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 Comment

서늘함과 뜨거움이 공존하는 기호. 실리카겔은 정규 2집 [POWER ANDRE 99]로 서사의 완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존재 이유의 자각을 얻기 위해 기약 없는 여정을 떠난 머신 보이는 과연 어디에 도달할지, 괜스레 상상력을 더해본다. 더욱 다채롭게 펼쳐질 실리카겔만의 스펙트럼을 되새기며.

｜가족처럼 느껴지는 실리카겔이지만, 인터뷰로 만난 건 처음이네요.
웅희 안녕하세요 <아이즈매거진> 가족 여러분 실리카겔입니다. 추운 겨울과 함께 새 앨범 [POWER ANDRE 99]를 들고 찾아왔습니다. 이번 인터뷰도 잘 부탁드립니다. ｜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네요. 모두가 기다리던 정규 2집 [POWER ANDRE 99]로 돌아왔어요. 매번 놀라운 음악적 확장성을 보여준다고 생각이 드는데, 이번 앨범에서 공유하고자한 세계관은 무엇인가요. 한주 2023년을 끌어왔던 [Machine Boy] 이야기의 윤곽과 자취를 탐닉할 수 있게끔 만들었어요. 그 이름이 [POWER ANDRE 99]인 것이죠. 사실 저희는 이런 이야기적 접근을 거시적인 부분 위주로 조직하는 데 힘을 쓰고, 미시적인 부분은 자유로운 해석이나 감상을 통해 끊임없이 형성되게끔 작업하는 걸 즐겨요. 앨범을 감상하신 분들이 직접 해석하고 즐길 수 있는 오픈된 이야기예요. [cycloneslider id="21311"]

Blouse - Acne Studios / Top - CHOIJAEWON / Pants - VCTR / Shoes - ASICS x Thesoloist

｜신보 [POWER ANDRE 99]는 물론, 2016년 발매된 데뷔 정규 앨범에는 '9'라는 곡이 있어요. 늘 숫자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지 궁금했어요. 한주 숫자에 의미가 있다기보다, 한국어나 영어처럼 대화에 주로 사용되는 특정 국가의 언어 외에 제목을 꾸며줄 수 있는 기호가 없을까 싶은 생각에 숫자를 종종 사용하곤 해요. 물론 'Kyo181'이라는 곡에 사용된 숫자는 제 신장에 착안하여 붙이게 된 것인데, 신장을 굳이 넣어서 의미가 있다기보단 작명 당시 마침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기호라는 생각에 넣었죠. 의미적인 접근은 아니에요. ｜이번 작업을 거치며 실리카겔을 가장 고민하게 만들었던 곡이 궁금해요. 건재 모든 곡에 동일하게 고민했어요. 그래도 굳이 꼭 꼽아야 한다면, 'Eres Tu'. 어떤 역대에서 어떤 소리를 뿜어줘야 하는지 많이 고민했습니다. 춘추 곡 단위로 고민하게 했던 것은 특별히 없어요. 모든 곡이 그 곡 나름의 이슈가 있었거든요. 작업하면서 가장 고민되었던 포인트라면 긴 호흡을 가져가는 음반이기 때문에 전체 곡들을 듣다가 지치지 않게 하기 위해, 어떻게 톤을 만들어야 할까 하는 점을 염두에 두었어요. 웅희 저는 자연스럽게 'Ryudejakeiru'를 너무 많이 듣고 너무 많이 생각했습니다. 비디오의 영향이죠.. 한주 'Juxtaposition'. 의도적이지만 악기들의 역할이 겹치고 충돌하게 조직했거든요. 그런 히스토리 속에서도 조화롭게 전달할 수 있는 배치에 신경을 썼습니다. 또 곡 후반의 반복되는 구간도 고민을 많이 했는데요. 강력한 멜로디가 분위기를 주도했던 기존의 실리카겔 음악 스타일과는 또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여러 소리를 섞어 배치하게 됐어요. [cycloneslider id="21312"]

