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1 style="text-align: center;">Editor Comment</h1>
사진가 대부분이 사랑했던, 사진가들의 꿈의 카메라 라이카(Leica). 그리고 라이카가 선택한 포토그래퍼 정정호. 라이카 SL2 카메라의 글로벌 캠페인 포토그래퍼로서 두해를 보내고 있는 그가 카메라를 처음 잡았던 때부터 수많은 브랜드와의 협업 프로젝트를 이끌어 내는 지금에 오기까지 과연 어떠한 과정들이 거쳐졌을지, &lt;아이즈매거진&gt;이 몇 가지 질문을 보내봤다. 사진은 결코 찍는 것이 아니라 기록하는 것, 또 보는 것이 아니라 읽는 것임을, 그와 함께한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알아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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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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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class="image" style="text-align: right;"><img src="https://cdn.eyesmag.com/content/uploads/posts/2022/10/04/N-141eb4c4-8d41-4c6b-acca-0f39abb0f10c.jpg" />
<figcaption>JUNG JUNG HO</fig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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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아이즈매거진&gt; 구독자들을 위해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파인아트 영역의 사진 작업, 브랜드와의 협업 프로젝트 등 다양하게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사진작가 정정호입니다. 주로 도시 개발과 변화, 지역의 설화와 문화 등을 사진으로 추적하고, 현장에서 수집한 오브제를 사진적 방식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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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사진을 시작하게 됐나요? 그 시작을 함께한 카메라는 어떤 제품이었는지 궁금해요.
스물한 살 때 큰마음 먹고 400만 화소의 캐논 똑딱이 디지털 카메라를 구매했어요. 당시 디지털 카메라가 출시된 지 얼마 안 된 때였고, 사진 동호회는 굉장히 활성화된 시기였어요. 저 역시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사진을 배웠고요. 사실 그때가 가장 즐겁고 행복했던 시절인 것 같아요. 그 이후 세계 여행을 떠나며 길에서 인물과 풍경 등 수많은 사진들을 찍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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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카 카메라의 글로벌 캠페인 포토그래퍼로 발탁된 지 2년이 지났어요. 라이카와의 만남은 작가님에게 어떤 기회로 다가왔나요?
라이카는 모든 사진작가들에게 꿈의 카메라예요. 사진사의 굵직한 대가들이 대부분 라이카 카메라를 사용했고, 시대의 창과 눈이 되어 세계의 중심과 주변부를 기록했어요. 3년 전 한 방송사의 프로그램에 사진가로 참여해 포스터와 스냅 사진을 찍었는데 그때 라이카 카메라 코리아가 카메라와 렌즈를 협찬해 주었어요. 이 카메라로 처음에는 쿠바를 찍었는데 놀랄 만한 선예도와 선명한 색감에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나요. 디테일이 좋은 것은 물론이고 비비드한 색과 뛰어난 질감으로 퀄리티 높은 사진을 기록할 수 있었거든요. 이후 파타고니아의 넓은 초원과 광야를, 장한평 중고차 단지의 골목을, 대부도 일대의 건축과 바다를, 그리고 부처와 마고할미의 설화를 좇는 과정까지 라이카 카메라로 기록했어요. 협업 프로젝트에서도, 개인 작업의 과정에서도 함께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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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부산에서 라이카와 함께 &lt;매그놀리아&gt; 사진전을 개최했어요. 이번 작업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과 즐거움이 있었을까요?
