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불과 열아홉 살이라는 나이에 자신의 이름을 내건 브랜드를 론칭한 시몽 포르테 자크뮈스(Simon Porte Jacquemus). 프랑스 패션계에 혜성같이 나타난 그는 영민한 전력가로 평가받으며 어느새 전 세계 패션 트렌드를 주도하는 아이콘으로 성장했다. 자크뮈스(Jacquemus)는 여타 브랜드에서 느낄 수 없는 ‘낭만’이 깃들어있다. 예상을 넘는 의외성은 이질감 없이 늘 신선하게 다가왔고, 그것이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로 굳게 자리 잡으며 매 시즌을 기다리게 하는 마력을 뿜어낸다. 전례 없는 행보로 모두를 놀라게 한 자크뮈스의 발자취. [A to Z] 25번째 주인공 '자크뮈스'의 이야기를 지금 바로 만나보자.

어린아이의 맑은 눈빛, 찬란하고 싱그러운 청춘, 삶의 지혜를 입은 노년의 주름진 초상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사랑을 그려내는 브랜드. 자크뮈스를 떠올리면 선명하고 명랑한 총천연색의 장면들로 품은 사랑이 떠오른다. 어느덧 론칭 13년 차, 이제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자크뮈스는 시몽 포르테 자크뮈스가 나고 자란 남프랑스 프로방스 지역의 정제되지 않은 무드를 고스란히 투영한 브랜드다.

자크뮈스는 명성 높은 패션스쿨의 정석 코스를 밟고 디자이너가 된 부류는 아니다. 100명 남짓 거주하는 프로방스의 한 시골 마을에서 당근과 시금치를 재배하는 부모님 밑에서 자란 자크뮈스는 어릴 적 우연히 본 장 폴 고티에(Jean Paul Gaultier)의 비디오로 하여금 패션에 눈을 뜨게 된다. 이내 자신의 미래를 확신한 그는 18세 나이로 파리에 넘어가 패션스쿨 에스모드에 입학한다. 그의 가족 중 처음으로 마을을 떠난 소년이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어머니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비보를 듣게 되고, 이 비극은 유한한 시간에 대한 자크뮈스의 집착으로 발현된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자유롭게 살고자 하는 열망으로 가득해진 그는 학교를 그만두고 패션 매거진에서 아트 디렉터 어시스턴트로 일하다 이듬해 곧장 자신의 브랜드를 론칭한다. 그렇게 모친의 처녀 시절 성 자크뮈스는 브랜드가 되어 세상에 나오게 된다. 자크뮈스 삶의 비극적인 터닝 포인트는 또 다른 출발선으로 그를 데려갔다. 예상치 못한 인생 최대의 절망을 자기 의지와 확신으로 감싸 안고, 세상과 인생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정립한 어린 청년이 꿈을 향해 맨몸으로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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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크뮈스의 미니멀리즘은 그의 가벼운 주머니 사정에서 시작됐다. 브랜드 초기, 가진 것으로 최선을 다해야 했던 그는 원하는 옷감을 찾은 후 무작정 커튼 가게에 들어가 이렇게 물었다. “제가 옷감을 가져와서 원하는 걸 만들면 얼마죠?”. 돌아온 대답은 “치마는 100유로면 할 수 있어”. 단추와 주머니를 더하는 건 돈이 많이 드는 작업이었기에 자크뮈스는 단추 없이 사이드에 지퍼가 있는 하이웨이스트 스커트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한다. 그는 의도하진 않았으나 미니멀리즘 패션이라는 타이틀을 그의 첫 작업물에 붙이게 된다.

