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으로 번진 삼성전자의 성과급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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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경기도 평택. 삼성전자 공장 앞에 노조원 4만 명이 집결했다.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달라.” 연간 170조 원대 영업이익이 예상되는 해에 나온 요구인 만큼, 계산기를 두드리면 최대 25조 원이라는 숫자가 튀어나온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R&D 투자액 37조 원과 주주 배당금 11조 원을 합친 것보다 많은 금액. 그러나 이 논쟁이 뜨거운 이유는 숫자의 크기 때문만은 아니다. 우리 사회가 오래도록 덮어두었던 불편한 질문들. 누가 이익을 나눌 자격이 있고, 그 이익은 애초에 누구의 것인가.

옆집은 7억인데 우리는?
시작은 SK하이닉스였다. SK하이닉스는 2023년 노사 합의를 통해 성과급 상한선을 폐지하고, 영업이익의 10%를 초과이익분배금(PS) 재원으로 고정했다. 2026년 초 지급된 SK하이닉스의 PS는 기본급 대비 2,964%. 연봉 1억 원 직원 기준으로 성과급만 세전 약 1억 4,820만 원이다. 증권가에서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를 200조~250조 원으로 잡으면, 단순 계산으로 1인당 평균 6억~7억 원대 성과급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후 삼성전자 내부가 흔들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대졸 신입 기준 기본급이 약 5,400만 원으로 거의 동일하다. 입사 초반에는 차이가 없지만, 성과급 산정 방식의 구조적 차이가 수억 원의 격차를 만든다. 삼성전자 DS 부문에서 10년 넘게 일한 한 연구원은 “HBM 개발에서 경영진의 소극적 결정이 지금 두 회사의 격차를 만들었는데, 그 결과를 직원이 고스란히 감당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커리어 플랫폼 사람인이 성인 2,3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입사하고 싶은 대기업 1위가 처음으로 삼성전자(18.9%)를 제치고 SK하이닉스(20%)가 됐다.

보이지 않는 사람들
삼성전자 안에서 일하는 하청업체 노동자는 전체의 21.6%에 달한다. 반도체 호황으로 공장이 24시간 가동되면서 이들의 노동 강도도 함께 높아졌다. 그러나 성과급 협상 테이블에 이들의 자리는 없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기업들은 IMF 외환위기 이후 비용 절감 차원에서 상당수 업무를 하청업체에 외주화했다. 이익 창출에는 기여하지만 배분에서는 소외되는 구조다. 하청 노동자들의 요구는 이번 노란봉투법 시행과 맞물리며 수면 위로 떠올랐다. HD현대중공업 하청 노동자들은 “똑같은 배를 만들고 똑같은 위험을 감수하는데 왜 성과급에서는 소외되어야 하냐”며 국가인권위 진정과 고용부 고발을 이어가고 있다.
‘초과이익 공유제’를 둘러싼 논의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2011년 동반성장위원회의 핵심 사업으로 추진됐지만 재계 반대로 무산됐고, 이후 ‘협력이익배분제’, ‘협력이익공유제’ 등 이름을 바꿔가며 법안이 발의됐지만 번번이 같은 벽에 막혔다. 15년째 반복되고 있는 패턴이다.

성과급은 파업의 대상이 될 수 있나
삼성전자 노조(초기업노조)는 과반 노조 지위를 확보한 상태에서 5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18일간의 총파업을 예고했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파업으로 인한 손실이 30조 원에 달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법적 쟁점도 부상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경영성과급은 쟁의 대상이 되는 임금으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임금과 성과급은 이미 전년도 임단협을 통해 윤곽이 정해진 사안이다. 협약이 유효한 기간에 중간에 요구를 바꾸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반도체라는 업종의 특수성도 변수다. 생산을 한번 멈추면 재가동 비용이 수천억 원에 달하고, 고객사 신뢰와 공급 안정성까지 흔들릴 수 있는 장치산업이기 때문.
노조 측의 논리도 명확하다. 삼성전자가 역대 최대 실적을 내는 동안 SK하이닉스로의 인재 유출은 현실이 됐고, 성과급 체계를 고치지 않으면 핵심 인력 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DS 부문 한 직원은 “지금도 입사하자마자 스터디를 조직해 하이닉스 이직을 준비하는 직원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여론은 냉담하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69.3%가 노조의 파업을 “무리한 요구 및 산업 경쟁력 약화 우려로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정당한 권리 행사로 적절하다”는 응답은 18.5%에 그쳤다. 지역과 연령을 불문하고 모든 집단에서 부정 평가가 우세했으며, 파업 시 가장 우려되는 점으로는 ‘글로벌 공급망 혼란에 따른 한국 반도체 산업의 신뢰도 하락’(33.3%)이 1위를 차지했다.
파업을 둘러싼 내부 갈등도 불거졌다. 삼성전자는 일부 직원들이 사내 근태 조회 시스템을 활용해 파업 불참자를 색출하고 집회 참여를 종용했다는 제보가 접수되자, DS 부문 전체를 대상으로 해당 기능 운영을 중단했다. 노조 미가입자 신상이 유포되는 사건도 잇따랐다. 삼성전자는 한 직원이 사내 시스템을 통해 2만 회 이상 임직원 정보를 조회한 뒤 제3자에게 전달한 사실을 확인하고 경찰에 고소했으며, 수십 명의 부서명·성명·사번·노조 가입 여부가 담긴 명단이 사내 메신저로 유포된 사건도 수사를 의뢰했다.

세금으로 키운 기업
반도체 호황의 과실은 과연 누가 나눠야 하는가. 2023년 국회를 통과한 K칩스법으로 삼성전자는 약 4조 원, SK하이닉스는 약 1조 9,000억 원의 법인세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반도체 생산시설 구축에 필수적인 전력과 용수를 지원하는 특별법도 올해 통과됐다. 국가가 기업의 투자 리스크를 세금으로 줄여준 구조다.
이를 두고 시각이 엇갈린다. 야당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는 미국 상무부가 반도체 보조금 지원 기업의 초과이익을 최대 75%까지 환수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한 것과 달리, 한국은 공적 지원의 과실이 기업 내부에만 머문다는 비판이 나온다. 반면 기업 측은 성과급 자체가 고소득 구간 누진세율이 적용되는 근로소득세 과세 대상인 만큼 세수 확대에 직접 기여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SSAFY(삼성청년SW아카데미), SK 동반성장협의회 등 기존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근거로 “이미 구조적 성과 공유를 실천하고 있다”는 입장.
학계에서는 이번 논쟁을 계기로 보다 체계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고려대 사회학과 김윤태 교수는 “기술 혁신에 대한 정당한 보상은 이뤄져야 하지만, 국민 세금으로 기업이 성장한 부분도 있는 만큼 사회에 공정하게 배분되는 것이 통합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말했다.

끝나지 않은 질문
어떤 성과급 산정 방식이 공정한가, 원청의 이익을 하청과 어디까지 나눠야 하는가, 성과급을 파업의 수단으로 삼는 것이 정당한가, 국가 지원으로 성장한 기업의 초과이익을 사회가 환수할 권리가 있는가. 우리 사회는 여전히 그 답을 찾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