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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한국에서 태어난 디자이너 록 황은 우연한 기회로 세인트 마틴을 마주하게 되고 막연히 그곳에 소속되고 싶다는 꿈을 가진 뒤 실제로 그를 실현한다. 남성복으로 시작했지만 여성복에 흥미를 느꼈고 전 셀린느(Celine)의 수장 피비 파일로(Phoebe Philo)와 인연을 쌓으며 커리어의 시작점을 만들게 된다. 끌로에와 루이비통을 거치며 더욱 실력을 쌓은 그는 2018년 LVMH 어워드에서 특별상을 수상했으며, 이를 발판 삼아 2019년 파리패션위크에서 첫 쇼를 열게 된다. 어떤 도전의 시작과 결과는 항상 달랐다. 음악에 애정있던 그가 패션 디자이너가 되고, 남성복에서 시작해 여성복을 만들었다. 상상에만 존재하던 반대의 것들을 실로 구현하며 지금은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 ‘Rokh(이하 로크)’를 이끌고 있는 록 황. 캐나다구스(Canada Goose) x 로크 x 맷 맥코믹(Matt McCormick)과 삼자 협업을 성사시키고 한국을 찾은 그를 <아이즈매거진>이 만나 깊은 대화를 나눠봤다.

｜<아이즈매거진>과는 초면이에요. 저는 디자이너 록 황입니다. 영국에서 패션 공부를 시작했고 현재는 프랑스로 넘어와 컬렉션을 전개하며 브랜드를 이끌고 있습니다. 제가 이끄는 브랜드 '로크'는 보다 창의적인 패션을 지향하고자 나아갑니다. 아이즈와는 초면이지만 이번을 계기로 앞으로도 저희 브랜드에 관심을 이어가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어린 시절은 어땠나요? 아주 어릴 땐 패션디자인에 관심이 0%였어요. 그냥 자아를 고민하던 시기 음악과 문화에 많은 관심이 있던 정도였죠. 왜 운명이 있다고 하잖아요. 그 맥락에서.. 어떤 잡지에서 세인트 마틴에 대한 기사를 봤는데, 그냥 무작정 이런 곳에 가서 공부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 세인트 마틴이 배출한 디자이너들을 보고 훅 끌렸던 것 같아요. 남성복으로 시작했고, 남성복을 하다가 여성복을 하게 됐는데 이게 딱 제 취향이었던 거죠. 졸업 전부터 스카우트가 되어 여성복 브랜드에서 일해왔습니다. 지금까지 쉼 없이 달려온 것 같아요. [cycloneslider id="20325"] ｜2010년 피비 파일로의 셀린느 팀에 디자이너로 일했던 경력이 가장 큰 원천이 된 걸까요? ‘로크’의 컬렉션은 그때를 저절로 연상케 해요. 피비는 저의 전전 상사이기도 하지만, 당연히 저의 디자인에 가장 큰 영향을 준 분이에요. 저에게는 선생님 같은 존재입니다. 영향을 받은 게 자랑스러우면서도 영광스럽기도 해요. ｜이후 끌로에와 루이 비통에도 몸담았다고 들었어요. 저는 세인트 마틴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쳤는데 당시 영국 학교에서 배웠던 패션에 대한 지식보다 셀린느, 루이 비통에서 실무로 배웠던 것, 옷을 만드는 법, 해석하는 법들이 지금의 저에게 더 많은 영향을 주게 된 것 같습니다. 처음에 시작할 때는 완전한 막내였기에 너무 오래됐지만.. 늘 바쁘고 늘 옷을 만지고 옷을 만들었던 기억들 밖에 없네요. 옷 더미 속에 살던 게 저의 주된 일상이었어요. ｜만나봤던 디자이너 혹은 디렉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을 꼽자면, 혹은 존경하는 디자이너가 있나요? 제가 만난 모든 분들을 존경하지만 그중에서도 한 분을 꼽자면 언제나 피비. 가장 최근까지도 연락을 이어오고 있어요. ｜처음 브랜드를 론칭한 게 2016년. 벌써 5년의 시간이 흘렀어요. 그간 당신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브랜드를 시작할 때 사업계획서 같은 걸 짜면서 철저히 시작한 게 아니었고, 자연스레 좋아하는 일을 하는 중에 제 사심을 담은 컬렉션을 간단히 만들어 보자 생각하면서 뛰어들었어요. 그냥 갑작스레 폭탄처럼 팡 터진 것과 같았죠. 