전문적인 패션 디자인 교육은 물론이거니와 패션 비즈니스에 대한 규칙에 대한 이해도 전무했던 그에게 실전을 위한 학교가 되어준 곳은 꼼데가르송(COMME des GARÇONS)의 파리 부티크였다. 자크뮈스의 세 번째 컬렉션을 우연히 본 꼼데가르송의 창업자 레이 카와쿠보(Rei Kawakubo)는 어린 청년의 남다른 크리에이티브에 극찬을 올렸다. 이후 그의 남편이자 도버 스트릿 마켓(Dover Street Market)의 공동 창업자인 아드리안 조페(Adrian Joffe)까지 만나게 된 자크뮈스는 꼼데가르송 파리 부티크의 세일즈맨으로 일하게 해달라는 간곡한 부탁을 청한다. 이윽고 그곳에서 그는 사람들의 취향, 패션 브랜드의 운영 방법, 패션 디자인의 미학적인 관점 등을 총체적으로 학습한다. 개인 프로젝트로서의 패션 디자인 또한 멈추지 않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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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칭 3년 차인 2012년, 22세의 자크뮈스는 파리패션위크에 데뷔한 최연소 디자이너가 된다. 미성숙한 아마추어가 만든 겉멋 든 패션 브랜드, 빅 하우스 브랜드를 모방하기에 바쁜 어설픈 디자인 등 여기저기서 비판과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으나 그 모든 이야기를 꾹꾹 누르고 튀어 오른 자크뮈스의 매력은 ‘패션 디자인’ 그 이상의 세계관을 구축하고 그것을 매혹적으로 풀어낸 스토리텔링의 힘이었다. 영화와 소설, 시 한 편을 구상하듯 특정 주인공을 설정하고, 그가 좋아하는 옷과 음식 등을 상상하면서 구체적인 테마를 설정하는 것. 컬렉션을 구상하는 자크뮈스만의 방식이다. 무엇보다도 그의 모든 크리에이티브 속에는 어머니에 대한 애정과 그리움의 감정이 서려있다. 자크뮈스의 영원한 뮤즈는 그 누구도 아닌 시몽 포르테 자크뮈스의 ‘어머니’인 셈이다.

https://www.instagram.com/p/BzLjqu4jpmz/

인스타그램을 꽤나 하는 사람이라면, 자크뮈스의 인스타그램을 빼놓지 않고 봤을 것이다. 소셜미디어와 함께 태어난 세대인 자크뮈스가 론칭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SNS 업데이트였다. 특히 자크뮈스의 인스타그램은 같은 사진을 연달아 3장씩 올리는 것으로 유명했는데, 그가 직접 밝힌 이유는 꽤나 단순하다. “한 줄에 같은 사진이 있는 게 아름다워 보이지 않나요?”. 아름다움을 대하는 자크뮈스의 접근 방식은 단연코 순수하면서 동시에 영민하기까지 한다. 그러다 자크뮈스의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하루아침에 180만 명이 늘어나는 타이밍이 오게 되는데, 때는 20 봄, 여름 컬렉션 런웨이 공개 직후. 프로방스의 그림 같은 하늘 아래 흐드러지는 라벤더들 그리고 그 한가운데 놓여진 푸시아 핑크 카펫에서 캣워크를 이어가는 모델들의 모습은 순식간에 화제를 모으기 충분했다.

[cycloneslider id="15931"] 22 봄, 여름 컬렉션 ‘LE SPLASH’

푹푹 찌는 무더위도 울고 갈 만큼 청량한 비주얼을 선사했던 자크뮈스 22 봄, 여름 컬렉션 ‘르 스플래시(LE SPLASH)’. 브랜드 최초 프랑스를 벗어난 지역에서 개최된 쇼는 하와이 오아후 섬 몰리 가든스 해변을 무대로 삼았다. 모래사장 위에는 시선을 압도하는 코팔트 컬러의 카펫이 수놓아져 있었고, 하와이 태생의 스타일리스트 벤 페레이라와 디렉터 테일러 오카타의 도움을 받아 현장의 프로덕션은 모두 현지인으로 구성했다. 차분한 컬러 톤을 시작으로 계절감이 부각된 비비드한 색감에 닿기까지. 이번 컬렉션은 테크니컬한 디자인과 시원한 컷아웃 디테일이 유독 눈에 띄었고, 여러 방식의 레이어링은 자크뮈스의 미학을 고스란히 느끼기에 더할 나위 없는 예시였다. 이날 쇼에는 국내 셀러브리티 최초로 블랙핑크의 제니가 프론트 로에 입성해 더 화제가 되기도 했다.

