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 Comment

섹스에 교과서란 없다. 하지만 모든 것이 서툰 처음에는 존재하지 않는 정답조차 못내 간절해지는 법. 성교육 시간에 배운 콘돔 사용법과 피임법은 이미 머릿속에 들어 있고, 영화와 드라마, 주변의 경험담을 통해 주워들은 지식도 제법 많다. 문제는 그 많은 정보가 정작 중요한 전후의 순간에 대해서는 좀처럼 말해주지 않는다는 거다. 분위기가 무르익는 찰나에 오가는 눈빛과 눈치, 콘돔을 꺼내야 하는 민망한 타이밍, 모든 것이 끝난 뒤 찾아오는 묘한 정적까지. 진짜 궁금한 장면들은 교과서에도 스크린에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래서 첫 경험을 먼저 지나온 20대 남녀가 모여, 그때 미리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을 하나씩 꺼내놓았다. 이들 역시 정답을 아는 고수는 아니지만, 저마다 서툴고도 선명했던 첫날 밤의 기억을 지니고 있다. 재밌거나 유익하거나, 이들의 대화를 따라가 보자.

대놓고 모텔 가자 말하기 민망할 때
SHOWBOX

에디터 K | 꼭 첫 순서로 방부터 잡을 필요는 없다. “우리 여행 갈래?” 이 한마디면 충분. 이미 그 밤을 함께 보내리라는 것쯤은 서로 다 알게 된다. 여행지와 숙소를 고르다 보면 어느새 분위기가 묘해지는 건 순식간이다.

에디터 H | ‘모텔’이라는 단어가 어딘가 껄끄럽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럴 땐 차라리 담백하게 말해보자. “너랑 같이 있고 싶어.” 포장하지 않은 이 담백한 한마디야말로 상대를 더 가깝게 만드는 힘이 될지도 모른다.

에디터 J | “넷플릭스 같이 볼래?” 명분이 필요하다면 이만한 것도 없다. 함께 정주행하기 좋은 프로그램 하나쯤 미리 골라두고 편하게 던져보자.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확실하게 통하는 가장 안전한 초대장이다.

에디터 N | 배달 음식이 먹고 싶다는 지극히 일상적인 핑계를 대보는 건 어떨까. 자연스레 “나는 오늘 뭔가 배달 시켜먹고 싶어”라며 넌지시 마음을 드러내보는 거다. 그 말 속에 숨은 의미를 눈치채지 못할 연인은 아마 없을 테니까.

같이 있는데, 콘돔을 사야 한다면
LOTTE ENTERTAINMENT

에디터 K | “들어가서 뭐 먹으면서 볼까?”라는 가벼운 말로 편의점에 들러 자연스럽게 사자. 잠깐의 준비가 분위기를 깨는 것은 아니다. 피임은 ‘혹시나’가 아니라 ‘반드시’의 영역이니까.

에디터 H | ‘설마 준비 안 했겠어?’ 혹은 ‘꼭 준비해야 돼?’라며 넘어갔다가는 중요한 순간에 편의점으로 뛰어가야 할 수도 있다. “뭐 먹고 싶은 것 있으면 사다 줄게”라고 센스 있게 말해도 좋고, 그냥 “콘돔 살까?”라고 물어도 문제없다. 오히려 준비성을 겸비한 섹시한 애인으로 보일지도.

에디터 J | 편의점에 들어갔다면 당당하게 계산하자. 우리가 콘돔을 산다는 사실은 나도 알고, 점원도 알고, 상대도 안다. 모두가 아는 일을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다. 주전부리가 필요하면 과자나 술을 함께 계산하고, 아니라면 콘돔만 사도 된다. 계산은 빠를수록 좋으니까.

에디터 N | 이럴 때는 둘보다 하나가 낫다. 피임이 중요하다는 건 알지만, 계산대 앞에 둘이 나란히 서서 쭈뼛거리는 순간은 피하고 싶다. 차라리 혼자 잠깐 다녀오겠다며 술과 간식을 곁들여 빠르게 해결하고 오는 편이 낫다.

막상 방에 들어오긴 했는데,
분위기를 어떻게 잡아야 할지 모르겠을 때
WARNER BROS.

