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1 style="text-align: center;">Editor Comment</h1>
그가 뮤지션으로서 많은 걸 이뤘다고 한들 영화 속 음악, 영화 속의 모든 사운드를 결정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레이가 작업한 영화 &lt;발레리나&gt;의 소리는 우리가 기대한 그 이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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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아이즈매거진&gt;과 첫 인터뷰네요. 반갑습니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요?
안녕하세요. 그레이입니다. 행사장에서 자주 뵀던 것 같은데, 이렇게 인터뷰로는 처음 인사드리네요. 코로나 여파가 잦아지면서부터 감사하게도 공연들이 부쩍 많아졌는데요. 올해 초에는 AOMG 월드투어로 아시아 유럽 팬분들을 만나고, 워터밤도 10개 도시를 맡아 공연했네요. 특이점이라면, 영화 &lt;발레리나&gt;의 음악 감독을 맡게 되어, 작년 말부터 올해 5월까지 반년간은 영화 음악 작업에 몰두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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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도전한 일인 만큼 공부도 많이 하셨을 것 같아요. 작업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 어떤 것들을 준비하셨는지 궁금합니다.
해외&middot;국내 영화음악을 하시는 감독님들, 작곡가분들의 인터뷰 및 작업기들을 공부하듯이 찾아봤어요. 음악감독님 별로 영화들을 많이 보기도 했고요. 스타워즈 시리즈인 &lt;만달로리안&gt;의 메이킹필름을 봤는데요. 러드윅 고랜슨(Ludwig Goransson) 음악감독님이 촬영 현장에 계신 존 패브로(Jon Favreau) 감독님에게 찾아가 테마 음악을 들려주고, 감독님은 그 음악을 듣고 영감을 받으시는 영상이었어요. 음악이 촬영 현장에 영감을 불어놓아준 거죠. 이런 프로세스들을 찾아보고 영감도 많이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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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어떤 컨디션으로 작업에 임했는지도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음악은 영화의 후반작업에 속합니다. 크랭크업 후 가편집본이 나오면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음악 작업에 들어가요. 저는 작년 6월 크랭크인 전에 시나리오와 대본을 읽고 떠오른 감정과 상상으로 &lt;발레리나&gt;를 위한 테마들을 6개 정도 만들었죠. 그리고 이충현 감독님께 그 곡들을 전송했어요. 꽤 떨리는 순간이었는데, 감독님과 제작진분들이 너무 좋아하셨어요. 그중 한 곡은 극 중 발레리나 무대 안무를 위한 노래로 쓰였어요. 노래에 맞춰 촬영 전에 안무를 짠 거죠. 최종 편집 무드와는 맞지 않아서 결국 영화에 쓰이진 않았는데, 그 곡이 발레리나 장면 연출에 영향을 주게 되어 기분이 좋았어요. 촬영 전 미리 만들었던 곡들 중 다른 하나 'BLOOD ON MY HANDS'라는 곡은 3가지 편곡 버전으로 나오는데요. 영화의 가장 중요한 테마곡이에요. 감독님도 이 곡들을 들으시고 작품의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이 됐다고 하셨어요. 음악이 영화의 후반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닌, 현재진행형으로 영향을 끼친 순간이었던 거죠. 그 뿌듯한 감정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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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는 의뢰를 받거나, 누군가를 떠올리면서 곡 작업을 했다면 이번에는 배우들의 연기, 관계, 상황 등 수많은 요소들을 고려하면서 작업했을 텐데요. 어떤 점이 달랐나요?
음악을 낼 때 혹은 다른 아티스트들의 음악을 만들 때는 음악이 먼저 나온 다음 음악에 맞게, 음악을 위해, 가사 키워드나 주제, 무드에 맞는 쪽으로 음악 제작팀들과 회의를 하고 뮤직비디오를 찍고 아트워크를 만들었어요. 물론 이미지 요소를 떠올리며 먼저 콘셉트를 잡고 작업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음악만 잘 나오면 그것들은 따라오게 돼 있어요. 뮤지션들에겐 무엇보다 좋은 음악을 만드는 일이 앞서죠. 그런데 영화음악은 영화를 위한 음악이기 때문에 영화와 음악이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앞서가서도 안되고 가려운 곳을 긁어주지 못하는 느낌도 안되죠. 영화의 장면 장면과, 전체적인 스토리의 기승전결을 고려해서 감독의 의도에 부합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물론 특정 씬에서 음악이 압도한다는 느낌을 받아보셨을 텐데요. 그런 것도 감정을 더 극대화하기 위해 뒷받침해 주는 장치라고 생각합니다. 영화의 요소들 중에 연기, 스토리, 연출, 미술, 조명, 촬영, 분장, 의상 등 여러 가지가 있다면 음악도 그것들 중 하나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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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과의 소통도 중요했을 것 같아요. 서로 간의 어떤 요구사항과 피드백이 오갔는지 궁금합니다.