[cycloneslider id="16100"] 20 여름 컬렉션 ‘LE COUP DE SOLEIL’

패션을 알지 못하더라도 이 비주얼은 누구나 한번쯤 봤을 것. 한 외국 매체는 자크뮈스에 대해 이렇게 정의했다. 해당 시즌은 지금의 유명세를 만들어 준 장본인이자 그의 인생 컬렉션으로 손꼽히는 명작. 매년 프로방스에서 열리는 라벤더 축제 시즌과 함께 브랜드 10주년을 기념해 탄생한 런웨이였다. 흐드러지게 핀 라벤더 밭 한 가운데 런웨이를 설치했고 선명한 보라빛 물결 가운데를 수놓은 푸시아 핑크 컬러는 그야말로 장관. 일년 중 무려 300일이나 따사로운 햇살이 비추는 발랑솔, 라벤더 로드에서 펼쳐진 런웨이는 ‘내리쬐는 태양’을 타이틀로 삼았다. 워낙 이슈를 몰고 회자된 만큼 자크뮈스가 영감의 소재로 활용한 그림도 화제였는데 이는 다름 아닌 호크니의 작품 ‘East Yorkshire’. 다채로운 컬러웨이와 아름다운 실루엣이 어우러진 환상적인 컬렉션은 공개된지 하루만에 자크뮈스 인스타그램 180만 팔로워를 낳으며 그 위력을 느끼게 했다. 한국 모델로서는 유일하게 참여한 정호연의 존재감이 드러나기도 했다.

[cycloneslider id="16123"] 19 가을, 겨울 맨즈 컬렉션

마르세유 해변에서 첫 맨즈 컬렉션을 성공적으로 선보인 자크뮈스는 다음 시즌 두 번째 맨즈 컬렉션을 위해 마르세유 정반대 편에 위치한 몽펠리에의 작은 시골 마을로 향했다. 푸르른 해변에서 낭만을 노래했던 그가 좀 더 현실적인 무언가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으로 구상한 19 가을, 겨울 맨즈 컬렉션은 프랑스 남성의 전통적인 워크웨어에서 영감을 받았다. 다시 말해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사람이라든지, 가축을 키우는 사람 또는 농사를 짓는 사람과 같이 그들이 입는 옷에서 출발한 아이디어. 특히 거친 이미지를 지닌 워크웨어에 자연에서 추출한 컬러들로 소프트한 무드를 주입함과 동시에 자크뮈스의 장기인 컷오프나 패널 디테일을 또다시 워크웨어 감성으로 풀어내면서, ‘Back to Reality’라는 메시지 그리고 ‘자크뮈스식 맨즈웨어’라는 타이틀을 증명했다. 전원적이고 시골스러운 주제인 만큼 자크뮈스는 이 컬렉션이 일반적인 패션쇼로 공개되기를 원하지 않았다. 그와 모델들은 하얀 트럭을 타고 몽페리에 평원에 도착해 갤러리를 한 바퀴 돈 후 빵과 치즈, 커피가 놓인 평범하고 소박한 테이블에 앉아 아침식사를 했다고.

[cycloneslider id="16144"] 16 가을, 겨울 컬렉션

"패션 시장에 산업은 줄어들고, 시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낭만과 이상을 꿈꿨던 자크뮈스가 그의 나이 26세 떄 선보인 16 가을, 겨울 컬렉션으로, 자크뮈스는 이를 통해 90년 대생인 자기 또래들에게 첫사랑과 같은 풋풋한 어린 시절의 향수를 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압도적인 오버사이즈 숄더와 과감하게 떨어지는 컷 아웃, 기하학이면서 평면적인 실루엣 등 마치 색종이를 접고 오린 듯한 장난스러운 장치를 보고 있으면, 노련함은 비교적 부족해 보일지언정 그때만이 유일하게 시도할 수 있었던 자크뮈스의 실험적인 패션을 엿볼 수 있는 시즌이 아닐까 싶다. 반대로 자크뮈스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그 특유의 재치 있는 컬러 사용법은 이때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었음을 선연히 보여준 컬렉션이기도.

