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언┃그래픽 디자이너┃1996년생┃@young_rorroro

타인이 바라보는 나는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달콤 쌉싸름한 홍삼 캔디, 산타코패스 등 조금은 독특한 별명이 많습니다. 세 별명의 벤 다이어그램의 중심에 있는 건 아마도 ‘냉정하지만 착한 또라이’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또라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에 한 템포 망설였지만 이보다 더 잘 설명할 수 있는 단어를 못 찾았습니다. 이해해 주세요. 그래도 앞에 ‘착한’이 붙는 이유는 대부분의 경우 저의 또라이적인 면모가 이타적인 경우에서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그 정도가 살짝 상식을 벗어난다고들 말합니다. 모순이 가득한 설명이 되겠지만 또라이를 이해하기 위해 나사를 하나 정도 풀고 읽어 주세요. 저를 처음 만나는 사람들은 저를 제 주위를 살뜰하게 챙기는 사람이라 생각할 겁니다. 상대가 웃어른이라면 “싹싹한 젊은이로구먼!” 하고 칭찬해 주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조금 더 저를 알게 된 지인들은 저를 약간의 호구라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보통의 상식선보다 아주 조금 더 감정적으로나 물질적으로나 주변을 챙기는 사람이라고요. 왜냐하면 열에 일곱 정도는 저를 두 번째 볼 때 “아, 그때 OO 주셨던 분!” 하고 기억할 테니까요. 저는 누군가를 만나러 가기 전 아주 작은 것이라도 챙겨 집을 나섭니다. 사탕 같은 하찮은 것일 수도 있고 제가 하는 브랜드의 제품일 때도 있고 미리 그 사람에 대해 알고 있다면 그 사람이 기뻐할 것만 한 선물거리를 들고나갑니다. 야무지게 포장도 하고 편지도 동봉해서요. 그렇다면 저의 십년지기 이십 년 지기 친구들은 어떨까요? 맞습니다, 그들은 앞뒤로 ‘냉정’과 ‘또라이’를 붙여줍니다. 가까운 곳에서 지켜본 저라는 사람은 퍽 차가운 사람이라고 합니다. 작은 선물들로 상대의 호감을 살 수 있음이 인간관계에서 꽤 싸게 치인다고 생각하는 계산적인 사람이라 생각할지도 모르죠. 그도 그럴 것이 보통 이 정도까지 챙겨줄 관계가 아니어도 저는 당연한 듯 선물 공세와 함께 살뜰한 안부를 전합니다. 한 가지를 부탁하면 세 가지를 전달하고 이제는 매너 멘트라는 밥 한 끼 하자를 대부분 이행하는 편입니다. 하여 더욱 쉽게 상대가 저를 그들의 친한 사람 동그라미 안으로 넣을 수 있도록요. 하지만 저는 제가 해준 것과는 상관없이 상대를 ‘세 번 본 분’ 정도의 네 글자 카테고리에 넣어뒀을 경우가 허다합니다. 아주 오래 알고 지낸 친구의 일에 대해서도 최선을 다해 조언하고 해결 방안을 알아보지만, 소용이 없다 싶으면 바로 손을 뗍니다. “당신 T지?!” 하고 외친 분이 계신다면 네 정답입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공감을 안 해주진 않는답니다. 상대가 원하는 걸 해주고 싶어 하는 거라 그게 공감이라면 공감하려 노력합니다. 아마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냉정 키워드가 추가된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상대가 원하는 것을 모두 이루어 주려 노력하는 지극 정성의 사람으로 보였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돌아서면 신경 쓰지 않는 무덤덤한 표정을 하고 있을 테니까요. 아마 이런 상황을 지켜보며 주변의 친구들은 제가 착하긴 한데 냉정한 사람이라 말하는 것 같아요. 그러나 나는 한 번 지인과 비슷한 주제에 관해 얘기하던 중 저의 이런 면이 ‘서운하다’라는 후기를 말씀해 주신 적이 있습니다. 어느 정도 이해는 합니다. 사람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하는 행동을 기준으로 우리라는 관계의 중요도와 친밀도를 계산해 두니까요. 하지만 저는 다시 묻고 싶습니다. 관계는 애초에 동적이지 않은가요? 그 어떤 요소로도 화폐처럼 각 관계의 중요도를 고정값으로 지정해 둘 순 없습니다. 