Jacket & Pants - CHOIJAEWON / Top - CEIMOU / Shoes - MARNI

｜EP [Machine Boy]에서는 밴드의 '앙상블'에 주안을 두었었죠. 이번 앨범의 초점은 어디에 있나요. 춘추 [POWER ANDRE 99]라는 미지의 존재를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와 인상. 각 곡에 집중하는 것도 물론 재미있겠지만, 음반 전체를 하나의 덩어리로 의식하면서 작업한 것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음반 단위로 듣는 재미는 싱글로 듣는 것과 완전히 다른 몰입도를 주니까요. 어쩌면 이후에 발매될 CD나 바이닐 등의 매체를 직접적으로 사용해 들어본다면 더 집중도가 높아지지 않을까요? ｜신보는 머신 보이(Machine Boy)의 정체를 찾아 나선 실리카겔의 마지막 여정을 담았어요. 머신 보이는 결국 원하는 것을 찾고, 여정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까요. 웅희 아까 말씀드렸듯 'Ryudejakeiru'의 뮤직 비디오를 보시면 우리의 머신 보이 [POWER ANDRE 99]의 이야기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여기서 이야기하면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직접 보시고 어떤 결말인지 확인해 보시죠.(웃음) [cycloneslider id="21313"]

Jacket & Pants - XLim / Vest - CEIMOU / Top - Stylist's Own / Shoes - NEWBALANCE

｜뮤직비디오도 감명 깊게 봤어요. 이번에도 최웅희 감독님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었겠죠? 웅희 이번 정규 앨범의 더블 타이틀 중, 'Ryudejakeiru'의 감독을 맡았습니다. 선공개된 'Mercurial'로 시작해 [Machine Boy]까지 이어진 시리즈의 마지막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Ryudejakeiru'뿐만 아니라 이번에도 기꺼이 감독을 맡아준 멜트미러의 ‘APEX’에도 실리카겔의 스토리텔링과 연결되는 부분이 있으니, 그 점을 유념하며 비디오를 시청하면 더 재밌게 볼 수 있습니다. ｜지난 11월 콘서트를 통해 가장 먼저 팬들에게 신보를 선보였어요. 반응은 어땠나요. 건재 콘서트 날에는 사실 공연에 집중하느라 반응까지 살피지 못했었어요. 공연에서 해내야 할 것들의 난이도가 제 능력에 비해서 좀 높았거든요. 아무튼 콘서트 중에는 경황이 없어서, 공연이 다 끝나고 며칠 후에야 반응을 접했어요. 그래도 너무 못하지는 않았구나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관객분들이 그렇게 나쁘게 듣고 가신 것 같지는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들판을 배경으로 울려 퍼진 'Gosan'이 기억에 남아요. 정확히는 김건재의 보컬이 더해진 'Gosan'이요. 시규어 로스(Sigur Rós)가 연상되더라고요. 건재 (웃음)과찬이네요. 감사합니다. 어린 시절에는 시규어 로스를 좋아하는 만큼 자주 들었었는데, 다들 아시다시피 모창으로 불가능할 난이도의 음악이니, 딱히 의식하지는 않고 있었어요. 그냥 곡을 만들어보고 또 소리를 내어보고 하면서 제 목소리가 생각보다 높다는 사실을 알고, 자연스레 받아들인 뒤에는 그냥 그렇게 아무렇게 불러대고 있습니다. 세상의 많은 보컬리스트분들께 이 자리를 빌려 사죄드립니다. [cycloneslider id="21314"]