JACQUEMUS

'패션은 시'라고 표현하며 패션 디자이너인 자신을 시를 판매하는 사람이라 정의하는 자크뮈스. 패션으로 낭만을 이야기하는 음유시인 자크뮈스는 시적 감성을 얻는 소재로 아름다운 자연을 찬미한다. 그리고 그를 토대로한 캠페인은 새로이 전개되는 시즌에 드라마를 더한다. 알록 달록한 무지개를 닮은 야채와 과일, 황홀한 일몰의 잔상, 햇살이 부서지며 만든 해변의 반짝임. 도시와는 한참 멀리 떨어진 자연에서 볼 수 있는 순간을 담은 그의 이미지가 주는 인상은 도시 생활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활력을 주니까. 포토그래퍼와 모델, 공간이 모두 세팅 되어야 캠페인 비주얼을 만들 수 있다라는 일반적인 공식을 탈피해 흘러가는 이미지, 핸드폰으로 툭툭 촬영해낸 이미지들은 그의 컬렉션이 더욱 자연스럽게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음에 한 몫 했다. 디자인과 스타일링은 물론 필름 메이킹과 공간 디자인에 적극 참여하며 다수의 역할을 소화해내는 그의 손에서 탄생한 유수의 캠페인 비주얼. 이미지 창작에 있어서도 남다른 재주를 보여준 그의 비주얼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몇 가지를 아래에 모아봤다.

[cycloneslider id="16101"] 16 가을, 겨울 / LA RECONSTRUCTION

브랜드가 탄생하고 얼마 되지 않아 공개된 16 시즌 비주얼. 세탁소에서나 볼 법한 빨랫줄을 메인 오브제로 활용했다. 재건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해당 캠페인은 다양한 사람과 다양한 옷, 그들을 모아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의미를 표현한 것. 어려서부터 줄빨래를 좋아했다는 그의 어린 추억 따라 프랑스 남부 그의 고향 집 근처 볕이 잘 드는 공간에서 촬영됐다.

[cycloneslider id="16103"] 20 여름 / JACQUEMUS AT HOME

코로나19로 사람들의 소통이 단절되자, 많은 브랜드가 각자의 집으로 향했다. 자크뮈스도 이 행렬에 동참했다. #JACQUEMUSATHOME을 테마로 삼으며 다양한 모델들이 직접 자신의 공간에서 자크뮈스의 새 시즌 아이템을 소화한 것. 브랜드의 인기를 실감케하듯 유수의 아티스트와 셀럽의 해시태그를 거쳐간 뒤, 자크뮈스는 그의 본가로 향했다. 그리고 그의 외할머니를 새 시즌 캠페인 피사체로 삼았다. 젊은 나이에 불의의 사고로 친모를 잃었던 자크뮈스에게 엄마와도 같은 존재였던 외할머니. 자크뮈스의 카메라 앞에 선 그녀는 꾸밈없는 미소와 한없이 자연스러운 에티튜드를 드러냈다. 애정을 담은 그의 시각이 관철되어서 일까. 보는 내내 왠지 모를 행복감을 선사하는 비주얼로 대중을 웃음짓게 했다.

[cycloneslider id="16102"] 20 가을, 겨울 / L’ANNÉE 97

20 가을, 겨울 컬렉션 캠페인은 자크뮈스 다운 재기발랄한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화이트 호리존을 사용했지만, 새로운 구도와 과감한 앵글을 감도 높게 활용한 비주얼이 인상적이었던 것. 레트로한 무드가 드러나는 헤드셋, 핑크 스포츠카, 요요, 가방 자판기 등 키치한 오브제들이 눈에 띄었다.

[cycloneslider id="16104"] 21 봄, 여름 / L’AMOUR

실제 동성 연인과의 사랑을 거짓 없이 드러내며 퀴어에 대한 목소리를 높여왔던 자크뮈스. 이 따뜻한 마음을 비주얼로 품어낸 시즌이 있었다. 커플의 다양한 모습을 그렸던 21 봄, 여름 시즌 캠페인. 사랑은 더 이상 이성 간의 전유물이 전부가 아니라는 그의 확고한 생각이 드러났다. 그에 레즈비언, 게이 커플이 등장했고 컬렉션 보다도 그들의 진중한 모습에 더욱 집중하게 했다.

