”

마지막 ‘미란다’와 ‘앤디’의 대사 중, “Go”

마지막 ‘나이젤’과 ‘앤디’의 대사 중, “넌 나의 영원한 앤디야”

사실상 제일 재밌는 비하인드​

DOLCEGABB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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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LCEGABBANA

- 2편에서는 다수의 하이패션 브랜드가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며, 일부 디올 커스텀 룩은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서사와 맞지 않아 편집에서 제외됐다. 이는 패션보다 이야기가 우선이라는 제작 방향을 보여준다. 또한 1편의 상징적 요소였던 ‘세룰리언 블루’가 다시 등장하며 세계관을 연결한다. 더불어 다양한 체형과 스타일을 반영해, 2006년과는 다른 패션의 기준과 다양성을 담아냈다.

- 지난 26 봄, 여름 밀란패션위크 당시 화제가 됐던 메릴 스트립, 스탠리 투치의 돌체앤가바나 쇼 참석, 그 당시의 쇼 현장이 고스란히 영화에 등장한다. 에디터도 당시 메릴 스트립의 모습을 포착했다.

-도나텔라 베르사체, 레이디 가가와 같은 셀럽 및 유명 스타일리스트 로 로치 등이 까메오로 특별 출연해, 영화를 보면서 실제 패션 업계에 종사하는 그들이 연기하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다.

-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1편은 사실 스마트폰이 등장하기 전에 개봉했다. 하지만, 이번 2편은 디지털 세대에 위협 받은 잡지사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다. 20년 사이 급격하게 변한 현재의 업계를 보여줬다.

- 영화관 스페셜 굿즈로 레드 핸드백 팝콘통을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