Jacket & Pants - CHOIJAEWON / Gloves - WINDOW 00

｜'Juxtaposition'를 연주할 때 관객들의 표정 봤어요? 콘서트의 포문을 여는 듯한 느낌의 곡이었어요. 메트로놈으로 시작되어서, 그 후로는 전자 음향들로 채워졌죠. "페스티벌 세트리스트에 넣으면 신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건재 정말 쾌(快)가 있는 소리죠. 다만 아쉬운 점은 앞서 말했듯, 콘서트에서 예민하게 연주한 곡이라서 앞가림하기 바빠 미처 관객분들을 보지 못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사죄드려요. 페스티벌 세트리스트에 넣게 된다면 어떻게 또 소리를 짜고 연주해야 할지 지금부터 대비해야겠네요. 올해 페스티벌에서도 잘 연주해 보겠습니다. 야호! ｜타이틀 곡은 'APEX'와 'Ryudejakeiru' 는 극명하게 상반된 분위기죠. 리스너들이 어떤 관점을 가지고 음악을 대하길 바라나요. 춘추 '이것도 실리카겔이고, 이것도 실리카겔이네’라는 관점? 실리카겔의 음악 스펙트럼이 크다는 점, 실리카겔이라는 틀 안에서도 꽤 다양한 요소들이 있다는 것이 전달되길 바랍니다. 볼륨을 크게 들으라는 건 제가 하고 다니는 말인데… 크게 들으면 일단 기분이 좋고요. 감각을 음악으로 덮어버리는 그 느낌을 좋아합니다. 정규 앨범의 규모인 만큼 음반 전체에 푹 빠져 보셨으면 좋겠어요. ｜9월에 라이브 방송에서 'Ryudejakeiru'를 한 소절 미리 불렀어요. 군대 시절 처음 곡을 썼고, 오랜 기간 묵혀왔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번 신보의 타이틀로 채택한 이유가 분명히 있겠죠? 한주 사실 타이틀을 포함한 대다수의 수록곡은 오랜 시간 동안 묵혀있던 걸 꺼내 재작업을 거친 결과물이에요. 'Ryudejakeiru'가 타이틀로 결정된 이유는 실리카겔 멤버들과 동료들 사이에서 가장 언급량이 많은 곡이기도 하고, 'APEX'와 더불어 더블 타이틀로 선정하면 이번 앨범 스펙트럼의 양극단을 표현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비하인드 스토리지만 처음엔 타이틀곡을 3곡에서 4곡 정도로 선정하면 어떠냐는 아이디어도 있었어요. 앨범 트랙 수가 많다 보니 표현하고자 하는 포인트가 다양했거든요. [cycloneslider id="21310"]

HANJOO Shirt - CEIMOU / Top - KANGJUNGSEOK / Pants - Off-White™ / Shoes - ASICS

CHUNCHU Jacket - KANGJUNGSEOK / Top - CEIMOU / Pants - CHOIJAEWON / Shoes - CAMPERLAB

｜이제는 조금 더 개인적인 질문들을 해보려고 해요. 진부한 질문이겠지만 영감의 원천은 어디서 나오나요. 건재 꽤 어려운 질문인데요. 사실 늘 하고 사는 생각이 '이거 해볼까? 저거 해볼까? 저렇게 써볼까? 오 이건 이런데’ 식의 생각들이다 보니까, 아무래도 눈을 감고 뜨는 생명 활동들이 모든 작업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친답니다. 이게 영감이라면 영감일까요. 악기를 새로 셋업 한 김에 곡을 쓰기도 하고, 필요하니까 곡을 쓰거나 어떤 연구를 하기도 하고, 나비의 날갯짓을 보고 청각화하기도 하고, 도통 종잡을 수 없거든요. 춘추 다양한 작품들의 크고 작은 아이디어들과 삶 주변에서 오는 인상들. 웅희 너무 다양한 곳에서 갑작스럽게 몰려와서 꼽기 쉽지 않습니다. 친구랑 수다를 떨다가 올 때도 있고, 운동 중 갑자기 올 때도 있고, 영화를 보다가 올 때도 있네요. 한주 영감의 제공처는 많지만, 저희는 각자가 영감을 합성하는 모듈이 되어 서로에게 자극을 줘요. 때로는 4인이 굉장히 독립적인 역할로 구분되어 있지만, 때로는 상황에 맞는 팀 내 로직을 만들어 작업하기도 합니다. 그런 분해와 재조립 과정에서 생기는 에너지의 발생이 영감의 원천이지 않을까 싶어요. ｜지난달에는 대만과 일본도 다녀왔다죠. 바쁜 일정 속에서도 꼭 챙기는 아이템이 있다면? 건재 시즌마다 조금씩 바뀌는데요, 거의 불변하는 것은 립밤과 보조배터리 정도요. 춘추 누워서 잠만 편하게 잘 수 있으면 되어서 딱히 없지만, 최근에는 잠옷을 꼭 챙기려고 합니다. 웅희 바쁠수록 짬 내서 운동해야 합니다. 운동복과 패션을 한 번에, 축구 유니폼!(웃음) 한주 (여권은 챙겼니) 태블릿 PC 혹은 종이로 악보나 가사를 적을 수 있도록 준비해요. 특히 비행 중에서의 시간은 예외 없이 작곡과 작사에 잠깐이라도 할애하려고 하거든요. ｜얼마 전 플레이리스트 콘텐츠를 진행했는데, 누군가 제프 백(Jeff Beck)의 곡을 추천했더라고요. 순간 "아, 이건 김춘추다"라는 느낌이 오더라고요. 정답일까요? 춘추 정답입니다. 기타리스트들에 대한 존경심이 크고, 무엇보다 제가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악기에서 어느 정도의 가능성이 나올 수 있는지 궁금하거든요. 다양한 기타리스트들의 연주에서 많이 배웁니다. 소리만 난다고 악기는 아니니까요. 미묘한 억양과 표현 방식에 따라 듣는 이에게 각기 다른 인상을 주고, 기타리스트의 관점이나 한계 같은 걸 알아보려고 많이 듣는데, 한창 제프 백에 빠져서 집중해서 들었네요. [baslider id="21"]

