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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일어났다’와 ‘제주라서 일어났다’는 다른 문장이다. 최근 사건을 둘러싼 불안을 가볍게 여기지 않되, 경찰의 실패와 개별 사망 사건, 범죄 통계가 한데 묶이는 과정에서 빠진 설명을 따라가 봤다.

사건은 총 네 건. 지난 8월 22일부터 24일까지 제주에서 실종 신고된 네 명이 잇따라 숨진 채 발견됐다. 이 가운데 두 건은 같은 경찰관이 실제 소재와 안전을 확인하지 않은 채 신고를 종결한 사건이었다. 지난 5월 실종된 30대 여성 A씨는 104일 만에 머물던 숙소 인근에서, 7월 실종 신고된 60대 남성 B씨는 최초 신고 51일 만에 발견됐다. 다른 두 건은 해당 경찰관의 허위 종결과 무관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러 죽음과 경찰의 거짓 처리가 사흘 사이 한꺼번에 알려진 만큼 불안과 비판이 커지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사건이 알려진 뒤 온라인에는 발견 지점을 표시한 지도와 확인되지 않은 조직범죄설이 퍼졌고, 기사에서는 ‘범죄율 전국 1위’라는 통계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서로 다른 네 사건과 한 경찰관의 부실 대응, 오랜 기간 집계된 지역 범죄율이 한 화면에 놓이자 남은 공통점인 ‘제주’로 시선이 모였다. 사건이 제주에서 일어났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제주라는 지명은 이 사건들을 어디까지 설명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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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개의 점을 이은 것

현재까지 공개된 수사 결과만으로 네 사람의 죽음이 하나의 범죄나 같은 원인으로 연결됐다고 볼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같은 지역에서 비슷한 시기에 발견됐다는 사실과 각각의 사건이 연결돼 있다는 판단은 별개다. 전국의 실종 신고 자료를 비교해도 제주에서 성인 실종이 유난히 빈번하다고 단정할 근거는 부족하다. 물론 이번 허위 종결 사건으로 실종 기록과 처리 과정 전반을 다시 점검해야 할 필요는 생겼다. 그러나 점검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아직 확인되지 않은 연결고리를 증명해주지는 않는다.

반대로 분명하게 확인된 문제는 확대됐다. 제주경찰청은 9월 1일 해당 경찰관이 처리한 실종 사건 298건을 전수조사한 결과, 기존 두 건 외에 허위 종결 의심 사례 25건을 추가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10건은 당사자의 안전이나 소재를 직접 확인하지 않고 종결한 정황이 있었고, 나머지 15건은 소재를 확인한 뒤에도 시스템에 사실과 다른 사유를 입력해 기록을 삭제한 사례였다. 안전을 확인하지 않았던 10명의 현재 신변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네 건의 죽음을 하나의 범죄로 묶을 근거는 나오지 않았지만, 한 경찰관의 판단이 별다른 제동 없이 사건 종결과 기록 삭제로 이어진 구조는 구체적인 수사 대상으로 남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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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1위’는 강한 문장이다

제주의 범죄 발생 수치가 높은 것은 사실이다. 2024년 제주에서 발생한 범죄는 인구 10만 명당 4,539.6건으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많았다. 전국 평균 3,342.9건보다 35.8% 높은 수치다. 행정안전부의 2025년 지역안전지수에서도 제주는 범죄 부문 5등급을 받았다. 따라서 제주 치안을 둘러싼 모든 우려를 근거 없는 과장이나 통계의 오류로만 돌릴 수는 없다. 높은 수치가 나타나는 이유와 치안 인프라가 실제 수요에 적합한지는 분명히 따져봐야 한다.

그러나 ‘범죄율 1위’가 곧 제주에 있는 사람이 다른 지역보다 35.8% 더 위험하다는 뜻은 아니다. 이 숫자에는 살인과 강도뿐 아니라 절도, 사기, 교통범죄 등 성격이 다른 사건이 모두 포함된다. TV조선이 관련 통계를 세부적으로 살펴본 결과, 2024년 제주 전체 범죄의 절반가량은 사기와 교통 관련 범죄였고 살인 발생 건수는 1건이었다. 사기와 교통범죄를 가볍게 볼 이유는 없다. 다만 전체 범죄율을 최근 실종·사망 사건이나 특정 강력범죄의 위험과 같은 의미로 받아들이면 숫자가 말하는 범위를 넘어선다. 하나의 통계는 제주 치안의 일부를 보여줄 수 있지만, 최근 네 사람이 왜 숨졌는지까지 설명하지는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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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지의 분모에는 누가 빠져 있나

