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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바뀌고 다시 한국을 찾은 밴드 프렙(PREP). 이들과 옛 서울의 풍경을 간직한 종로로 떠났다. 네 영국 남자가 말하는 서울 그리고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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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바뀌고 다시 한국을 찾았어요. 그간 어떻게 지냈어요?

르웰른, 기욤, 댄, 톰 잘 지냈어요. 다만 계절 감각이 점점 흐려지고 있어요. 춥고 축축한 런던에 있다가 미칠 듯 더운 동남아 지역을 돌고 있거든요. 그런데 서울에 가려고 보니 다시 외투와 장갑을 준비해야 되네요. 그래도 다시 공연을 하게 되어 기뻐요. 서울재즈페스티벌이 저희의 첫 아시아 공연이었는데, 시간이 지나 단독 공연으로 찾아오게 됐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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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방문하면 하고 싶었던 것들이 있었나요. 먹고 싶었던 음식이나 가고 싶었던 곳.

르웰른, 기욤, 댄, 톰 삼겹살이 엄청 그리웠어요. 고깃집 비닐 봉투에 코트를 넣고 앉는 순간, 행복한 시간이 시작되죠. 프라이드치킨도 먹고 싶네요. 저희는 서울의 모든 면을 사랑해요. 바, 클럽, 카페, 형형색색의 밤거리 모두요. 이토록 다양한 면모를 가진 도시가 또 있을까 싶어요. 올해 초 호텔 옆에 있는 절에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한국의 색다른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언젠가는 산에도 오르고 싶어요. 예전에 한 번 가보려다가 지하철을 잘못 타는 바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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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대한 첫인상도 궁금해요. 가장 처음 배운 한국말도요.

르웰른, 기욤, 댄, 톰 해 저물 즈음에 차를 타고 서울에 왔던 기억이 나네요. 식당 간판과 거리의 네온 그리고 술집 인테리어도 너무나 멋지더군요. 사람들도 정말 쿨하고, 옷도 잘 입고. 서울은 정말 스타일리시한 곳이에요. 아, 처음 배운 한국말은 ‘안녕하세요’와 ‘감사합니다’였어요. 지금도 계속 한국어를 공부하려 하고 있어요. 커피도 주문할 수 있고, 바나나는 노랗다고 한국말로 이야기할 수 있어요. 쓸만하죠?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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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K팝 아티스트가 있나요. 최근 관심 생긴 아티스트에 대해 소개해 본다면.

르웰른, 기욤, 댄, 톰 영국에서도 한국 음악이 점점 인기를 얻고 있어요. 솔직히 어떤 음악을 K팝이라 칭할 수 있을지는 경계가 모호해요. 그래서 죠지, 뉴진스 등 다양한 한국 아티스트의 음악을 듣고 있죠. 아시다시피, 저희는 몇몇 한국 아티스트와 작업을 한 적이 있어요. 딘이 그 시작이었죠. 이후 몬스타엑스 셔누 그리고 새소년 황소윤과도 트랙 작업을 했어요. 일본 섬머소닉 때 소윤이 저희 무대에 오른 적이 있는데요. 끝내주는 기타 연주로 무대를 찢어버렸어요. 소윤은 정말 멋진 기타 플레이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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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나먼 타국, 그중에서도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이렇게 크나큰 사랑을 받게 될 줄은 그 어떤 멤버도 예측하지 못했겠죠? 그 사실을 더 체감할 수 있는 공간이 바로 무대인 것 같아요. 한국 팬들은 프렙의 노랫소리를 다 삼킬 정도로 열정적으로 떼창하고 또 호응하잖아요.

르웰른, 기욤, 댄, 톰 우리 한국 팬들 대단해요. 노래를 정말 잘하거든요. 떼창으로 화답해 주는 게 얼마나 특별한 경험인지 몰라요. 지난 몇 년간 그 순간들이 그리웠어요. 물론, 온라인 및 가상의 대체 방안이 있기는 하지만, 모두가 같은 공간에서 같은 공기를 마시며 하나 되는 놀라운 경험은 이길 수 없어요. 한국 팬 여러분, 모두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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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내한 공연의 무대를 꾸릴 때 특별히 신경 쓰는 부분이 있었나요.

댄 지금껏 보여준 적 없는 최고의 쇼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비주얼, 조명 그리고 최고로 긴 셋 리스트까지요. 한국에서 연주한 적 없는 곡들로 꽉 채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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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밴드는 어떻게 결성되었나요.

기욤 런던에 있는 음악가 및 친구들과 교류하다 보니 밴드가 결성됐어요. 언젠가 한 펍에서 르웰린에게 밴드를 만들자고 말한 적 있어요. 그러자 “거참 재밌네, 다른 사람이랑 똑같은 대화를 하고 있었어”라더군요. 그 대상이 댄이었어요. 댄과 톰은 곡 작업을 하다 알게 됐고, 이 모두가 모여 프렙이 탄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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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프렙을 설명할 때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면 바로 ‘시티팝’이에요. 알앤비, 재즈, 소울, 훵크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프렙의 음악에는 주로 어떤 감정이 담겨 있나요.

톰 시티팝이라는 단어는 프렙과 참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제가 오리지널 시티팝을 좋아하는 이유가 있는데요. 겉으로는 밝고 낙관적으로 보이지만, 그 내면에는 멜랑꼴리한 감정이 들어있거든요. 저희 노래도 비슷한 결을 가져가려고 해요. 노래에 어떤 어두운 요소가 있든 간에 프렙의 따스한 빛이 감싸고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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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한 건 어떤 장르이든 프렙만의 색으로 소화한다는 것이에요. 이제껏 나온 음반 중 가장 마음이 가는 노래는.