GEONJAY Jacket - FERRAGAMO / Top - BONBOM / Shirt - Stylist's own

｜그럼 각자 동경하는 인물을 한 번씩 말해볼까요? 건재 위인이나 어릴 적부터 뚜렷이 동경하는 개체는 없었습니다. 뭐 표상이라던가… 굳이 쥐어 짜내본다면, ‘5개 국어 정도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인간'. 각종 자료를 수집하는 데에 정말 편하고 재밌겠다고 생각하는 정도랄까요. 아니면 버섯요. 버섯 너무 좋지 않나요. 아, 꾸준히 존경하는 것들은 저희 멤버들입니다. 춘추 너무 많은데, 얼마 전에 돌아가신 기타리스트 짐 홀(Jim Hall) 선생님을 언급하고 싶네요. 이분의 합리적인 음 선택이 지혜로 느껴질 때가 많았습니다만, 수많은 영웅 중 떠나신 소식을 처음으로 접해본 경험이라 많은 생각을 들게 했습니다. 웅희 오씨즈(Osees)의 보컬 존 드와이어(John Dwyer). 한 장르의 현존하는 전설이 되는 느낌이에요. 한주 너무 많아요. 함께 활동하는 동료들에 대한 존경, 동경심이 요즘 고취되어 있어요. 뮤지션이나 작가뿐만이 아닌 스태프나 행정적인 분야에 종사하는 분들도요. 예전부터 같은 생각이긴 했지만, 최근 더 다양한 현장을 경험하며 이 산업에 종사하는 인원들이 한 사람도 제외하지 않고 모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느껴져요. ｜비단 음악뿐만 아니라 여러 방면에서 갈망이 있어 보여요. 뮤직비디오나 콘서트 연출은 물론이고, 최근에는 이름을 걸고 하이츠(HEIGHTS.)와 협업을 진행하기도 했잖아요. 건재 늘 하고 사는 생각이 '뭐하지'에 기반을 두고 있어요. 그런 것들이 어디로든 튀거나 뻗게 되고, 그런 과정들의 편린이나 족적들이 그런 갈망으로 비칠 수 있으려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또 싱거운 답변을 드리는 것 같아서 송구스럽습니다. 춘추 완전히 새롭고 전위적인 것을 갈망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다만, 우리가 좋아하는 것들을 모아서 우리식대로 섞어 버리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그만큼 저희가 클리셰와 밈에 관심이 많으니까 오히려 잘 꼬는 것 같은데 그걸 새롭다고 이야기하는 게 아닐지 라는 생각? 그 외엔 우리가 그렇게 딱히 새롭다고 생각은 안 들어요. 국내외 다른 뮤지션들도 본인들의 브랜드나 콘텐츠에 직접 참여해서 만들어 나가고 있는 건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요. 웅희 '계산해서 새로운 행위를 찾아보자' 보다는, 저희가 그쪽으로 항상 자석처럼 끌리는 것 같아요. 피곤한 스타일이죠. 한주 새로움에 대한 갈망은 당연히 크죠. 아무래도 멤버 전원이 향상심을 잃지 않으려고 하고 음악적으로나 다른 영역에서 절대 매너리즘을 겪지 않으리라는 결의도 있는 것 같아요. 실리카겔의 동료들도 저희의 그런 마음을 잘 해석해 주고 있고요. 아직도 시도하지 않은 것들이 많이 남았기에 멤버들과 시간을 두고 차차 계획을 짜보고 싶어요. [cycloneslider id="21315"]

CHUNCHU Jacket - WE11DONE / Shirt - CEIMOU / Pants - KANGJUNGSEOK

HANJOO Coat & Pants - WOOJUN JANG

GEONJAY Jacket - VCTR, WOOJUN JANG / Top - KANGJUNGSEOK / Pants - VCTR / Tie - CEIMOU