예를 들자면 저는 관계를 화폐처럼 변화와 가치가 서서히 달라지는 게 아닌 주식처럼 그 변화가 훨씬 폭넓고 빠르게 바뀐다고 여기는 겁니다. 내가 원하든 원치 않든요. 제가 만나는 거의 모든 사람에게 선물을 준다 한들 처음 본 분께 에어팟을 선물한다든가 하는 건 아닙니다. 그저 많은 사람을 만나오면서 사람들은 의외로 꽃 한 송이에, 사탕 한 알에 크게 기뻐하는 경우가 많다는 걸 경험했을 뿐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이걸 보고 저를 계산적인 사람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동시에 저는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으니 하는 게 좋지 않나라는 입장에 가깝습니다. 누군가를 만날 때 그 사람이 기왕이면 나를 좋아해 주면 좋겠는 건 어떤 본능이 아니겠어요? 물론 상대는 저의 행동들로 그들의 좁은 동그라미 안에 제 이름을 적었을 수도 있습니다. 제가 그들의 이름을 저의 좁은 동그라미에 썼을 거로 생각하고요. 물론 아닌 게 맞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먼 곳에 적어두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관계의 그래프를 서로 조금 다른 방식으로 그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이 친밀함과 소중함의 토대로 스스로를 중심에 두고 다트판처럼 중심에 가까울수록 높은 점수의 관계성을 일궈 나간다면 저는 마치 입자처럼 ‘나에게 소중한 사람들’을 중성자(neutron)와 양성자(proton)로 핵에 두고 그 외의 사람들을 전자(electron)처럼 구 안에서 빠르게 이동하는, 작은 해프닝으로 더 가까워지거나 멀어지거나 할 수 있는 존재들로 생각하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저를 성실한 기회주의자 농부쯤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많은 씨앗을 뿌리고 정성스럽게 가꾸지만, 어느 한 씨앗에 이름을 지어주며 편애하지는 않습니다. 그렇다 하여 오해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은 저는 모든 씨앗에 진심이었고 충실했다는 것입니다. 이 삶 방식의 근원은 ‘사람이 유일하게 어찌할 수 없는 건 타인의 마음이다’라는 믿음에서입니다. 내가 얼마나 그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하든 그 사람도 나를 그만큼 생각해 주는 건 어쩌면 환상이나 기적에 가깝다고 말이죠. 같은 비료와 물을 줘도 어떤 씨앗에선 싹이 트고 어떤 것은 마르고. 심지어는 열매를 맺었는데 먹어보니 독이 들었을 수도 있습니다. 물을 너무 많이 주어 뿌리가 썩을지도 모르고 이제 곧 꽃이 필 것 같다가도 태풍에 봉오리째로 다 져버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의외로 이름 모를 가시나무는 살아남아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럼 저는 남은 것들을 가꿉니다. 새로운 씨앗도 뿌리고요.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데! 하고 울어도 눈물만으로 자라나는 식물은 드무니까요. 그래서 저는 인간관계뿐만 아니라 직업적인 면에서도 심지어는 가족관계에서도 공정거래의 꿈을 버렸습니다. 세상은 단순한 Input-Output의 세계가 아니니까요. 내가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만큼의 호의를 모두에게 베풀고자 노력합니다. 돌아오는 게 없다면 없는 것이고 혹 누군가는 따뜻한 마음으로 보답을 준다면 감사히 받습니다. 그러나 이후에 아무것도 주지 않은 사람과 아주 다른 태도를 취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호의를 당연하게 생각하고 절 둘리로 만들려는 사람들은 빠르게 쳐냅니다. 냉정한 건지 호구 같은 건지 저도 쓰다 보니 알쏭달쏭하네요. 친구들이 저를 꿰뚫어 본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냉정하지만 착한(편인) 또라이, 맞는 것 같아요. 