[cycloneslider id="16105"] 21 겨울 / FAMILY LOVE

단란한 가정의 모습을 포착한 21 겨울 캠페인. 자크뮈스는 이를 위해 하와이로 향했다. 여러 세대에 걸친 어머니, 아버지, 형제 및 자매 가족 구성원이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브랜드의 새 컬렉션 La Montagne을 소화했다. 남녀노소 구분없이 매치한 룩은 모두에게 컬렉션을 즐길 권리가 있다는 무언의 메시지도 함께 담은 것. 이때의 인상이 깊게 남은걸까. 하와이는 다음 런웨이 ‘LE SPLASH’의 배경지가 되기도 한다.

[cycloneslider id="16106"] 21 홀리데이 / KIDS

자크뮈스 만큼 핑크에 진심인 브랜드가 있을까. 벌써 숱한 컬렉션을 핑크에 초점을 두어 전개해왔다. 그것이 적극 발휘되었던 시즌을 꼽아본다면 지난 21년도 홀리데이를 꼽을 수 있겠다. 핑크를 테마로 무려 두 번에 걸쳐 컬렉션을 내놓았기 때문. 그 중에서도 눈에 띄었던 비주얼은 브랜드가 선보이는 첫 번째 공식 키즈 컬렉션으로 비주얼 자체에서도 처음으로 아이들을 포착한 캠페인이었다. 키즈 룩이 이토록 스타일리시할 수 있을까. 3세에서 10세를 위한 의류는 톤온톤으로 완성한 갖가지 핑크 어패럴와 액세서리, 아이템을 활용해 화사함의 극치를 이룬 올핑크룩이 관전 포인트다.

어렸을 때부터 남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기를 원했던 자크뮈스. 그래서인지 그는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에 서슴지 않는다. 자크뮈스의 성공 요인 중 하나라고도 할 수 있는 그의 SNS를 보면 그렇다. 브랜드 마케팅과는 일절 관계없어 보이는 일상, 애인과 함께하는 여름휴가, 최근 방문한 숙소와 식당 등 보통 인스타그램 사용자들이 업로드하는 것만큼 날것 그대로의 사진을 공유하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기에. 여느 브랜드들과 달리 매번 광활한 대자연을 컬렉션 무대로 두는 것도 그가 지향하는 삶과 어린시절부터 구축해 온 라이프스타일에서 비롯된 게 분명하다. 몽상가가 되기를 바랐던 한 소년이 마침내 그 꿈을 이뤄냈음을, 지금 자크뮈스의 위치 태그를 따라 두 눈으로 확인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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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마르세유

자크뮈스의 SNS를 떠올렸을 때 첫 번째로 생각나는 장소는 바로 프랑스 마르세유다. 그가 나고 자란 곳인 이곳은 그에게 상상 이상의 의미를 지닌 곳이자 세상의 그 어떤 도시보다 가장 사랑하는 곳이다. 마르세유를 배경으로 한 셀피를 자주 올리는 만큼 그는 여유 시간이 날 때마다 마르세유에서의 휴가를 즐기고, 동시에 컬렉션에 대한 영감을 얻기도 한다. 특히 2년 전에는 직접 마르세유 카페와 맛집, 숙소, 쇼핑 플레이스 등을 소개하는 ‘MON MARSEILLE’ 시티 가이드를 공개하기도 해 마르세유를 향한 그의 애청을 더욱이 드러낸 바 있다. 사진 속 그의 해맑은 미소처럼 온통 따사로운 햇살과 긍정의 기운을 품고 있는 마르세유의 일부분을 위에서 감상해 보자.