WOONGHEE Jacket - 8 By Yoox / Top - MASU / Pants - WOOJUN JANG

All Shoes - BARTACHOTOXIN

｜대중성과 예술성이 공존한다는 게 무척 어려운 거 잖아요. 요즘의 실리카겔은 무엇 하나 놓치지 않고 있는 듯해요. 건재 우선 좋게 봐주시니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다만 굉장히 어려운 주제라 조심스럽네요. 스스로를 포함해서 멤버들이 각자 무슨 생각으로 임하고 사는지 사실 모든 걸 알 수는 없거든요. 그냥 저희는 하고 싶은 것들을 하고 있는데 운이 좋은 것 같습니다. 이것이 객관화의 과정일지는 모르겠지만, 결론을 도출해야 할 때 즐거운 설전(저희끼리는 출마 선언이라고 장난스레 말합니다.)을 벌이고, 지지나 반대를 포함해 건강한 의견교류를 하고, 가끔은 맥락 없는 비난(주로 제가 하는 편)도 하고 말이죠. 여타 삼라만상 속의 집단들과 같이 평범하게 토론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춘추 실리카겔이 거듭 성장해 오는 게 멤버로서도 보이고, 저희가 나름 긴 시간 동안 활동해 오면서 저희의 성장 과정을 직접 보고 있는 입장에서는 '그게 단순히 음악의 대중성 때문일까?'라는 생각이 드네요. 저희는 그냥 예전부터 하고 싶은 것을 해오던 팀이고, 실력으로, 또 운으로 지금까지 계속해서 활동을 해오고 있다고 생각해요. 간단히 말하면 'NO PAIN'이 많은 사람의 이목을 집중시킨 건 맞지만 실제로는 시기적인, 사회적인 여러 가지 요소들이 그런 영향력과 더 크고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그것들은 우리가 컨트롤할 수 없는 요소이기 때문에 저는 딱히 대중성을 위한 생각을 해본 적도 없고, 굳이 더 할 생각도 없어요. 단지 저희가 들려주고 싶은 음악이 우리가 의도한 대로 전달되었으면 좋겠다는 기준으로 작업할 뿐이죠. 그리고 사람들은 음악을 통해서 그것을 느끼고요. 대중성이라는 건 결과에 포함될 수 있겠지만. 목표 지점이 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웅희 아까도 살짝 말씀드렸지만 저는 더더욱 이런 작업에 계산적으로 접근하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NO PAIN'이 많은 사랑을 받았을 때도 전혀 대중적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었어요. 감이 좀 없는 거죠. 한주 개인적으론 '대중성 vs 예술성'이라는 프레임 자체에 무신경한 타입이에요. 특히 ‘대중성’이라는 표현이 지금까지 어떤 의도로 사용되어 왔는지는 익히 알지만, 개인적으로는 실리카겔뿐만 아니라 차차 음악 산업에서 적확하게 사용될 수 있는 단어가 아니게 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일단 저희는 본분에 충실할 뿐이고, 기준이란 건 세월과 이념에 따라 방전 직전의 시계 초침처럼 흔들리곤 하니까요. 그런 태도로 활동하고 있어요. ｜이번 앨범을 기다렸을 팬, 그리고 새롭게 실리카겔을 접할 이들을 위한 인사로 인터뷰 마무리할게요. 건재 여러분 안녕하세요. 실리카겔입니다. 금번 발매된 저희 2집, 하고 싶은 대로 향유해주시고, 이용해 주세요. 경단이들에게 늘 너무나 감사드리옵고, 아이즈매거진 가족 여러분 환영합니다. 춘추 오랜만에 무거운 볼륨감으로 준비한 음반입니다. 이번에 준비한 거대한 세계를 충분히 즐겨주셨으면 좋겠고요. 크게 들으세요! 웅희 1집에서 2집 정말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이제 실리카겔 그리고 [POWER ANDRE 99]와 함께 세상을 또 살아봅시다. 한주 이번 앨범을 어느 장소에서 어떤 수단으로 감상하실지 모르겠지만,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방식으로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감상하신 분들끼리 자유롭게 토론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기도 합니다. 아무쪼록 좋은 시간 보내시길 바라고, 기다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https://youtu.be/VB9cyPJCtok?si=hn8ZgmjBMxMXC4Lq

실리카겔 인터뷰 “감각을 음악으로 덮어버리는 그 느낌”

내가 좋아할 만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