에디터 K | 방에 들어왔다고 해서 당장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은 내려놓자. 먼저 씻은 뒤 가볍게 이야기를 나누거나, 침대에 누워 TV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서두르지 않는 여유와 서로가 공간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

에디터 J | 어색함을 견디기 어려워 술기운을 빌릴 때가 있지만, 그만큼 무르익는 교감을 놓칠 수 있다. 되도록 맑은 정신을 유지하고, 취기에 서두르기보다 서로 지금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물으며 천천히 눈을 맞추자. 때로는 술보다 서로의 눈에서 더 솔직한 대화가 오간다.

에디터 H | 어색함을 깨겠다고 분위기에 맞지 않는 농담을 던져 흐름을 끊지는 말자. 정적이 민망하다면 낮은 볼륨으로 음악을 틀고, 가만히 누워 조금 어색하더라도 서로를 바라보자. 나머지는 자연스러운 흐름에 맡기면 된다.

에디터 N | 이럴 때 쓰는 필살기, “우리 양치부터 할까?”. 거품을 가득 문 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절로 웃음이 나고 긴장도 자연스럽게 풀릴 것. 상쾌해진 입으로 가볍게 몇 번 입을 맞추다 보면 어느새 자연스럽게 시작된다.

상상과 달리, 긴장해서 아무 느낌이 안 날 때
HULU

에디터 K | 내가 아무 느낌이 없다면 상대도 충분히 즐기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더군다나 첫 경험에서는 흔히 생기는 일. 우선 다급해 보이는 상대를 진정시키고, “우리 천천히 다시 해보자”고 말하며 찬찬히 합을 맞춰보자. 상대의 손길이 좋을 때는 “지금 좋아”라고 표현을 아끼지 않으며, 서로의 스폿을 하나씩 알아가면 된다.

에디터 J | 성급하게 시도하지 말자. 몸의 근육이 긴장했다면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는 신호일 수 있다. 그럴 때는 하던 것을 멈추고 상대와 대화를 나눈 뒤, 처음부터 다시 교감해보자. 입에서 몸으로 충분히 애무하며 긴장을 풀고, 다음 단계는 몸이 준비됐을 때 천천히 시도하면 된다.

에디터 H | 처음에는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특히 여성은 통증 때문에 진행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속도를 조절하거나 자세를 바꿔보며, 서로에게 가장 편안하고 기분 좋은 지점을 천천히 찾아가자.

에디터 N | 일단 멈추자. 불편한 상태에서 계속 이어가면 첫 경험이 불쾌감과 두려움으로 남을 수 있다. 바로 끝내기 어렵다면 키스나 애무처럼 삽입하지 않는 방식으로 돌아가도 좋다. 쾌감보다 긴장이 앞선다면 과감하게 멈추는 것이 가장 나은 선택이다.

끝난 뒤 부끄럽거나 어색할 때
CGV ART HOUSE

에디터 K | 섹스 뒤에는 오히려 친밀감이 높아져 어색할 가능성이 작다. 그래도 시행착오가 많았던 첫날밤이라면 말보다 먼저 다가가 폭 안겨보자.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애인과 무언의 교감을 시도했다는 사실이니

에디터 J | 팔베개를 하고 가만히 체온을 나누는 것부터 시작하자. 말을 보태지 않아도 맞닿은 피부의 온기면 충분하고, 머리카락을 쓸어 넘겨주는 사소한 손길도 좋다. 서둘러 휴대폰을 찾거나 습관처럼 담배부터 무는 행동은 금물. 그 무심함이 공들여 쌓은 분위기를 한순간에 식게 만들 수 있으니 조심하자.

에디터 H | 꼭 안아주자. 서로에게 남은 온기를 나누며 애정 어린 말을 속삭이면 관계도 한층 단단해진다. 몸의 대화가 끝난 자리를 마음의 대화로 채우는 일, 이 여운의 시간이 관계의 밀도를 결정한다.

에디터 N | 역시 뽀뽀. 진득하게 붙어 있던 시간을 지나 조심스레 건네는 입맞춤은 어느 때보다 다정하다. 서로의 상태를 살피듯 볼과 이마, 눈가에 가볍게 입을 맞춘 뒤 자연스럽게 필로 토크를 시작하면 된다.