[cycloneslider id="16149"] 프랑스 싸니으 호

이곳은 작년 여름 자크뮈스가 애인과 함께 다녀온 프랑스 호수, 싸니으 호. 프랑스에 이렇게 아름다운 호수가 있는지 자크뮈스의 위시태그를 통해 또 하나 알게된다. 사진과 같이 자연을 제외하고는 어떠한 것도 찾아볼 수 없는 프라이빗한 공간으로, 빽빽하게 우거진 나무 밑에서 잠시 뜨거운 햇빛을 피해 한적하게 여유를 즐기기 좋다. 다만, 이곳을 찾아 들어가는 길은 다소 러프한 비포장 도로로 이루어져 있어 오프로드 차량이나 오토바이를 이용하는 게 안전하다고 한다. 자크뮈스를 따라 잠시 세상과 단절되어 평화의 순간을 마주하고 싶다면 반드시 저장해 두길.

[cycloneslider id="16145"] 프랑스 테울 쉬르 메르

프랑스 지중해 연안의 작은 마을 테울 쉬르 메르에 자리 잡은 대저택, 이름하여 '버플 팰리스'는 피에르 가르뎅(Pierre Cardin)의 친구이자 세계적인 건축가 앙티 로바그(Antti Lovag)가 설계한 곳으로, 집이 완공되기 전 친구가 사망하자 피에르 가르뎅이 이어받아 마지막 여생을 보낸 저택이다. 이후 크리스티 경매에 오르기도 했으며, 한때 4억 5천 5백만 달러 매매가를 불러 유럽에서 가장 비싼 건축물 리스트에 기록되기도 했다. 또한 2016 디올 크루즈 쇼 배경을 장식하며, 디올 수석 재단사 출신이었던 피에르 가르뎅은 자신의 저택에서 펼쳐지는 라프 시몬스(Raf Simons)의 컬렉션을 지켜봐 화제를 모으기도. 자크뮈스는 테마파크를 방불케하는 버블 팰리스의 곳곳을 포착해 자신의 SNS에 업로드하며 이곳, 그리고 피에르 가르뎅에 대한 그리움을 깊이 표한 바 있다.

[cycloneslider id="16146"] 스페인 마요르카

자크뮈스가 자주 방문하는 곳 중 하나 스페인의 마요르카 섬. 에메랄드빛 해변으로 유명한 이곳은 스페인에서 가장 큰 섬으로 오래전부터 유럽 귀족 왕실의 휴양지로 알려져 있으며, 따스한 기온과 천혜의 자연환경으로 많은 이들의 허니문 플레이스로 각광받고 있다. 자크뮈스 역시 애인과 여름휴가를 이곳에서 보내기도 하였는데, 숲속에 풀장이 자리한 숙소를 통째로 빌리기라도 한 양 둘만이 전부인 곳에서 독립적인 시간을 보낸 모습이 역력하다. 모두가 꿈꾸는 달콤한 휴양의 한 장면을 너무나도 아름답게 담아낸 자크뮈스의 사진들을 보고 있으면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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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시칠리아

이탈리아 남쪽에 있는 지중해 최대의 섬인 시칠리아는 투명하고 맑은 바다, 싱그러운 자연, 고대 유적 등이 어우러져 신비로운 풍경을 자아내는 곳이다. 자크뮈스는 시칠리아의 레알몬테 해변에 있는 절벽, '터키인의 계단'을 찾았는데, 해안가 끝에 위치한 이 석회암 절벽은 예전 터키 군대가 시칠리아를 침공할 때 이곳을 거점으로 삼아 지어진 이름이다. 백색의 석회암 지대는 마치 새하얀 눈밭에 서 있는 듯한 경이로움을 전하며, 해가 수평선까지 내려가는 아름다운 순간을 두 눈으로 포착하기 좋은 장소라고 한다. 절벽에 다다르는 순간보다 해안가를 따라 그곳을 찾아가는 과정이 더 재미있다는 후문이 있기도.