남에게 보여지는 인생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먼저 ‘진짜’라는 말을 정의한 뒤 글을 시작해야 할 것 같지만 단순하게 대답하자면 저의 대답은 ‘그렇다’입니다. 오히려 의문이 생겼습니다. ‘진짜’가 아닌, ‘가짜’ 자신은 또 무엇인가? 영어권에서 주인공이나 메인 캐릭터를 칭할 때 round character라 표현하기도 합니다. 이는 flat character와 함께 쓰이는데 글에서 단편적인(flat) 모습만 서술된 캐릭터가 아닌 입체적인(round) 캐릭터라는 의미입니다. 우리는 누군가의 단편적인 모습을 보고 다가갔다가 그들과 가까워질수록 내 안에서 그 사람을 점점 입체적으로 빚어 갑니다. 그래서 저는 진짜 자기 모습이라는 말에 의문을 가집니다. 가짜 혹은 만들어진 자신이라는 게 정말 존재하는지 말이죠. 사람들에게는 똑똑해 보이고 싶어 긴 철학자의 이름을 말하며 으스대지만, 그 철학자의 글을 제대로 읽어 본 적이 없는 사람이 있다 칩시다. 그러면 여기서 ‘진짜’는 ‘알맹이 없는 허영 가득한 사람’일 것이고 ‘가짜’는 ‘철학에 대한 깊은 고찰을 한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그 사람을 주체로 봤을 때 위에서 서술된 가짜는 애초에 없던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는 자신이 허영심에 철학자의 이름을 읊고 있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요. 나라는 존재는 태어날 때부터 모든 요소가 정해지는 걸까요? 그렇다 한들 상호작용이라는 말처럼 그 근본적인 요소들이 살아감에 누구를 만나고 어떤 상황을 겪느냐에 따라서 계속해서 업데이트될 것입니다. 우리는 3차원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3차원은 아주 얇게 포 떠진 2차원의 단편적인(flat) 나라는 요소가 쌓여 입체적인(round) 형상을 띄고 있는 것으로 생각해요. 결국 모든 단편적인 나는 나의 한 부분입니다. 나를 정의하는 주체를 스스로 두는 한 나는 한 번도 가짜의 나를 마주할 수 없습니다. 그저 새롭게 마주하는 단편적인 내가 추가될 뿐이죠. 그런 과정에서 지금은 유효하지만, 과거에는 유효하지 않아 이전의 ‘나’와 지금의 ‘나’가 달라지는 경우는 생길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진짜와 가짜를 나누기에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포 떠진 얇은 요소가 충분할 만큼 쌓여 이전의 입체적인 나의 두께와 달라졌을 뿐이지 않을까요. 남에게 보이는 삶을 살아가며 우리는 자칫 남이 보는 단편적인 나의 모습이 내 전부라는 착각을 하는 순간이 있을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진짜 나를 가려내려 노력하기보다 나라는 존재를 정의하는 주체를 자기 자신으로 돌리려고 노력하는 편이 건강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타인의 시선으로 보이는 ‘나’도 나의 한 부분이고 내가 알고 있는 좀 더 개인적인 ‘나’ 또한 나의 한 부분입니다. 다만 그런 수천수만까지의 얇은 나를 충분히 인지하기 위해서 그 많은 나를 알아가려는 노력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시간을 가지며 안달 내지 않고 차근차근, 두꺼운 백과사전을 읽듯이 조심스럽게 얇은 나를 깊이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어떤 컨트롤을 가지는 거죠. 그러면 나라는 사람을 더 잘 이해하고 나의 어떤 점을 보듬어 주고 어떤 점에 변화를 줄지 더 잘 정리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혹은 타인에게 나의 어떤 면을 보여줄지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게 될 거로 생각합니다. 타인의 피드백에 지나치게 휩쓸리지 않고 내가 더 좋다고 생각한 나의 장면들을 더 쌓아가 좀 더 중요한 단락으로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이런 나에 대한 발견이 아닌 분석을 통한 활용이 대단하고 멋진 일이라 생각해요.