&lt;매그놀리아&gt; 작업은 저에게 특별한 시도예요. 정물로서의 꽃을 처음 작업했거든요. 작가들이 전시할 때 때로는 전시장의 분위기에 따라 작업을 선별하기도 하는데, 이번 전시장은 온화하고 따스한 느낌이라 전시를 관람하는 사람에게 편안한 휴식을 주고 싶었어요. 전시 제안을 받고선 이 시리즈가 어울리겠다고 생각했어요. 목련이라는 동일한 꽃의 사진인 만큼 반복적이거나 지루한 느낌이 들지 않게 하기 위해 특히 경계했어요. 전시가 꽃의 아름다운 순간을 표현하고, 피고 지는 생의 과정 자체로 표현되었으면 했거든요. 이때 사진의 톤과 배경 색, 전시장의 구조를 생각하며 전시의 베리에이션과 동선을 짜는 데 많은 고민을 했어요. 대형사진들이라 프린트 퀄리티에도 신경을 많이 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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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작업물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 들더라고요. 어떤 변화를 거쳤나요?
사실 꽃 사진은 이제껏 저에게 평범한 클리셰였고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어요. 그러다 작년에 자전거를 타고 도시 외곽을 리서치할 기회가 있었는데요. 어느덧 길가에 피어난 잡초와 들풀이 새로운 풍경으로 다가오더라고요. 외곽의 풀들이 마치 앙리 루소(Henri Rousseau)의 회화처럼 느껴졌고 이를 새로운 풍경으로, 사진으로 재해석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이사한 작업실 앞에 목련 나무가 있었어요. 겨울 내내 품고 있다가 봄에 온 힘을 다해 피어나 눈부신 아름다움을 뽐내지만 이내 처참히 사라지는 그 모습이 안타깝더라고요. 반대로 새가 쪼아 상처가 난 목련 꽃잎의 시들어가는 모습이 아름다워 보이기도 했고요. 그 꽃 한 송이를 작업실에 두었는데 다음날 급격히 생명이 사그라지고 죽어가는 장면에서 묘한 감정을 느꼈어요. 그렇게 &lt;매그놀리아&gt;가 탄생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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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외에도 여행 예능 프로그램의 포스터나 컨셉 촬영, 백화점이나 편집숍 등의 공간 촬영까지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어요.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은 무엇인가요?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했지만 2009년 사회적 기업 아름다운 가게와 EBS TV 프로그램의 협업으로 네팔의 작은 오지 마을인 굴미(Gulmi)에서 히말라야의 커피 농부를 2개월간 사진으로 기록한 적이 있어요. 그들과 함께 먹고 자고 생활했는데, 그러다 보니 타인의 시선이 아니라 그 일원이 된 듯한 마음으로 사진을 찍게 되더라고요. 한 장의 사진보다 그들에 대한 삶에 대한 존경이 우선인지라 쉽사리 셔터를 못 누르고 펑펑 울었던 기억이 있어요.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이었어요. 
그리고 JTBC의 &lt;트래블러&gt; 프로그램 촬영이 있는데요. 프로그램을 기획한 최창수 PD는 대학생 시절에 함께 인도를 여행한 인연이 있는 형이에요. 자이살레메르 사막에서 별을 보며 너는 사진작가로, 본인은 피디가 되어 프로그램을 제작해 함께 여행하자고 했었는데, 13년이 지나 그 꿈이 이루어진 거예요. 촬영 당시 사진에 있어 저에게 많은 권한을 주었어요. 덕분에 그때의 사진이 포스터로, 스틸컷으로, 그리고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에서 라이카와의 협업 전시로 이어질 수 있었죠.
<figure class="image" style="text-align: right;"><img src="https://cdn.eyesmag.com/content/uploads/posts/2022/10/04/10-2a0d785c-1aaa-4829-9675-b76c688b8dbc.jpg" />
<figcaption>JTBC</fig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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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트래블러&gt; 촬영 이후 배우 류준열님과도 연이 닿아 지금까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류준열님 또한 라이카 사진전에 함께하기도 했었죠. 준열님의 사진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나요?