때문에 처음 1-2년간은 이 빠르게 흘러가는 속도를 정신없이 쫓기 바빴던 것 같아요. 즐기는 것에서 나아가 계속 다음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굉장한 압박과 충격을 받았어요. 당연히 스트레스로 이어졌고 늘 긴장에 살았던 것 같아요. 3년차가 됐을 때 보다 여유가 생겼고, 제가 좀 더 하고 싶은 옷들에 대해 깨달았던 것 같아요. 지금은 몇의 쇼를 만들다 보니 이 루틴과 기대감, 재미, 성취감을 더 체감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제가 만나고 싶었던 분들과 교류할 수 있고, 협업을 할 수 있고, 사람들이 진정으로 좋아해 주고 입어주고 하는 것들을 보고 소통의 창이 커지는 걸 보면서 감회를 느끼죠. 이전에는 제가 순수하게 좋아하는 이미지 디렉팅을 하고 싶었다면 이제는 보다 사람들을 위한 옷을 만들기 위한 단계가 되어가는 것 같아요. ｜어떤 점이 아쉽고 어떤 점이 만족스러웠나요. 디자이너이자 사업가로서의 역할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은 아직도 숙제에요. 힘들지만 즐겨야 한다는 점에서? 순수하게 옷을 만드는 것을 사랑했는데 그와는 별개로 브랜드를 이끄는 데는 더한 것들이 요구되더라고요. [cycloneslider id="20320"] ｜'로크'를 애정 하는 이들이라면 궁금해할 브랜드 쇼룸 풍경을 살짝 보여줄 수 있나요? 저의 작은 메종입니다. ｜요즘 당신이 주로 시간을 보내는 곳은? 사실 저는 어느 한곳에 정착해 살고 머무른다고 하기는 어려워요. 파리에 거처를 두었지만 요즘은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주된 업무를 보고 있기에 현재로서는 여기서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낸다고 할 수 있겠네요. ｜런웨이를 준비하는 기간 동안 디자이너로서 보내는 당신의 하루는 어떤가요. 런웨이를 준비할 때는 무엇보다 생각을 정리하고 하루의 계획을 되짚어 보는 게 중요해요. 이 시간을 아침 산책과 함께 합니다. 주로 파리에서 거주하기 때문에 숙소에서 사무실까지 걸어가면서 거리를 보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컬렉션을 어떻게 해석할지를 계속해서 상기합니다. 사무실에 도착해서는 거의 붙박이에요. 해가 뜨고 지는지도 모를 정도로 바쁘죠. 아침부터 쇼룸에 오는 모델들과 함께 컬렉션 피팅을 보고 상세하게 모든 것들을 공유해요. ｜작년 9월, 파리 현지에서 ‘로크’ 런웨이를 본 적이 있어요. 쇼에 참석한 대부분이 서양인이었는데 모두 ‘로크’의 의상을 입고 있더라고요. 사실 ‘로크’의 공식적인 국내 전개는 아직이기도 한데, 동양인보다는 서양인에 초점을 맞춰 옷을 만드나요? 그렇진 않아요. 모델과 일반인, 동양인과 서양인 모두에게 피팅을 합니다. 심지어 저도 입어봐요. 옷 별로 맞는 핏은 있겠지만, 다양한 체형과 인물에게 적용하려고 노력해요. 어떤 사람이 입더라도 예뻐 보이는 옷을 만들기 위해. [cycloneslider id="20323"] ｜지금까지 선보인 컬렉션 중 가장 애정이 간다거나, 인상 깊었던 시즌이 있나요? 모든 컬렉션에는 당시 저의 심리가 담기는데요. 다 아끼는 작품들이지만 하나 꼽자면 작년 선보인 컬렉션이 기억에 남네요. 늘 새로운 실루엣과 디테일, 프린트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패턴, 코팅, 스티칭 등 모든 것을 신경 쓰려고 하는데 그런 면에서 당시의 컬렉션이 가장 완성도가 높았어요. 우리의 정체성을 가장 많이 그리고 정확히 확립했던 때이기도 하고요. ｜미니멀과 맥시멀. 록이 추구하는 이미지는 어떤 방향에 더 가까울까요? 미니멀 해 보이는 외관과는 달리 실제 이어보면 화려한 디테일에 유니크한 느낌이 더 강하죠. 옷에 대비를 가진 디테일을 선호하는데, 입었을 때 미니멀한 팔렛을 유지하지만 입은 이들이 돋보일 수 있도록 많은 생각을 해요. 단순해 보이지만, 조금은 복잡한 옷이랄까? ｜당신에게 트렌치코트는? 실제로 본인도 즐겨 입나요? 