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 Comment

보통 대부분의 이들은 자신이 하는 일 외 타 직업과 직무에 대해 알지 못한다. 물론 필자를 포함해서 말이다. 다른 직업이 궁금하지만 경험하지 않으면 알기 쉽지 않다. 그렇기에 그 직업을 꿈으로 갖는 이들도 막상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기 태반이다. 이에 궁금증은 물론, 그 꿈을 좇는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전하는 [하우투] 시리즈 두 번째 편을 준비했다.

<나는 살인범이다>부터 <악녀> 그리고 넷플릭스(Netflix) 영화 <카터>를 제작한 영화감독 정병길. 통념을 깨는 액션과 연출로 호평받아 온 그는 <악녀> 이후 5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신작에서도 어떠한 주저함이 없는 과감한 연출을 보여주었다. 공개 3일 만에 넷플릭스 영화 글로벌 TOP 10 비영어부문 1위를 차지하는가 하면, 원테이크 방식으로 액션 서사에 있어 한 획을 그었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영화의 길을 걷게 된 시작부터 이번 작품 <카터> 그리고 국내 영화감독 최초 NFT를 론칭하게 된 이야기까지. 참고로 그의 NFT는 영화 <악녀>를 모티브로, '또 다른 지구'라는 주제로 멀티버스에 7인의 빌런들이 등장하며 각각의 세계관을 펼친다. 그는 NFT 속 빌런 각각 개성 있는 캐릭터, 역사, 배경 등을 적용한 방대한 세계관을 영화 시나리오처럼 구성했고, 이를 통해 다양한 스토리를 전개했다고. 관련해선 아크피아의 디스코드와 트위트 계정을 통해 확인할 수 있으니 참고하길 바라며, 그와 나눈 인터뷰 전문은 아래에서 확인해 보자.

*궁금한 직업과 관련된 질문을 보내주세요.

youlim@eyesmag.com

INTERVIEW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본인 소개 먼저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영화 <카터>를 연출한 영화감독 정병길입니다.

｜어렸을 적 축구선수를 꿈꾸다 안양예고 미술과 진학 그리고 미대 입시 후 영화계에 발을 들였다고 들었어요. 다양한 경험 안에서 본인의 꿈을 찾게 된 걸까요. 우연히 혹은 필연적으로?

초등학교 시절에는 마냥 공 차고 노는 게 재밌었어요. 축구선수가 되고 싶었지만 그만큼의 재능은 없었죠. 그래서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었요. 그러다가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고, 부모님이 그림은 반대를 안 하시더라고요.

그렇게 공부도 안 하고 그림만 좋아하다 보니, 극장 간판을 그리는 사람이 되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는 어릴 때부터 계속 좋아했거든요. 다만 영화감독, 영화배우 등 이런 직업을 꿈도 꾼 적은 없었죠. 저와는 먼 일, 다른 세상 사람들이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어렸을 때 시골에 살았거든요.

주말의 명화나 토요명화를 보며 영화를 계속 접했고, 그러다가 비디오 세상이 열리면서 영화를 더욱 많이 봤던 것 같아요. 유년 시절을 생각해 보면 그림만 그리고 영화만 봤어요. (웃음) 그러다가 내가 잘하는 일인 미술 대학을 진학을 꿈꿨지만 욕심이 있었지만 3수까지 하면서 뜻대로 안 됐고 그러다가 참 우연히 시작하게 된 것 같아요. 그림 말고 '영화'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노킹 온 헤븐스 도어> ｜ 1998　 [cycloneslider id="16376"]

｜<노킹 온 헤븐스 도어>에 감명받고 그 계기로 영화의 길에 접어들었다고 들었어요. 그 작품과 감독님이 현재 보여주고 있는 작품의 결은 상당히 다른 것 같은데, 액션물만 선보이는 이유가 있다면요.

물론 액션을 많이 보여주었지만, 앞으로 다양한 장르를 해보고 싶고 하려고 준비 중이에요.

｜그렇다면 대학 입시에 실패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정병길 감독은 존재하지 않았을까요?

그건 정말 모르겠어요. 대학을 결국 가긴 갔지만 안 다녔고, 그런 걸 보니 대학은 사실 크게 제 삶에 영향을 주지 않았던 것 같아요.

｜지난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액션신이 돋보이지 않는 이유에 대해 카메라 앵글이 스턴트맨의 실력을 잘 담아내지 못한다고 언급한 걸 보았어요.

액션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아무래도 카메라 앵글인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똑같은 동작을 해도 그 몸짓이 힘 있거나, 날카롭고 빠르게 보이려면 카메라가 중요하거든요. 사실 셀카를 찍어도 예뻐 보이는 각도가 제각각 있잖아요. 액션도 똑같아요. 각 움직임마다 좋은 구도와 앵글이 있는 거죠. 각 동작마다 배우와 합에 따라 완벽한 앵글을 찾으려고 매 작품마다 노력하고 있어요.