&lt;트래블러&gt; 촬영 이후 류준열 배우와 함께 오랜 시간 사진뿐만 아니라 동시대 문화와 예술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맨토-멘티의 관계를 넘어 어느덧 친한 동생이 되었어요. 사진에 엄청난 관심과 애정이 있더라고요. 준열씨를 보면 제가 처음 사진에 미쳐 있을 때와 닮아 있어요. 평소 예술이나 미적인 것에 관심이 많아서인지 사진 실력도 놀랄 만큼 빠르게 성장했어요. 그가 보내주는 사진을 보면서 빠르게 성장하는 감각에 놀라기도 하고, 자극을 받기도 해요. 아무래도 제 영향을 받은 만큼 사진에 접근하는 태도도 많이 닮아 있는 것 같아요. 준열씨는 앞으로 더 기대되는 사진가가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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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작업을 보면 토템, 불도, 자연과 생태의 변화, 도시의 이주와 재개발 등 전혀 단순하지 않은 주제들로 작업했어요.
주로 제 삶 속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나 공간에서 많은 영향을 받는 편이에요. 최근 6년간 미술가들이 머무는, 도시 외곽에 있는 '레지던시' 공간에 입주해 있었어요. 자연스레 그 주변의 풍경을 기록했고, 그것이 연결고리가 되어 이야기가 확장되고 카테고리가 뻗어나가더라고요. 풍경의 단순한 기록을 넘어 아카이빙한 사진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작가의 조형적 시선, 사진과 사진 사이 숨은 레이어와 층위가 드러나길 바라는 마음이 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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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작업물 중 눈에 먼저 띄는 제목이 있어요. 작품명은 사진을 보고 해석하는 과정에서 아주 좋은 힌트가 되곤 하는데, &lt;2017년 프로포즈할 때 먹었던 티본 스테이크와 티라미수&gt;는 전혀 눈치챌 수 없겠더라고요.
당시 피렌체에서 여자친구에게 프로포즈를 했어요. 같이 근사한 저녁 식사를 한 뒤 숙소로 돌아와서 이 사이에 낀 고기를 치실로 뜯어내고 그것을 영수증과 함께 전시했어요. 사랑이라는 고귀함에 관한 역설이자 증표라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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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흔히 일상 속에서도 사진작가의 임무를 놓지 않는 편인가요? 글 쓰는 작가들이 매 순간 메모를 하고, 기억하려는 습관이 있는 것처럼요.
독특한 장면이나 기억을 항상 사진으로 찍어두려고 노력합니다. 가능하면 카메라도 가지고 다니려고 해요. 신기하게도 카메라를 챙기면 주변의 모든 환경과 사물을 더 예리하게 관찰하게 되거든요. 촬영 이후에는 외장하드에 저장하고 카테고리화 하지만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들은 곧 잊히게 됩니다. 결국 도구가 사진을 지배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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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경험보다 이미지를 중요시하는 현대사회에서 앞으로 사진작가들은 어떠한 이미지를 만들어야 할까요?
얼마 전 세계적인 거장 랄프 깁슨(Ralph Gibson)의 아티스트 토크를 들었어요.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휴대폰 사진은 동일한 프로그램을 써서 동일한 사진들이 반복 생산되는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대부분의 사진이 비슷해진다고나 할까요. 그렇다면 작가들은 더 가까이 다가가 관찰하고, 세심하게 들여다보아야 해요. 그리고 이미지가 만들어내는 힘을 전시 구조 안에서 &lsquo;경험&rsquo;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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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마지막으로 사진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다른 이야기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모든 사진은 자신의 삶과 연결되어 있어요. 자신이 좋아하는 분위기가 사진에 찍히고, 욕망하는 것이 찍히게 되죠. 타인의 사진을 잘 들여다 보기 위해 프레임에 의해 잘려진 것 너머를 보면 더 많은 이야기가 보이게 돼요. 사진을 잘 읽을 수 있다면 더 잘 찍을 수 있어요. 사진 뿐만 아니라 좋은 그림과 조각, 음악, 책을 즐기시길. 그것이 언젠가 곧 자신의 작품에 큰 영감을 줄 거예요.

시대의 창과 눈이 되어 세계를 기록하는, 포토그래퍼 정정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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