‘발칙한 상상력’. 자크뮈스의 행보를 아우르는 말이다. 그의 발칙함은 오프라인 이벤트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매번 신선함을 선사하는 것은 여간 쉽지 않은 일. 하지만 자크뮈스는 ‘도전의 대명사’로 불릴 만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엄청난 강단이 있다. 특별한 반전을 꾀하거나 빙빙 돌려 꼬지 않고 정공법으로 메시지를 던지는 것을 선호하는 자크뮈스. 단순함에서 오는 행복을 즐길 줄 아는 그답게 오프라인 공간은 브랜드 특유의 감성으로 가득 채워진 점이 인상적이다. 자크뮈스가 선보였던 ‘Enjoy’한 소식들을 아래에서 확인해 보자. [cycloneslider id="16025"] ‘라 몽타뉴’ 팝업 스토어

지난해 10월, 국내 처음으로 선보인 자크뮈스 ‘라 몽타뉴(La Montagne)’ 팝업 스토어. 10 꼬르소 꼬모 서울 청담점 3층에서 진행됐던 팝업 스토어는 21 가을, 겨울 컬렉션의 주제인 ‘라 몽타뉴’를 테마로, 당시의 쇼장을 함축한 공간 디자인이 단연 눈길을 끌었다. 남성과 여성 컬렉션뿐만 아니라 토트백, 숄더백, 미니백 등 베스트셀러로 꼽히는 가방 컬렉션을 직접 눈앞에서 만나볼 수 있었던 기회. 특히, 자크뮈스 온라인 스토어에서만 구매할 수 있었던 네이비, 그레이, 핑크 컬러의 로고 후디도 한정 수량으로 판매되어 국내 마니아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기도 했다.

[cycloneslider id="16027"] ‘24/24’ 팝업 스토어

무인 자판기에서 영감받아 꾸려진 자크뮈스 ‘24/24’ 팝업 스토어는 타이틀에서 엿볼 수 있듯 단 24시간 동안만 문을 여는 이벤트성 팝업이다. 오와열을 맞춘 캐비닛으로 가득 채워진 매장 내부에는 소비자가 직접 카탈로그를 확인할 수 있도록 디지털 스크린을 설치했으며, 구매를 결정을 마친 소비자는 카드로 결제한 후 직접 캐비닛에서 제품을 수령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무엇보다도 이 팝업의 특징은 한 가지의 컬러를 테마로 설정했다는 점인데, 파리는 핑크를 밀라노는 화이트를 키 컬러로 잡아 이와 일맥상통하는 제품 라인업을 구성했다.

[cycloneslider id="16034"] 카페 ‘시트론’ & 레스토랑 ‘울상’

자크뮈스의 세계관이 F&B 영역으로 확장된다면 어떤 느낌일까. 그가 론칭한 카페 ‘시트론(Citron)’과 레스토랑 ‘울상(Oursin)’을 들여다본다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자신의 크리에이티브를 다양한 영역해서 보여주고 싶다는 바람에서 비롯된 이 두 스팟은 지난 2019년, 파리 쇼핑의 성지 샹젤리제 거리에 위치한 갤러리 라파예트에 들어섰다. 이름에 걸맞게 유자와 레몬 나무를 심은 화분들로 가득한 카페 ‘시트론’은 페이스트리 파티시에로 저명한 세드릭 그롤레(Cedric Grolet)와 함께 다채로운 디저트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이국적인 풍취가 인상적인 레스토랑 ‘울상’은 감각적인 세라믹 장식을 인테리어의 포인트로 내세웠으며, 싱싱한 지중해식 해산물 요리를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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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워숍 팝업 ‘LES FLEURS’

자크뮈스는 팬데믹이라는 거센 폭풍우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암울한 상황에 개의치 않고 이 시기를 기회로 삼아 특별한 팝업 플라워숍을 오픈한 것. 자크뮈스는 해당 팝업에 대해 "나는 항상 꽃에 대해 열정적이었고, 컬렉션을 만들 때 꽃에 지속적으로 영감을 받아왔다."라고 언급하며, "팬데믹 시기에 옷 이외의 것을 공유하고 싶었다"라고 전했다. ‘LES FLEURS’라는 타이틀의 팝업은 그와 평소 친분이 있는 프랑스 남부의 꽃집 ‘LES FLEURS DE PAUL’과 손잡고 형형색색의 라넌큘러스를 조합한 꽃다발을 선보였다. 단연 눈에 띄는 부분은 꽃다발을 감싼 원단이었는데, 이는 지난 컬렉션의 남은 원단을 사용한 것으로 환경에 대한 책임감을 은은하게 녹여 찬사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A to Z] 자크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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