언제나 제 인생에서 가장 좋아하는 아이템이죠. [cycloneslider id="20316"] ｜종종 '로크'의 룩을 소화한 블랙핑크 멤버들의 모습을 본 적이 있어요. 최근 '본 핑크' 투어 중 리사의 무대의상을 제작하기도 하셨던데요. 만남이 성사된 계기 등 어떤 제작 비하인드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실제로 블랙핑크 공연을 챙겨볼 만큼 굉장한 팬이에요. 처음에 제의가 왔을 때 너무나 영광이었죠. 실제로 한 땀 한 땀 저와 저희 팀원들이 만들었는데, 20명 정도가 몇 백 시간을 투자했던 것 같아요. 제작은 힘들었지만 막상 리사가 입은 모습을 보니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더라고요. ｜젠더리스가 패션가의 화두지만. 아직은 여성복에만 집중하고 있는 '로크'. 먼 미래에도 공식적인 남성복 전개는 없을까요? 살짝 힌트를 드릴게요. 올 9월. [cycloneslider id="20321"] ｜즐겨보는 SNS 채널? 사실 SNS는 안 보려고 노력해요. SNS를 하다 보면 실제 돌아가는 것과 그 속에서의 사회가 너무 다르다는 것에 회의를 느끼곤 했거든요. 그래서 개인적인 시간에서 최대한 즐기지 않으려고 합니다. 다만 브랜드용 채널은 가감 없고 거짓 없는 깨끗한 이미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니즈를 담아 운영해요. 우리 브랜드의 날 것, 우리 브랜드의 실제 모습, 옷을 통해 보여주고 싶은 부분들을 투영하려고 노력합니다. ｜근래 한국을 향한 전 세계의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어요.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록을 국내에서 쉽게 만나볼 수 없다는 것이 있는데, 국내 소비자들과 직접 소통하며 한국에서도 본격적으로 브랜드 전개를 하고 싶은 생각은 없나요? 국내에 아직 브랜드가 알려지지 않은 게 저도 굉장히 아쉬워요. 늘 전개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더 잘 하려다 보니 컬렉션을 어떻게 잘 보여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더 깊어지는 것 같아요. 하지만 곧 다가올 미래가 될거에요. 그 시작으로 캐나다구스 협업 국내 론칭이 계기가 될 것 같네요. ｜캐나다구스와 맷 맥코믹과의 만남은 어떻게 성사됐나요. 예상 밖의 다른 무드를 띄는 조합인데. 개인적으로 캐나다구스의 아웃도어적인 측면에 대해 깊은 애정이 있었어요. 자칫 스포티해 보일 수 있지만 동시에 그만 가진 아이코닉한 이미지로 작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연결 계기는 사라 엔델만(Sarah Andelman)이라고 예전에 꼴레뜨를 운영하셨던 디렉터분이 계신데 그분과의 친분으로 시작하게 됐어요. 스토리텔링을 먼저 제안해 주셨죠. 캐나다구스와의 협업은 정말 매력적인 기회였습니다. 업계에서 깊은 존경을 받는 사라는 저희와 맷 맥코믹이라는 평행 우주를 서로 연결하는 매개체로서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브랜드 협업을 큐레이팅 하는 그녀의 접근 방식은 열정적이었어요. 놀라운 예측과 상상력으로 잠재성을 이끌어냈습니다. 맷의 와일드 웨스트 그리고 고전적인 아메리카나에 대한 상징성과 재해석에 정말 놀랐고 엄청난 감명을 받았습니다. 이 만남은 제 상상력에도 불을 붙이며 사색하게 했죠. 로크의 미학, 캐나다구스의 변함없는 기능성 그리고 맷의 매혹적인 예술성이 우리의 가능성에 대해 연구했습니다. 각자의 경험과 이야기, 예술성이 개인에게 깊은 울림을 줄 수 있는 심포니로서 작용하게 했습니다. ｜직접 이번 협업 컬렉션에 대해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믹스미디어. 모든 면에서 많은 다양한 도전이 있어요. '로크'의 도시적이고 세련된 이미지와 기능적인 옷을 만드는 캐나다구스의 방식, 이들이 옷을 해석하는 갖가지 방식이 담겼죠. 여기에 맷이 오브젝트로서 아트에 접근하는 방법까지. 정말 다른 분야의 이 셋을 다 합치고 한데 담았습니다. 