INSPIRATION 사실상 모든 것에 영감을 얻습니다. 하지만 이런 대답은 식상할지도 모르니 저의 몇 가지 비밀 영감 리스트를 공유합니다. 1. 어릴 적 일기장과 블로그: 저는 무려 13년간 네이버 블로그 포스팅 건수 2만 개가 넘어가는, 양으로 승부하는 파워블로거는 아닌 매스(mass) 블로거였습니다. 뭘 그리 많이 썼었는지 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이미 십 년도 넘은, 꼬꼬마인 제가 쓴 글들은 지금도 저의 비밀 영감 노트로 알차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많은 예술가가 어린아이들에게 가장 큰 영감을 찾는다고 하는데 저는 합법적인 루트로 ’아이‘의 영감을 들춰 보고 있답니다. 2. 할머니의 이야기: 어린아이가 영감의 원천이라면 할머니는 영감을 이기는 할멈입니다. 각설하고 저희 할머니는 당신 얘길 하는 걸 싫어하시는데 매우 좋아하십니다. 모순이 가득한 분이세요. 혹은 본능에 충실하달까요. 그래서 할머니의 이야기는 언제나 스펙터클 합니다. 같은 사람이 이야기 초에는 성인군자 같았다가 마지막엔 악마도 한 수 접을 배은망덕한 놈이 됩니다. 반전에 반전을 부르는 흥미진진함이 가히 블록버스터입니다. 다음에 한 번 들어보세요. 3. 무의식의 나: 어릴 때부터 이야기를 읽고 듣고 하는 걸 좋아합니다. 그래서 생각하고 거름망에 걸러 얘기하는 경우와 고장 난 수도꼭지처럼 의식의 흐름 대로 얘기하는 경우가 나뉩니다. 영감을 얻는 쪽은 의외로 거름망에 거르는 경우입니다. 생각을 거름망에 거르는 과정에서 오 이건 괜찮은데? 하는 알맹이들을 골라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제 대학 시절의 많은 과제와 입시 자소서의 주제도 이 과정으로 골라낸 내용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친구들과 얘기할 때도 쓸만한 게 있으면 일단 메모해 두는 습관이 있어요.

FAVORITE 1. 스스로 빛나는 것들을 좋아합니다. 발광하는 걸 말하는 건 아니고 반짝거리는 눈을 가진 사람들 일까요. 삶을 알차게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을 좋아합니다. 그 노력이 보편적으로 말하는 노력과는 달라도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눈을 반짝이며 말할 수 있는, 어떤 것이든 열심히 하는 사람들을 사랑해요. 그게 일이 될 수도 있고 취미가 될 수도 있고 관계가 될 수도 있겠죠. 뭐든지 열심히인 사람, 제가 되고 싶은 표본이기도 합니다. ─ 퍼스널 컬러가 유행할 즘 이 퍼스널 컬러라는 것을 열심히 연구하고 고찰하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제 눈엔 우정 콩 깍지가 씐 건지 뭘 입어도 어울려 보이는데 친구는 쿨톤이 어울리기 때문에 새로운 쿨톤을 찾아 나섰습니다. 파란 옷을 입는 경우가 잦아졌고 반지를 살 때도 금색보단 은색을 고릅니다. 그게 좋아 보였습니다. 세상엔 선택을 강요받는 경우가 많은데 아주 개운하고 기쁜 선택을 할 수 있는 그 친구만의 기준이 생긴 것이 기뻤어요. 친구의 생일 선물을 고를 때도 퍼스널 컬러는 큰 서포트를 해주고 있습니다. ─ “건강 최고!”