르웰른, 기욤, 댄, 톰 저희 곡을 만들든 다른 노래를 리믹스하든 프렙만의 독특한 색을 가져가려고 해요. 좋아하는 노래는 항상 바뀌는데… 지금은 ‘Who’s Got You Singing Again’을 뽑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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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렙의 음악에는 음악적 장치가 빼곡히 들어가 있는 것 같아요. 그럼에도 안정감을 준다는 게 프렙만의 장점인데, 음악을 완성할 때 가장 신경 쓰는 포인트는 무엇인가요.

댄 프렙의 모든 곡을 세심하게 작업해요. 그러다 보니 작업 시간이 길어지기도 해요. 개개인별로 집중하고 있는 특정 분야가 있어요.

톰 저는 멜로디와 가사를 신경 쓰죠. 멜로디와 가사를 집중해서 듣고, 매끄러워질 때까지 조금씩 손을 봅니다.

기욤, 르웰른 프로덕션 부분에서 볼 때, 프렙의 음악은 단순히 옛 노래를 복각하는 것이 아니라, 모던하게 보이려 노력하고 있어요. 다른 아티스트들과 좀 다르게 가려 하죠. 라이브 드럼 사운드와 오래된 샘플을 섞는다든가, 신시사이저 사운드에 복잡한 재즈 코드를 넣는 등 기존 관습을 엎으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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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렙 이전에는 클래식 작곡가로 활동했어요. 지금과는 전혀 다른 장르의 음악을 하고 있는데, 어떤 차이가 있나요.

르웰른 어떻게 보면 다르다고 볼 수 있죠. 특히 시간의 관점에서요. 클래식 음악에서 시간은 꽤 유동적이거든요. 느려졌다가 빨라지는 등의 반복이죠. 반면 그루비한 음악에서는 일종의 틀 같은 게 있어요. 그 안에서 합을 세세히 맞춰야 해요. 그런데 결국 음악은 음악이에요. 베토벤과 너바나는 모두 동일한 코드와 12개의 음을 다루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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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목소리를 들고 있으면 성인 남성이 아니라 한 소년이 떠올라요. 밴드를 위해 특유의 창법을 만든 것이라고 들었는데, 어떻게 이러한 보컬을 채택하게 되었나요?

톰 맞아요. 옛날에는 지금과는 스타일이 달랐어요. 제가 처음으로 좋아했던 보컬리스트가 톰 요크, 제프 버클리 그리고 비요크 같은 사람들이었거든요. 그런데 곡 작업을 시작하고, 런던의 많은 알앤비 아티스트와 협업하면서 점점 제 목소리를 찾게 된 것 같아요. 제가 댄이랑 일을 많이 하는데, 그 친구 덕에 처음으로 스틸리 댄과 비비 콜드웰 음악을 듣게 됐어요. 제가 새로이 가사를 쓰고, 노래를 할 수 있는 어떤 지평선이 열린 느낌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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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멤버마다 뚜렷한 역할을 지니고 있어 밴드로서는 완벽한 구성을 갖춘 것 같아요. 이렇게 완벽해 보이는 프렙에게도 질투심을 유발하는 아티스트나 자극제가 되어 주는 밴드가 있나요.

기욤 물론 찾아보면 조금의 흠이 있기는 합니다. (웃음) 질투심을 유발하거나 자극제가 되는 아티스트라… 많죠. 엄청 긴 리스트를 뽑아 놓고, 저희 멤버끼리 밤새 토론할 수 있을 정도예요. 그런데 저희 네 멤버 모두 스틸리 댄이 ‘넘사벽’ 수준으로 대단하다는 것에는 모두 동의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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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가지 주목해 볼 점을 꼽아본다면, 앨범 아트워크예요. [Futures]부터 [Cold Fire], [Line by Line], [OVER] 등 다수의 작품에서 샘 콜디(Sam Coldy)와 호흡을 맞춰오고 있죠. 일관성 있게 일러스트레이션을 고수해온 덕에 또 하나의 정체성이 만들어진 것 같기도 하고요. 

톰, 댄 대단한 친구예요. 처음부터 줄곧 함께해 주었으니까요. 이 커버들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고, 이게 또 프렙의 정체성 형성에 큰 도움을 주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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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외 질문이에요. 아직도 무대 오르기 전 ‘우리 모두 준비됐나?’를 한입 모아 외치나요. 

르웰른 네. 지금도 공연 전 일종의 의식을 치르죠. 마치 영화 &lt;진실 혹은 대담&gt;처럼 조용히 한자리에 모여 ‘우리 모두 준비됐나?(Preeeeeeeep)’를 길게 속삭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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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있으면 크리스마스네요. 한 해를 어떻게 마무리할 예정인가요.

르웰른, 기욤, 댄, 톰 가족과 시간을 보낼 거예요. 맛있는 음식도 많이 먹고 분명히 &lt;나 홀로 집에&gt;를 보겠죠. 그리고 행복하게 한 해를 돌아볼 것 같아요. ‘오래전부터 상상하던 투어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구나’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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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나올 음악에 대해 귀띔해 본다면.

톰, 르웰른 내년을 기다려 주세요! 앨범 단위일지 혹은 EP 단위일지는 아직 모르지만, 몇몇 흥미로운 협업이 있을 거예요. 투어를 마치고 나면 많은 곡을 쓸 예정이고요. 그리고 내년부터 녹음을 시작하는 거죠. 아마 파리에서 작업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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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요즘 가장 많이 듣는 플레이리스트가 궁금해요.

르웰른, 기욤, 댄, 톰 보통 플레이리스트보다는 이것저것 스킵하면서 다양한 걸 들으려고 해요. 요즘은 턴테이블에 올린 음악에 손이 가요. 브랜트 페이야스나 스틸리 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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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렙 인터뷰 “서울의 모든 면을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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