야외 활동과 실내 활동을 아우르고 클래식과 기능성을 넘나드는, 개인에 맞춰진 개성 있는 스타일을 추구하는 다방면의 사람을 위한 컬렉션입니다. [cycloneslider id="20318"] ｜디자인에 영감 얻은 요소를 꼽는다면요? 록은 그동안 현대적인 라이프스타일에 예술적 혁신을 더한 클래식 스타일을 선보여왔어요. 반면 캐나다 구스는 기능성을 기반으로 야외 활동 목적에 초점을 맞췄죠. 이런 대비에 큰 영감을 받았습니다. 이 뚜렷한 두 세계를 하나로 통합하고, 야외와 실내의 요소를 엮어 클래식함과 기능성을 조화롭게 하나로 만들어내는 것이 굉장한 도전적인 시도였습니다. ｜페미닌함과 남성성을 대조적으로 만들어내는 디자이너로 유명한데, 이것을 어떻게 표현하고자 했나요? 패션의 일시적인 흐름을 초월하는 옷장 속 기본 요소에 접근했습니다. 이 컬렉션이 어떻게 다양한 날씨와 스타일, 상황에 맞게 적응하며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녹아들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집중했어요. 도전적인 커팅과 옷의 여밈에 대한 창의적인 전략을 기반으로 실험을 했습니다. 디자인 요소는 옷의 모양을 재구성할 수 있는 기회였고 개인화된 해석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수단이 되기도 했어요. ｜특히 푸퍼 재킷은 딱 떨어지는 각 잡힌 재킷과 트렌치로 세련됨을 주무기로 삼던 그간 '로크' 컬렉션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아이템이기도 한데요. 푸퍼를 제일 먼저 제작했어요. 캐나다구스의 기능적인 측면을 저 나름대로 해석하면서 소재, 안감, 시접, 마감 등 이런 것들에 시작해서 기능적 측면과 스타일링으로 즐겁게 풀어낼 수 있는 자연스러운 면모를 중요시했어요. 새로운 도전은 아녔지만, 록에는 없던 이미지이기도 하죠? 그래서 더 즐거웠습니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의 톤 팔레트와 복잡한 자수 기법, 세심한 디테일 디자인, 이중 스티치, 햇빛에서 말린 것과 같은 원단, 그리고 심지어 금속 장식과 로고의 미세한 뉘앙스 하나하나까지 만들어내기 위한 연구가 이어졌죠.

｜가장 잘 어울리는 착장을 만들자면? 바로 이 착장을 제일 사랑해요. 실제로 스트리트에서도 입을 수 있으면서 따뜻하고 스타일리시해 보일 수 있는 면모를 강조한 착장이죠. ｜이번 협업 과정 중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한 가지는요? 화합. 캐나다구스의 모토 아웃도어적인 사상. 매트의 어메이크하고 웨스턴한 느낌을 조합하고 싶었어요. [cycloneslider id="20317"] ｜디자이너가 직접 꼽은 협업 컬렉션 중 가장 눈여겨보아야 할 아이템을 꼽자면요? 경량 다운 스트랩 트렌치코트(Lightweight Down Strap Trench Coat)입니다. 이 트렌치코트는 여러 측면에서 가장 조화로운 역할을 합니다. '로크'가 추구하는 독특한 디자인의 원칙을 보여주며 캐나다구스의 기술력을 수용하고, 맷만의 아티스틱한 미학을 담았죠. 트렌치 코트는 이번 협업 컬렉션이 정의하는 그 융합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아이템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편히 착용할 수도 있을 거예요. ｜'로크'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요? 지금까지 굉장히 빠른 속도로 달려왔던 '로크'에요. 앞으로의 미래는 보다 천천히 한 단계씩 견고히 다지면서 성장하는 브랜드가 되고 싶습니다. 조용하지만 강한, 실질적으로 사람들이 체감할 수 있는. https://www.instagram.com/p/CmOHMvCyK3-/

캐나다구스 협업 기념, ‘Rokh’를 이끄는 디자이너 록 황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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