를 외치며 몸에 좋다는 건 다 하고 보는 ‘건멋든’ 언니가 있습니다. 의료인은 아닐지라도 웬만한 영양제와 아로마에는 퍽 전문성이 있는 가까운 아닥(아로마 닥터)입니다. 몸이 슬 아프면 의사 선생님보다 먼저 건멋듯 언니를 찾습니다. 매번 새로운 영양제를 구해오거나 아로마 테라피 오일을 블렌딩해 올 때는 구박하는 말이 먼저 나가긴 합니다. 그러다가도 아닥의 이름이 울까 봐서 언니의 영양제는 저희 집 비타민보다 효과가 좋고 배가 살살 아프다가도 뭐가 섞인지 모를 언니 표 오일을 발라주면 신기하게 곧 괜찮아져요. 세뇌를 받은 걸까요? 플라시보 일지도 모르죠. 하지만 본인보다 누가 아파하다 언니의 비밀스러운 박스 더미에서 나온 약으로 금방 괜찮아지면 가장 뿌듯한 미소를 지어 보이는 저의 명의입니다. 2. 물질적으로는 귀여운 것들을 좋아합니다. 대부분 좀 단순하게 생긴 것들요. 같은 이유로 동물들과 아이들을 사랑하고 있어요. ─ 그래서 생긴 취미 중 하나는 길을 걷다 얼굴 같아 보이는 것들을 찍는 것입니다. 점 세 개만 있으면 그게 얼굴이죠! 3. 누군가에게서 그 사람만의 독특한 버릇이나 특이점을 찾아내는 걸 좋아합니다. 거창한 것이 아니더라도 이 사람은 ‘약간’이라는 말을 자주 쓴다든지 웃을 때 오른발을 한 번 구른다든지 하는 거요. 이것의 파생으로 그 사람의 어느 부분에 꼭 어울리는 선물을 찾는 걸 좋아합니다. 이 물건의 대단함에 상관없이 그 사람이라 이 선물이 완벽한 순간들이 더없이 소중합니다. 4. 의도한 건 아니지만 말을 할 때 약간의 위트를 섞으려고 합니다. 이제는 거의 본능적으로 섞는 지경이 되었는데 저의 이런 아무 말 위트에 크게 웃어주는 사람들은 역시 싫어할 수 없습니다. 5. 단순하게는 짭짤한 음식과 심심하게 물컹거리는 음식을 좋아합니다. 훠궈라든지 마즙 같은. 입맛이 극과 극이네요.

TROUBLE 고민이 뭔지 고민해 봤는데 정말 그렇다 할 고민이 없습니다. 제 삶이 평탄하다는 의미는 아니고 성격이 긍정적일 만큼 단순하고 무심합니다. 고민거리가 생겨도 해결 가능한가 아닌가로 구분하여 당장 해결할 수 없다면 고민을 멈춥니다. 바쁜 현대인이니까요! 고민이 필요한 문제라면 시간을 내어 고민합니다. 제 하루가 같은 고민으로 가득 차는 걸 좋아하진 않거든요. 내가 최대한으로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내고 최선을 다해 고민합니다. 그런데도 정답이 나오지 않는다면 내일의 저에게 내일치 ‘고민 시간’을 할당해 줍니다. 지금은 고민 시간이 아니라 그런지 당장 생각나는 고민은 금요일까지 제출해 드린다고 했는데 지금 저녁 11시 37분인 게 가장 고민입니다. 고질적인 문제점은 너무 많아 모든 것을 작성하면 슬퍼질 것 같아 간략하게 정리하겠습니다. 오기가 없다는 점일까요? 저는 대체로 화가 많지 않은 편인데 대부분의 경우 저의 이런 성향은 무탈한 일상생활을 보장해 주시만 악착같음이 없어 대의를 이룰 만한 연료를 가지진 못합니다. 뭐 저렇게까지 열심히 하나. 싶은 경우를 잘 이뤄내지 못합니다. 그래서 그런 존재들을 사랑하는 것 같아요. 누군가는 저를 엄청나게 노력하고 있는 사람이라 말할지도 모릅니다. 모두의 기준은 다르니까요. 하지만 매사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으로 임하다가도 오기를 가지고 어떤 한계점 이상을 가려 하지는 않습니다. 필요하다면 싸이언은 될 수 있어도 초 싸이언은 못 되는 사람이랄까요.

