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1 style="text-align: center;">Editor Comment</h1>
새싹이 파랗게 돋아나는 봄철, 83세의 춘추에도 여전한 청춘(靑春) 안도 타다오가 한국으로 찾아왔다. 그는 이미 통달한 '거장'이라는 타이틀보다는 지금도 끊임없이 도전하는 '청춘'이 더 어울리는 사람이다. 그래서 이번 전시 제목도 &lt;안도 타다오-청춘&gt;이다. 건축 전시라 함은 도면이나 모형과 같은 과정을 보여줄 수밖에 없어서 아쉬움이 남기 마련이지만 이번은 다르다. 안도가 직접 설계한 '뮤지엄 산'에서 펼쳐지니 그야말로 오감을 풀어내고 온몸으로 그의 혼을 받아들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
호기롭게 프로 복서에 도전했다가, 우연히 중고서점에서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 카탈로그를 접하고 결심이 서서 독학으로 오늘에 오기까지. 모양은 조금씩 다르더라도 그의 삶에서 '도전'은 늘 빠지지 않는 핵심 키워드였다. 전문 교육도 전무하고 소위 말하는 스승도 없어 우회하는 때가 많았지만 그래서 나름대로의 사상을 쌓았고, 스스로 기법을 한정한 탓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 속에서 창조의 기회를 발견했다는 안도. 청춘이 아니고서야 나올 수 없는 자세다. [청춘(靑春) : 새싹이 파랗게 돋아나는 봄철] 본인을 닮은 계절에 찾아온 진정한 청춘, 영원한 청춘 안도 타다오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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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당연하게도 많은 이들이 당신을 판에 박힌 수식어로 소개해왔을 것 같아요. 직접 소개 부탁드립니다.
20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계속 건축을 만들고 생각해왔습니다. 저는 건축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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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어떤 일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나요.
물론 제 직업인 설계 일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일 외에는 독서를 하는 시간이 대부분인데, 책의 장르는 정해져 있지 않아요. 가끔 서점을 구경하고 궁금한 책을 여럿 골라둔 후 그중 한 권을 구매하곤 해요. 책 디자인에 대해 말하자면, 커버에 아름다운 여백이 있는 책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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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하게 사는 와중에도 항상 재미를 중시해왔어요. 근래 당신의 하루에는 어떤 사소한 재미가 숨어있나요.
굳이 말하자면, 저의 아틀리에 별채 정원에서 식물들의 성장을 지켜볼 때라고 할 수 있겠네요. 안뜰에 나무는 말 그대로 건물을 집어삼킬 정도로 광활하게 자라고 있고, 외벽은 모두 담쟁이덩굴로 덮여 있습니다. 관리는 사무실의 젊은 직원분들이 해주고 있는데, 그분들과 함께 자라는 생명의 아름다움과 키우는 행위의 고귀함을 날마다 실감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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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 창출한 것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아름다운 집'이라는 말을 좋아해요. 집이라는 공간에 대한 당신의 견해가 궁금합니다.
주택은 인간 생활의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건축이죠. 그렇기 때문에 주택은 건축에 있어서 이상과 현실, 추상적인 것과 구상적인 것 사이 가장 깊고 격렬한 갈등이 있습니다. 주택이야말로 건축의 원점이 아닐까요? 제 마지막 작업은 아마 작은 주택 설계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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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공식적인 데뷔작, 스미요시의 연립 주택(Sumiyoshi no Nagaya)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서 물어봤습니다. 당신의 수많은 건축물 중에서도, 이 작은 주택에서 뿜어 나오는 아우라가 특히 감동적이었는데. 당시에는 파격적으로 여겨졌던 이러한 배치가 어떤 마음에서 탄생했나요.