너무너무 중요했습니다. 때로는 감독님이 원하시는 느낌을 요구하시기도 하고, 때로는 제가 생각하는 느낌에 맡기시기도 했죠. 제 작업실로 오셔서 씬별로 같이 훑어보고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는 시간이 많았어요. 그 자리에서 감독님이 원하시는 느낌으로 씬을 보면서 연주하기도 했고요. 영화 연출자와 음악인, 서로 다른 분야이다 보니 언어의 차이를 좁히는 게 중요했어요. 각자 머릿속에 있는 것을 정확하게 이해하게 하고 공감하려면요. 감독님이 워낙 세련된 감각을 갖고 계실뿐더러 원하시는 방향이 제가 원하는 느낌과도 일치했어서 크게 어려운 부분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제가 더 실험적이고 더 도전적으로 뛰어놀 수 있게끔 환경을 계속 만들어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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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의 표정이나 동작을 쪼개고 쪼개 그에 맞는 음악을 만들고 배치하는 일은 상당히 높은 판단력과 결단력이 따르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어땠나요?
쪼갠다는 단어를 들으니 생각나는 게 있는데요. &lt;발레리나&gt;에서 정말 중요한 액션 씬이 있습니다. 크게 총 3번 나오는데, 이 장면은 '옥주'라는 캐릭터를 잘 보여주고 인물의 감정을 극대화시킵니다. 호흡이 빠른 씬이다보니 컷컷컷 쪼개지는 포인트와 액션의 역동성을 굉장히 짜임새 있게 표현하는 데 신경 쓴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음악 작업 기간 중 후반부까지 계속 구상하고 고민했어요. 특히 러닝타임도 길어서 상황에 따라 여러 곡들을 썼어요. 하지만 하나의 곡인 것처럼 유기저으로 연결되게요. 음악은 보통 네 마디인데 어떤 부분은 마디를 하나 빼버리기도 했어요. 전체적으로 템포는 일정하지 않은데, 영상 싱크로율에 맞춰 임팩트있게 변합니다. 많은 계산과 노력이 들어간 부분으로, 제가 &lt;발레리나&gt; 음악에서 강점으로 생각하는 구간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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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쓴 악기가 있으셨을까요?
클래식, 전자음악, 힙합, 컨트리 등 여러 장르의 음악들을 만들었어요. &lt;발레리나&gt;를 위해 오케스트레이션 및 콰이어 악기를 새로 구비하고 사용해 보기도 했는데, 만족스럽게 나왔습니다. 기존에 나름 여러 장르를 구사했지만, 함께 일하는 아티스트들도 힙합 알엔비 팝 장르가 대부분이어서 그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던 것 같아요. 평소에는 정말 가리지 않고 다양한 음악을 듣고 사랑하는데요. 이번 &lt;발레리나&gt;를 통해 제가 좋아하는 여러 장르들을 구현할 수 있게 되어 너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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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착오도 분명 있었을 것 같아요. 에피소드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오롯이 제 첫 걸음마를 저 혼자, 제힘으로 떼고 싶었어요. 그래서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하고 경험했습니다. 넷플릭스는 음악 작업을 마친 후에 항상 큐시트를 작성하는데요. 음악 외의 서류적인 업무까지도 제가 해봤는데, 큐시트를 작성하다 보니 곡이 55개나 되더라고요. 그중 2개 삽입곡을 제외하고는 제가 다 만들었어요. 안 쓰게 된 곡들까지 하면 거의 70개는 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 외에 에피소드라면 전종서 배우님의 랩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폴 블랑코, 드비타, 우원재 또 제 목소리도 곳곳에서 들릴 거예요. 영화에는 나오지 않지만 &lt;발레리나&gt; 앨범에서 잠비노의 목소리도 들으실 수 있습니다. 또 하나 말씀드리고 싶은 건, 드비타라는 아티스트가 극 중 '옥주'와 '민희'의 감정을 대변하는 새로운 장치로써 큰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lt;발레리나&gt; 테마곡이자 엔딩크레딧에 나오는 'BLOOD ON MY HANDS'의 가창 버전은 마지막 감정을 끝까지 가져가 줍니다. 정말 좋은 곡이어서 크레딧이 끝날 때까지 감상해 주시면 더 여운이 남을 거예요. 영화를 다 본 다음 &lt;발레리나&gt; 사운드트랙 앨범도 음원사이트에서 꼭 들어보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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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말미에 꼭 나오는 질문이죠. 이 자리를 빌려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다양한 형태로 제 음악 혹은 프로듀싱, 또 기회가 된다면 다른 좋은 작품의 영화음악으로 찾아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https://youtu.be/e2HpU8X2dLM?si=Vblb5rqA9_ZLlArL

영화 <발레리나> 음악감독 그레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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