MASTER 1. 여기까지 저의 긴 주저리를 읽어주신 분이라면 조금 동의해 주셨으면 좋겠는 저의 특기는 ‘비유’입니다. 특기란에 쓰기엔 부끄럽지만 취미란에는 쓸법합니다. 사실 비유 없이 대화하는 방법을 잊어버린 지 오래입니다. 어떤 현상·사물을 그와 비슷한 다른 현상·사물을 끌어대어 표현하고 이해하는 걸 좋아합니다. 책을 읽을 때도 주로 형광펜을 긋는 부분은 작가님의 색다른 비유일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2. 선물을 주기를 좋아하고 잘합니다. 오랜 취미생활이자 저의 특기라 할 수 있겠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한 유치원 때도 좀 더 알찬 선물은 무엇일까 고민했고 대학교 졸업앨범엔 별명이 선물에 미쳐있는 산타코패스 였어요. 그만큼 가깝거나 한번 본 사람이라도 그 사람이 좋아할 만한 것, 어울리는 것을 알아보고 선물하는 걸 좋아해서 이제는 조금 이 분야의 전문가가 된 기분입니다. 약간 특별하지만, 어느 정도 실용적인, 내가 사긴 아까운 것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그렇게 준비한 선물을 어떤 식으로 주느냐, 약간의 이벤트나 구성을 더 해서 풀코스 선물을 주는 걸 잘하는 것 같아요. 친구들 사이의 이벤트 플래너랄까요? 3. 회사 자소서에 쓴 저의 특기는 언어와 굿즈 기획이었습니다. 사실상 1, 2번을 버무려 완성된 저의 서류작성 가능한 특기입니다. 13년 동안 미국에 살다 한국에 돌아온 지 3년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특출나서는 아니고 자연스레 영어를 할 수 있습니다. 더해서 사회생활 가능할 정도의 일본어를 구사합니다. 일본 드라마를 틀어두고 숙제를 한 제 청소년기가 선물해 준 감사한 특기 +1입니다. 실제로 직업이 디자이너지만 국제 박람회에 다녀야 하는 일이 많아서 특기란에 쓴 3개 국어가 부끄럽지 않을 만큼 활용했었습니다. 덕분에 굿즈 기획을 할 일이 많은 직업군에서 폭넓은 샘플링과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합니다.

TMI 1. N잡러 중 N=5 입니다. 명함이 다섯 가지! 2. 5년 전 대학교 2학년 때 언니 2명과 함께 창업한 '피부피부'라는 브랜드를 5년째 운영하고 있습니다. 3. 최근 브랜딩&조향 사업을 열어 활발히 활동 중입니다. 4. 'is different'라는 곳에서 디자이너로서 크루 활동 중입니다. 5. 단 걸 싫어합니다. 그래서 '노 디저트'라는 개인 브랜드를 잠깐 운영했었습니다. 지금은 쉬고 있어요. 6. 최근 기획한 선물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소금이라는 강아지를 키우는 친구를 위해 ‘소금이 띠부띠부 씰 세트’입니다. 사실 선물 자체는 소금이의 사진들로 만든 띠부띠부씰이었지만. 그 선물의 포장 격으로 굳이 소금빵, 소금스틱, 소금비스킷 등을 씰링 봉투에 포장해서 띠부띠부씰을 넣어 선물했어요. 물론 과자 봉지도 만들어 붙였어요. 이런 배보다 큰 배꼽 선물을 만들어 주는 걸 좋아해요. 6. 위에 잠깐 나왔지만, 어릴 때 쓴 블로그 포스팅이 총 2만 개가 넘었습니다. 지금은 다 비공개 처리하고 새롭게 블로그를 개설했어요. 새로운 블로그는 '먕의 먕한 하루' 라고 해요. 궁금하면 우리 이웃해요! 7. 과거에 소설을 한 권 낸 적이 있습니다. 제목은 비밀이에요. 흑역사거든요. 8. 이 장편의 자기소개를 쓰고 있는 지금 코로나에 걸려있어요.

[100] 084 김영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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