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1 style="text-align: center;">Editor Comment</h1>
두 번의 여름이 지나고 다시 만난 pH-1은 더 단단해진 모습이었다. 누군가의 눈에 들기보다는 자신만의 것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뾰족한 마음까지도 숨김없이 음악에 담아내겠다는 곧은 심지가 느껴진다. 비로소 박준원에 가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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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class="image" style="text-align: right;"><img style="display: block; margin-left: auto; margin-right: auto;" src="https://cdn.eyesmag.com/content/uploads/posts/2022/09/15/8-6e9eba57-c954-4d0a-a22b-eecd61a72378.jpg" width="872" height="1090">
<figcaption>Jacket - Juun.J / Dresses - Burberry</fig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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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앨범이 나오면 다시 만나기로 약속했었죠. 1년 5개월 만에 마주하게 됐네요.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요.

여러모로 바쁘게 지냈어요. 전보다 상황이 나아지면서 공연도 많이 하고, 틈틈이 정규 앨범 작업에도 힘을 쏟았어요. 최근에는 해외 공연도 두어 번 다녀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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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 다녀왔다면서요. 영국에서 체감한 K팝, K힙합의 열기는 어땠어요.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인기가 많아서 놀랬어요. 나중에 들어보니 ‘K팝 데이’보다 ‘힙합 데이’의 열기가 더 뜨거웠다고 하더라고요. 아무래도 힙합 하는 분들이 관객들과 소통을 더 많이 하는 편이라 그런 부분을 더 재미있게 보지 않았나 싶어요. 그리고 또 요즘 워낙 ‘K’ 자체에 대한 관심이 많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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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역시 주춤했던 공연이 올 초부터 다시 활기를 찾는 모습이에요. 덕분에 팬들을 더 자주 만날 수 있게 됐고요. 올해 여름은 어떻게 기억될 것 같나요.

많은 공연과 많은 파티 그리고 많은 술자리.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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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7~8월이면 다들 여름 휴가를 떠나잖아요. (pH-1도) 기회가 된다면 가까운 제주도라도 들르고 싶다고 했는데, 바람이 이루어졌나요.

못 갔어요…. 그나마 LA랑 런던에 공연 다녀온 게 여행 아닌 여행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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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앨범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 볼게요. 8월 9일, 선싱글 앨범 [MR. BAD]를 내놓았죠. 앨범 소개글을 보니 칸예 웨스트(Kanye West)의 ‘Addiction’ 가사가 적혀있더라고요.

선싱글 뿐만 아니라 정규 2집 전체를 아우르는 키 메시지예요. [BUT FOR NOW LEAVE ME ALONE]은 제 안에 있는 어두운 모습을 솔직하게 표출한 앨범이거든요. 사람은 누구나 밝은 면 뒤에 어두운 면이 공존하고 있잖아요. 문자 그대로의 ‘Addiction’이나 약점, 유혹 등 각자가 가진 어두운 면들에 초점을 맞춘 앨범이라, 제가 좋아하는 ‘Addiction’의 가사가 자연스레 떠올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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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class="image" style="text-align: right;"><img src="https://cdn.eyesmag.com/content/uploads/posts/2022/09/15/1-3d70099b-6365-42b1-8172-b1965796075f.jpg">
<figcaption>Knit - Loewe / Pants - NAMESAKE / Shoes - Stylist's own</fig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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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 BAD] 발매 후 어떤 감상평이 제일 와닿았나요. pH-1이 느꼈던 감정도 궁금해요.

‘pH-1 노래는 실패가 없다’라는 댓글 기억나요. 또 해외 팬들은 ‘Banger’라며 좋아해 주셨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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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새 LP [BUT FOR NOW LEAVE ME ALONE]이 나왔어요. LP의 소개 글은 뭐라고 적을 예정인가요.

흠… 모르겠어요. (웃음) 앨범 제목 자체가 전체를 아우르는 문장이라, 길게는 안 쓸 것 같아요. 정말 그 문장 자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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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LO] 이후 3년 만에 발매하는 큰 볼륨의 작품이에요. 전작과는 확실히 다른 인상이 전해져요. 동시에 ‘이런 음악도 역시 잘하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많은 분들이 흔히 떠올리는 제 이미지는 ‘밝은’, ‘달달한’, ‘소프트한’ 등의 모습일 거예요. 이번 앨범에서는 그동안 대중에게 보이지 않았던, 그리고 대중이 보지 못했던 저의 어두운 면을 드러내고 싶었어요. 동시에 이미지 변신도 하고 싶었고요. 그래서 곡 무드에 맞게 전체적인 비주얼에도 변화를 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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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기대치를 채우기보다는 자신이 하고 싶은, 자신만의 것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의지와 욕심인 걸까요. 음원 성적이나 스코어 따위는 우선 순위에서 잠시 제쳐두고요.

맞아요. 특히나 이번 앨범은 100% 제 취향 저격인 곡들로만 꾸렸어요. 이 앨범이 음원 사이트에 차트인을 하든 말든, 음원 성적에 대한 욕심은 아예 없어요. 물론 이전에는 스코어에 대한 욕심과 부담이 어느 정도 있었죠. 하지만 이제는 스스로 좋고, 멋있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해 나가는 게 최우선이에요. 그와 동시에 저와 취향이 비슷한 마니아층들을 조금 조금씩 모아가는 게 아티스트로서는 더 멋있는 일이 아닐까 싶어요. 취향이 안 맞는다면 어쩔 수 없지만 저와 취향이 비슷한 분들이 제 음악을 듣고 또 팬으로 남아 있다면, 그건 더더욱 오래 제 곁에 머물러 줄 사람들인 거잖아요. 이제는 그런 단계로 넘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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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도 앞에서 두려움이나 긴장감 같은 건 없었나요.