저는 자연을 가까이에서 느끼고, 자연과 더불어 사는 것이 진정한 인간의 생활 모습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스미요시 연립 주택의 경우에도 이 신념을 지키기 위해 다소 불편함을 감안하고 집 한가운데를 외부 안마당으로 풀어내는 건축물을 고안했죠. 다시 말하면, &lsquo;주거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rsquo;에 대한 가치관의 문제였던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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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빛의 교회(Church of the Light)에도 교회 측의 편의에 따라 현재는 유리가 설치됐지만, 살아있는 동안 언젠가는 유리를 꼭 빼고 싶다는 말에서도 건축가로서의 단단한 자아가 느껴졌어요. 아직도 그 생각은 유효한가요.
물론 그렇게 하고 싶은 마음은 있습니다만, 완성된 건물은 고객의 것이니까요. 그들이 원하지 않는 것을 억지로 강요할 수는 없어요(웃음). 제 상상의 세계에서만 허용되는 이룰 수 없는 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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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콘크리트에 대한 집념처럼 본인이 부과한 개념에 속박된다고도 느낀다고 들었습니다. 당신도 본인의 신념을 신뢰하고 고수하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겠죠?
물론 스스로 기법을 한정함으로써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있지만, 아무런 장애가 없다는 것 또한 지루하죠. 창조의 기회는 때때로 역경 속에서 발견되는 법이니까요. 이런 생각을 평소에 하고 있으니 눈앞에 선택지가 있다면 어려운 쪽을 선택할 겁니다. 그게 힘들겠지만 재밌으니까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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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교육도 전무하고, 소위 말하는 스승도 없이 시작해서 그 길을 걸어오는 데에는 고독의 시간이 반드시 따랐을 것 같아요.
그렇죠. 독학에서 가장 힘든 부분은 길을 잃거나 막혔을 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동료나 이상적인 경쟁자가 가까이 있지 않다는 겁니다. 하지만 그 덕분에 무엇이든 제 눈으로 보고, 제 머리로 생각하는 등 나름대로의 사상과 가치관을 쌓는 훈련을 할 수 있었습니다. 우회하는 경우가 많은 건 확실합니다만, 지금은 독학도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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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class="image" style="text-align: right;"><img src="https://cdn.eyesmag.com/content/uploads/posts/2023/03/30/12-257e3126-4dfa-4334-afef-117c6abcd169.jpg" />
<figcaption>YES24</fig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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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도 굉장히 많이 읽는다고 알고 있어요. 여러 번 읽을 만큼 애착이 가는 책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좀처럼 대답하기가 어려워서, 최근 읽은 책 중 마음이 남은 한 권을 소개합니다. 나쓰메 소세키의 &lt;도련님&gt;인데요. 일본 근대 문학의 원점이라고 부르기에 어울리는 밀도와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이 한 권에 인간 삶의 모든 것이 담겨있거든요. 수십 년 만에 다시 읽었는데, 역시 뛰어난 책에는 어느 때에 읽느냐에 따라 다른 감동이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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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class="image" style="text-align: right;"><img src="https://cdn.eyesmag.com/content/uploads/posts/2023/03/30/안도타다오(청춘)포스터2(1)-ad76e520-d165-47b7-a7ba-2b2c6b9da398.jpg" />
<figcaption>MUSEUM SAN</fig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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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는 당신이 설계한 공간에서의 첫 전시예요.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그렇습니다. 사실 건축 전시라는 게 실제 작가의 작품은 부재하고, 도면이나 모형과 같은 일련의 창조 과정과 흔적을 보여줄 수밖에 없어서 어떤 의미로는 모순이 있거든요. 그런데 이번 전시는 전시장 자체가 제 작품이니, 저도 매우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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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IXesCs-opok
｜우연히 여행을 하다가 뮤지엄 산에 방문한 적이 있었어요. 모든 순간과 공간이 숭고했지만, 그중에서도 &lsquo;명상관&rsquo;에서의 경험은 절대 잊을 수가 없습니다. 작은 틈 사이로 빛에 의해 시시각각 변하는 공간의 모습을 느끼며, 당신의 철학을 몸소 체득했었죠.