｜영화감독은 단순히 영화를 좋아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연출부터 카메라 구도, 배우들의 동선, 조명, 미술, 사운드, 편집 능력 등 영화감독은 한마디로 영화를 제작하는 데 있어 모든 소양이 필요한 것 같은데.

영화나 만화책 보고 그림 그리는 걸 워낙 좋아해서 자연스레 그런 소양들이 길러진 것 같아요. 저는 사실 중·고등학교 때 공부라는 걸 해본 적이 없거든요. 제가 영화를 하게 될지는 몰랐지만, 어렸을 때부터 제가 좋아하는 일들이 다 영화와 관련됐던 것 같아요.

｜사실 그래서 이번 영화가 더욱 인상 깊었어요. <카터>는 액션에 대한 해갈을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었어요. 원테이크로 촬영되었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촬영할 수 있었던 이유, 그리고 이렇게 촬영하고 싶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어린 시절부터 그런 기법으로 촬영한 영화들을 봤던 것 같아요. 그래서 자연스레 그렇게 찍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번에 이렇게 촬영하게 된 건, 단순히 시원하게 신의주까지 두 시간 동안 담아내면 그림이 어떨까라는 생각이 제일 컸어요. 컷이 끊어지지 않으면서 스토리를 풀어나간다면, 관객들에게 시원한 쾌감 같은 걸 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

　<카터> ｜ 2022　 [cycloneslider id="16344"]

｜현재 <카터>에 대한 평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실까요. 액션물과 원테이크 기법이 낯선 이들에겐 다소 생소한 감이 있는듯 한데요.

일종의 1인칭 게임에 참여한 것 같다는 감상평이 있더라고요. 덕분에 유명한 게임 제작자분이 좋은 얘기를 해주셨어요. (웃음) 새로운 앵글에 대한 거부감은 당연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죠. 그럼에도 처음 보는 신선함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요. 이런 부분은 계속 염두에 뒀던 부분이에요.

나중에 또 이런 원테이크 기법을 활용해 작품을 제작할 생각이에요. 물론 조금 다른 형식이겠죠. 사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원테이크 기법의 영화는 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다 다른 부분으로 원테이크를 구현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다음엔 뭔가 새로운 방식으로 도전해보고 싶어요. 아직 구체적인 시나리오는 없지만, 이번에 원테이크로 할 수 있는 앵글이나 액션은 이번에 거의 한 것 같아서 다음 작품에선 다른 느낌, 조금 잔잔한 서사로 풀어내보면 어떨까 해요.

｜영화는 주원에서 시작해 주원에서 끝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예요. (웃음) 주원을 주연으로 캐스팅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주원이는 눈이 참 신기해요. 뭔가 이중적인 얼굴이랄까. 선함과 악함이 공존하죠. 극중 '카터'라는 배역은 기억을 잃었기에 본인을 포함해, 누가 선이고 악인지 그걸 파헤쳐 나가는 인물이에요. 주원이는 굉장히 연기를 잘 하는 배우인데, 잘생긴 외모 때문에 연기력이 가려진다고 생각했어요. 굉장한 포텐을 가지고 있는데 말이죠. 그래서 이번 작품에서 그게 빛을 발하길 바랐어요.

｜이번 작품에 대해 아쉬움은 없었나요. 구상한 바를 다 이뤘을지.

항상 작품이 끝나면 아쉬워요. 시나리오부터 촬영까지 하나하나 최선을 다해도 아쉬움이 남는 것 같아요. 그래도 참 열심히 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다른 작품도 열심히 했지만, 이번엔 정말 열심히 했어요.(웃음)

｜<카터>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준다면.

글쎄요. 작품이 끝나고 나니 다 잊은 기분이 드는데요.(웃음)

아, 한 가지 꼽자면 이번 작품에 카밀라 벨(Camilla Belle), 마이클 콜터(Mike Colter) 등 헐리우드 배우들이 출연했어요. 처음에 마블 시리즈 주인공 역을 하는 마이클 콜터가 이 작은 역할을 해줄까 하는 의문이 들었는데 그가 흔쾌히 응해주더라고요. <악녀>를 재밌게 봐서 그거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고. 카밀라 벨도 작은 역할이지만 너무 참여하고 싶었다고 말해주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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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터>를 아직 보지 않은 이들에게 한 마디 해준다면.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영화를 즐기고 싶은 분들에게 좋은 영화예요. 너무 많은 기대도 말고 편안한 마음으로 가볍게 봐주시길 바랍니다. (웃음)

｜숨 가쁘게 한 작품을 끝냈겠지만, 차기작에 대해 묻지 않을 수가 없어요. 이후 계획이 있을까요?