제주의 공식 범죄율은 지역에서 발생한 범죄 건수를 지역 인구로 나눠 계산한다. 제주에서 관광객이나 단기 체류자가 범죄의 피해자나 가해자가 될 경우 사건은 제주 범죄 건수에 포함되지만, 이들은 범죄율의 분모인 상주인구에는 직접 반영되지 않는다. 2024년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약 1,385만 명이다. 관광객 수와 평균 체류 기간을 적용하면 하루 평균 약 14만6천 명이 제주에 머문 것으로 추산된다. 이를 상주인구에 더한 약 82만 명을 분모로 단순 환산하면, 인구 10만 명당 범죄 발생 건수는 4,540건에서 3,731건으로 17.8% 낮아진다. 그렇다고 제주 범죄율이 전국 평균 이하가 되는 것은 아니다. 추정치 역시 전국 평균보다 약 12% 높다.

이런 차이는 제주만의 이야기도 아니다. 일본 경찰청의 2024년 통계를 보면 대표 관광지인 오키나와현의 형법범죄율은 인구 10만 명당 653.3건으로 일본 전국 수치 595.9건보다 약 9.6% 높았다. 하지만 도쿄의 668.3건과 오사카의 929.6건보다는 낮았다. 관광지라는 특성이 숫자에 영향을 줄 수는 있어도, 관광지라는 이유만으로 가장 높은 범죄율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스페인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나타난다. 2024년 일반 범죄는 바르셀로나에서 15만7,374건, 마드리드에서 20만749건 발생했다. 각 도시의 상주인구로 단순 환산하면 바르셀로나는 주민 1천 명당 약 92건, 마드리드는 약 58건으로 바르셀로나가 약 1.6배 높다. 바르셀로나를 대상으로 휴대전화 이동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에서도 관광객 밀도는 강도 사건이 나타나는 장소와 시간대를 설명하는 요인 가운데 하나로 관찰됐다. 그러나 도시 밀도와 상업시설, 교통량, 유흥지역, 신고율도 함께 작용한다. 해외 사례는 관광이 범죄를 일으킨다는 증거가 아니라, 방문 인구가 큰 도시의 범죄를 상주인구만으로 해석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더구나 국가마다 범죄의 정의와 집계 방식이 달라 제주와 해외 도시의 수치를 그대로 줄 세울 수도 없다.

지역의 이름 뒤에서

지역명은 사건 보도에서 빼야 할 정보가 아니다. 사건이 어디에서 발생했고 어느 기관이 수사와 수색을 맡았는지, 지역 치안 정책에 어떤 보완이 필요한지 설명하려면 제주라는 이름은 필요하다. 문제는 서로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은 사건과 장기간의 전체 범죄 통계를 한꺼번에 배치하면서 발생 장소가 사건의 성격처럼 읽히는 순간이다. 일부 보도는 최근 사망 사건을 제주의 높은 범죄율과 자치경찰제 문제로 곧바로 확장했다. 그 의도가 지역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데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사실을 어떤 순서로 선택하고 묶느냐에 따라 독자에게 남는 결론은 달라질 수 있다.

제주가 안전한지 위험한지를 판정하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도 많다. 실종자의 안전을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건이 어떻게 종결될 수 있었는지, 기록 삭제를 상급자와 시스템이 왜 걸러내지 못했는지, 계절마다 크게 늘어나는 체류인구를 감당할 치안 인력과 수색 체계가 마련돼 있었는지를 물어야 한다. 경찰은 전국의 종결 실종 사건을 점검하고, 실종자 관리 시스템에 관리자 결재 기능을 보완하며, 당사자를 직접 만나 안전을 확인한 뒤 사건을 종결하도록 절차를 강화하기로 했다. 공식 범죄율과 함께 생활인구를 반영한 보조 지표를 제시하고 범죄 유형별 추이를 공개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언론 역시 사건 간 연관성이 확인됐는지, 통계의 분모가 무엇인지, 전체 범죄와 강력범죄가 어떻게 다른지를 제목 뒤에 남겨두지 않아야 한다.

제주의 범죄율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경찰의 허위 종결도 사실이며, 사흘 사이 실종자 네 명이 숨진 채 발견된 것 역시 사실이다. 그러나 사실이 나란히 놓였다는 이유만으로 서로의 원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제주를 감싸거나 몰아세우는 대신, 확인된 문제와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을 분리하고 책임의 위치를 정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