애인과 필로 토크를 나누고 싶을 때
MEGABOX PLUSM

에디터 K | 사실 섹스의 본편보다 더 중요한 것이 필로 토크다. 한껏 욕망을 쏟아낸 뒤 평온하고 다정한 애정을 나누는 시간,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깊은 취향이나 묻고 싶었던 것, 방금 끝난 섹스에 대한 감정을 꺼내보자. 그저 “좋았어”라고 말하기보다 “나 아까 그 순간이 정말 좋았는데, 넌 어땠어?”라고 구체적으로 묻는 편이 좋다.

에디터 J | 앞으로의 관계를 위해 무엇이 좋았고 싫었는지, 각자의 취향은 무엇인지 솔직하게 이야기해보자. 평소에는 민망한 주제도 이 순간만큼은 한결 자연스럽게 꺼낼 수 있다. 낯간지러운 애정 표현보다 솔직한 피드백이 두 사람을 더 가깝게 만들기도 한다.

에디터 H | 거창한 이야기가 아니어도 좋다. 무엇이 가장 신경 쓰였는지, 어떤 순간이 가장 좋았는지부터 말해보자. 조금 부끄럽더라도 방금 전의 기억을 찬찬히 되짚으며 서로의 감정을 솔직하게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

에디터 N | 바로 지금이 유치하지만 진심 어린 대화를 나눌 시간. 관계 중 문득 신경 쓰였던 사소한 고민을 슬쩍 꺼내보자. “나 땀을 너무 많이 흘려서 별로였어?” 같은 질문에도 사랑에 흠뻑 빠진 상대라면 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대답을 들려줄 것이다.

혹시 아직 이 모든 과정이 이르다고 느껴질 때,
센스 있게 거절하는 법은?
SBS

에디터 K | 우선 칭찬한다. 무작정 상대에게 맞추지 않고 자신의 속도를 아는 사람이라면, 앞으로의 성생활도 매우 건강하게 보낼 것이다. 애인에게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분명히 말하면 된다. 준비되지 않은 마음은 미안해할 일이 아니며, 섹스에서는 언제나 나의 의지가 먼저다.

에디터 J | 상대를 거절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성관계를 원하지 않는다는 점을 전하자. 분위기를 망칠까 봐 억지로 따라가기보다 “네가 싫은 게 아니라, 나는 조금 더 천천히 가고 싶어”라고 솔직히 말하는 편이 낫다.

에디터 H | 솔직한 말이 가장 좋다. 무섭거나 부끄럽다고, 아직 준비되지 않았거나 관계를 천천히 이어가고 싶다고 이야기하자. 이유를 자세히 설명하기 어렵다면 PMS기간이라고 둘러대자. 거절에는 완벽한 이유가 필요하지 않다.

에디터 N | 때로는 백 마디 말보다 한 번의 깊은 키스가 확신을 준다. 거절의 이유가 상대가 아니라 단계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알려주자. 서로 원한다면 관계를 미루는 데서 대화를 끝내지 말고, 상대를 향한 마음은 여전하다는 것을 다정한 스킨십으로 전해도 좋다.

사랑하는 이와 첫 경험을 앞둔 이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
20TH CENTURY STUDIO KOREA

에디터 K | “잠자리만큼 남녀 간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촌철살인의 방법이 있다면 알려줘봐.”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속 대사다. 조금 서툴고 어설프면 어떤가. 서로의 마음을 알고 있다면 상대의 소심한 모습마저 사랑스럽게 느껴질 것이다. 섹스만큼 확실한 대화도 없다.

에디터 J | 첫 경험에 너무 목매지 말자. 조금 모자라고 실수해도 괜찮다. 오히려 그 서툰 순간을 함께 웃어넘길 수 있는 사이가 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상대를 먼저 생각하는 마음가짐이다.

에디터 H | 마지막으로 꼭 기억해야 할 것은 청결이다. 여성이라면 성관계가 끝난 뒤 화장실에 가서 소변을 보는 것이 좋다. 다만 질염을 비롯한 모든 감염을 막아주는 것은 아니니, 불편한 증상이 있다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

에디터 N | 누구에게나 처음은 서툴기에 완벽하지 않아도 좋다. 섹스를 잘 마쳐야 하는 숙제로 여기기보다 사랑을 확인해가는 유연한 과정으로 받아들이자. 중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마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