감사합니다. 저는 아무것도 없는 곳에 자연의 빛이 비치고 그것이 시간과 함께 변해갈 때 생기는 공기, 그 생명감이야말로 건축 공간의 원형이라고 생각해요. 뮤지엄 산의 &lsquo;명상관&rsquo;과 현재 건설 중인 &lsquo;빛의 공간&rsquo;은 그러한 제 나름의 생각이 깃든 공간입니다. 다시없는 도전의 기회를 얻게 돼 너무 행운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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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class="image" style="text-align: right;"><img src="https://cdn.eyesmag.com/content/uploads/posts/2023/03/31/DD-f1725a1a-9d74-41e4-9e01-8de295933bc6.jpg" />
<figcaption>MUSEUM SAN</fig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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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타이틀도 멈추어 있는 &lsquo;거장&rsquo;이 아니라 끊임없이 도전하는 &lsquo;청춘&rsquo;이라 더 좋았습니다. 당신의 의견이 반영된 건가요.
전시명은 뮤지엄 산 측이 제안한 것이었어요. 그에 걸맞게 미술관 입구에 큰 사과 조각도 설치될 예정입니다. 미국 시인, 사무엘 울만(Samuel Ullman)의 시 &lt;청춘&gt;에서 &lsquo;인간은 희망을 가지고 꿈을 좇아 사는 한 육체는 늙어도 마음을 늙지 않는다. 영원한 청춘을 계속 살 수 있다&rsquo;는 구절이 있어요. 입구의 사과 조각을 비롯한 이번 전시는 그 아름다운 시에 대한 오마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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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건축가 한 명의 정제된 아카이브 전시가 아니라, 건축이 미술사와 미학으로 넘어오는 지점을 살피는 유의미한 기회가 될 거라 기대되는데.
맞습니다. 건축이라는 게 건물이 세워지는 장소, 즉 배경과 절대 분리할 수 없거든요. 이 전시가 건축이라는 한 전문 분야를 넘어, 미래 한일 양국이 문화 교류를 하는 데 있어 초석 중 하나로서 기능한다면 더욱 기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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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를 기대하는 많은 국내 팬들에게 어떤 경험으로 남길 바라나요.
전시를 어떻게 즐기고 느끼는지는 관람자의 자유이므로 제가 참견할 부분이 아니긴 합니다. 하지만 흔치 않은 기회로 제가 설계한 곳에서 전시를 개최할 수 있게 되었으니, 오감을 풀어내고 온몸으로 건축을 받아들이며 그 배후에 있는 창조적 세계를 마음껏 상상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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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건축이 걷어내는 것에 초점을 두듯, 당신의 삶에 거추장스러운 것들을 다 걷어내면 무엇이 남을까요?
철학적인 질문이네요(웃음). 정말 무엇일까요? 아마 &lsquo;살고 싶다&rsquo;는 근원적 욕망이 아닐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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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간발의 차로 만나지 못했던 당신의 정신적 스승 &lsquo;르 코르뷔지에&rsquo;에게 하고 싶었던 말로 마무리를 지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인간은 나이가 들면서 서서히 쇠약해져서 원숙의 방향으로 향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르 코르뷔지에는 40대 중반에 근대 건축의 &lsquo;혁명&rsquo;이라 부를 만한 큰일을 이루고, 만년에는 롱샹 성당 등 자신의 과거를 전부 부정하는 듯한 작품의 세계로 더욱 격렬하게 치닫았죠. 이 얼마나 창의적인 생명력인가요! 평생 도전자의 자세를 관철한 그 삶이 바로 &lsquo;영원한 청춘&rsquo; 아닐까요. 이 위대한 거장은 지금도 제 건축과 인생의 이정표이자 빛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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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instagram.com/p/Cqcna8YoJEl/
&lt;안도 타다오-청춘&gt;
기간｜2023.04.01 - 2023.07.30
주소｜강원 원주시 지정면 오크밸리2길 260, 뮤지엄 산

영원한 靑春 안도 타다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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