두려움보다는 기대감이 더 컸어요. 빨리 이 앨범을 세상 밖으로 내보내고 싶었고,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했어요. 피드백이 좋든 안 좋든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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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LO]가 모쿄(Mokyo)와의 작업을 통해 탄생한 앨범이라면, 이번 신보는 다양한 프로듀서와 함께했어요. 써밋, 브릴리언트, 수민, 슬롬, 너티, 블랙 도, 호이웨이브, 피제이 그리고 방달까지 합세했죠. 매 앨범마다 새로운 파트너를 찾아 작업하는 편인가요.

새로운 시너지를 위해 다른 프로듀서와 협업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곡마다 구현하고 싶은 사운드도 다르고, 여러 파트너와 작업을 하게 되면 배울 점도 되게 많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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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타이틀곡이 무려 3가지예요. 총 13곡 중 3곡을 모두 타이틀곡으로 낙점한 이유가 있을까요. 다 좋아서?

네 일단 다 좋아요. (웃음) 짧게나마 설명을 하자면, ‘ZOMBIES’는 공연이나 파티, 페스티벌에서 부르고 싶어서 만든 곡이고요. ‘TIPSY’는 완전 제 취향을 담아 만든 최애 곡 그리고 ‘YUPPIE TING’은 주위 사람들한테 인기가 많았던 UK 개러지 장르의 트랙이에요. 이 곡도 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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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스니커즈 언박싱 BGM으로 스포한 트랙은 뭐였나요. 

아 그 곡은 6번 트랙 ‘JULIETTE!’이에요. 미국 싱어송라이터 우미(UMI)가 피처링으로 함께해 줬고, 올 영어 가사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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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밋, 브릴리언트와 협업한 ’ZOMBIES’는 여러 이펙트 덕에 듣는 재미가 쏠쏠한 트랙이예요. 어떤 이야기를 소리로 표현한 걸까요.

패션도, 음악도, 그리고 삶 자체도 심플하고 미니멀한 걸 좋아해요. 좋게 보는 분들은 감각적이라고 말하지만, 안 좋게 평가하는 분들은 소위 말해 ‘야마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ZOMBIES’라는 트랙에서 확실한 임팩트와 존재감을 주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소리도 더 풍성하고 자극적이게 엔지니어링과 믹스를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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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애착이 가는 곡으로 ‘TIPSY’를 골랐어요.

아 근데 사실 하나만 못 골라요. (웃음) 그나마 비트와 멜로디 등을 따졌을 때는 ‘TIPSY’인 것 같아요. 힙합 좋아하는 분들이 마음에 들어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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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본인 취향이 담겨있어서?

네 완전. 실제로도 술 한잔하고 녹음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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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가장 궁금했던 트랙은 ‘YUPPIE TING’이었어요. ‘YUPPIE’를 곡의 소재로 택한 이유는.

우연히 알게 된 단어예요. 젊고(Young), 도시(Urban)에 살면서, 전문직(Professional)에 종사하는 사람을 ‘YUPPIE’라고 하더라고요. 이 곡에서는 가상의 한 인물을 ‘YUPPIE’에 비유했어요. 만남을 이어가던 상대가 다른 연인의 라이프스타일에 완전히 익숙해지면서 똑같은 삶을 좇게 되는 거죠. 점점 더 비싼 옷, 높은 곳을 바라보게 되는 그런 설정의 이야기예요. 실제로 주변에서 그런 일들을 목격하기도 했었고, 약간의 픽션도 섞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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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class="image" style="text-align: right;"><img style="display: block; margin-left: auto; margin-right: auto;" src="https://cdn.eyesmag.com/content/uploads/posts/2022/09/15/7-cccca374-af0f-4cc5-b3ff-2b719cea2762.jpg" width="872" height="1090">
<figcaption>Fur coat - Off-White™ / Knit - Etro / Scarf and Fedora Hats - Stylist's own</fig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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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틀곡 외에 꼭 들어봐야 할 수록곡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우미와 함께한 ‘JULIET!’. ‘365&amp;7’의 후속곡 같은 분위기예요. 그리고 슬롬(Slom)이 프로듀싱 한 11번 트랙 ‘BREAK THE GLASS’도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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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자면 [BUT FOR NOW LEAVE ME ALONE]은 불안을 키워드로 시작했지만, 결국 전하고자 하는 바는 ‘지금 이대로도 괜찮으니 내버려 둬’인 거잖아요. 앨범의 화자는 또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 가게 될까요.

더 솔직한 음악들이 나올 거예요. 걱정 아닌 걱정이 있다면, 이거예요. 제가 앨범을 낸다고 하면 많은 분들이 ‘Nerdy Love’나 ‘Homebody’ 같은 노래를 기대하거든요. 마음은 감사하지만, 계속 그런 노래만 낼 순 없어요. 이제는 어둡고, 날카롭고, 신경질적인 모습들까지도 가감 없이 보여줄 예정이에요. 비로소 박준원에 더 가까워지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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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1의 다음 스텝.

코로나19로 잠시 멈췄던 해외 투어를 다시 계획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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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아일랜드까지도요?

그럼요. 물론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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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class="image" style="text-align: right;"><img style="display: block; margin-left: auto; margin-right: auto;" src="https://cdn.eyesmag.com/content/uploads/posts/2022/09/15/5-328fa40b-7eda-485a-aa15-3c082feb6041.jpg">
<figcaption>All - PRADA</fig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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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KTAdIVdMwuQ

pH-1 인터뷰 “비로소 박준원에 가까워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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