아직 결정은 안 됐어요. 헐리우드와 한국 영화가 각각 있는데 어떤 작품이 먼저 나올지는 아직 모르겠네요.

　<나는 살인범이다> ｜ 2012　 [cycloneslider id="16348"]

｜영감을 원천은 무엇일까요. 사람 혹은 사물, 상황 등 어떤 것에서 영감받아 스토리를 구상하고 그림을 그리는지.

보통 시나리오는 아주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것 같아요. 서울에서 평양 신의주까지 한 번에 원테이크로 담아내고 싶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이번 작품처럼 말이죠.

　<악녀> ｜ 2017　 [cycloneslider id="16347"]

｜한편, 이번에 지난 작품 <악녀>를 모티브로 한 NFT를 발행한다고 들었어요. NFT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요. 이번 NFT를 기획하는 데만 3년이란 시간이 걸렸다고 들었는데.

계속 그림을 그렸던 사람이라 개인전 계획이 있었어요. 생각은 있었지만 영화도 계속 찍다 보니 정신이 없었죠. 3년 전부터 관련해서 본격적으로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면서 NFT에 대해 알게 되었고요. 그림을 가상 세계 속 NFT로 보여주면 어떨까라는 생각에서 시작된 것 같아요. 3년이란 시간은 NFT에 대한 전반적인 스토리를 구상하는데 걸린 시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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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T에 문외한인 이들에게 NFT의 가치를 말해준다면.

여러 명이 소유한다는 점. 그게 가장 큰 장점 아닐까요.

<카터> 속 '감염자'라는 요소가 나와요. '감염자'의 비주얼에 모티브 된 NFT도 이번에 포함됐는데, 3년 전에 그린 스케치죠. <카터>의 이미지가 NFT에서 먼저 나왔듯, 앞으로의 차기작은 비주얼로 무언가 나오기 전에 NFT로 먼저 선보일 것 같아요. 그리고 그 NFT가 영화에서 인물이나 소품 혹은 이야기로 구현되겠죠. 이번에는 그림으로 NFT를 보여주었지만, 다음에는 이게 스토리가 될 수도 있고, 아님 다른 무언가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시네마 천국> ｜ 1988　

｜본인의 작품 외 ‘이 영화는 꼭 보았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는 영화가 있다면.

은연중에 꿈을 갖게 해준 영화 <시네마 천국>을 좋아하고 추천해요. 영화를 보면서 극장에서 기웃기웃하는 어린아이가 저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비슷하다는 소리를 들은 적도 있고요. 물론 <시네마 천국>처럼 아름답진 않았지만. (웃음)

｜감독님에게 영화는 어떤 존재일까요.

스스로 영화감독이라는 게 아직도 참 낯설게 느껴져요. 비행기 타면 직업란에 항상 무직으로 적곤 하죠. 누군가가 '감독님'이라 부르면 어색하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영화가 좋아요. 영화 외 다른 일을 한다면 결국 같은 맥락에서 하게 될지 않을까 싶어요.

｜마지막으로 영화감독을 꿈꾸는 이들에게 전하는 말이 있다면.

저는 되레 영화감독이 돼야겠다는 목표를 가지기 보단, 우연히 영화를 만들게 되었고, 그후 이게 나한테 맞는 일인지 시행착오를 겪는 기간이 있었어요. 물론 어렸을 적부터 영화감독이 꿈인 이들도 있을텐데, 막상 해보면 쉽지 않다는 것을 알 거예요. 데뷔를 하는 분들은 극소수고, 그런 과정에서 오는 좌절도 있죠. 또 영화감독을 꿈꾸지만 제대로 실천하지 않는 이들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저 마음속으로 품고만 있는 이들도 있으니까요. 상업 영화로 바로 가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고요.

저는 독립영화로 시작해서 좋은 반응을 얻고, 상업영화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던 케이스예요. 어떤 분은 시나리오 작가로 데뷔했다가 감독이 된 사례도 있고, 누구는 다 재능이 없는데 현장이 좋고 재밌어서 조감독으로 일을 하다 감독으로 길을 넓힌 경우도 있어요. 영화감독이 되기까지는 굉장히 여러 가지 갈래가 있는 것 같아요. 만일 영화감독이 되고 싶다면, 우선 자신이 어떤 길이 맞는지 아는 게 중요해요. 스스로 무엇을 잘하는지 인지하는 것. 그걸 더 깊고 심도있게 파헤치다 보면, 영화감독을 업으로 할 수 있는 당위성과 가능성이 생기지 않을까요.

[하우투] 영화감독 ‘정병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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