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1 style="text-align: center;">Editor Comment</h1>
정진형에게 속도와 리듬은 중요하지 않다. 그저 자신의 궤도를 묵묵히 그려갈 뿐. 불필요한 말을 부러 덧붙이지도 않는다. 어제와 오늘이 다르듯, 내일은 또 다른 모습일 테니까. 조급함보단 한 줌의 여유가 느껴지는 정진형과 나눈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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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두 번째 만남이다. 딱 1년 전. 주목해야 할 신예 뮤지션으로 소개한 적 있었다.

시간이 정말 빠르게 흐르는 것 같다. 1년이란 시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 버렸으니. 몹시 기뻐했었던 기억이 어렴풋이 스쳐지나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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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전보다 공연을 많이 하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치곤 했는데. 의지와 다른 현실에 아쉬움이 많이 남았을 것 같다.

공연장에서 팬들도 만나고 추억도 쌓고, 종종 무대 위 내 모습을 상상하곤 했는데 많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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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것이 삶인가 보다. 그래서 어쩔 때 보면 그때그때 주어진 상황에 충실한 편이 나은 것 같기도 하고.

달리 보면 오롯이 나 자신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어지럽게 쌓여 있던 생각들도 정리하고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며 스스로의 힘을 길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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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는 무얼 하며 지냈나.

계속해서 이번 앨범을 준비해왔다. 개인적으로 욕심을 많이 부린 앨범이라 보다 다양한 모습들을 담으려 무던히 애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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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7월이었던가. FA와 새로운 방식의 라이브 영상을 선보이기도 했었지. 랜선 공연이 일상적인 모습으로 자리 잡고 있는데, 전과 달라진 풍경이 낯설진 않나.

낯선 듯 익숙하다. 공연을 많이 안 해봐서 그런가?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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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하게만 알고 있던 FA에 대해 호기심이 생긴다. FA라는 이름이 아직 낯선 이들을 위해 직접 설명을 해 본다면.

딱 한 단어로 정의할 수 없다. 그게 매력이다. 엇비슷해 보이지만 막상 가까이서 겪어보면 정말 다른 개성을 갖고 있거든. 각기 다른 캐릭터들이 한데 묘하게 어우러져 있는 단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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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 뮤지션으로 첫걸음을 뗐던 2017년부터 지금까지. 아티스트로서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끊임없이 이뤄졌을 것 같은데.

어제와 오늘이 또 다르듯, 스스로에 대한 생각들이 매 순간 바뀌어 왔던 것 같다. 하루에도 몇 번씩 변덕을 부리기도 하고 순간 순간 추구했던 바들이 어느 지점에 닿으면 금세 변하곤 하니까. 그래서 그 방향을 정하기란 쉽지 않았다. 지금도 완전히 정리된 건 아니지만 점점 나와 친해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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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명을 따로 정하지 않은 이유도 궁금하다. 구태여 이름을 짓고 음악적 자아를 구분할 필요성을 못 느껴서 일려나.

솔직히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 예명을 갖고 싶었던 적도 있었지만, 주변에서 그냥 본명으로 하라는 의견이 많아 큰 고민 없이 정진형으로 활동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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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정진형이라는 이름으로 자신만의 영역을 일궈가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고유의 속도와 리듬으로.

궁극적으로는 나만의 영역을 만들어나가고 싶다. 그에 대한 속도와 리듬은 중요치 않다. 좋아서 하는 음악이니까. 꾸준히 하다 보면 언젠가는 정말 내가 바라던 곳에 닿아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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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형은 어떤 음악을 추구하는 뮤지션인가. 스스로 내린 답이 있을까.

이런 질문을 받을 때면 항상 똑같이 대답한다. ‘솔직한 음악’. 누구든지 솔직하지 못하게 될 때가 있지 않나. 마음을 온전히 다 표현하지 못할 때도 있고. 음악을 통해 내가 느끼는 감정이나 생각을 그대로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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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어제 새 EP [Whimsical]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1월 중 공개될 예정이라 들었는데 예상보다 발매 시기가 많이 늦춰졌다.

작업하다 보니 더더욱 욕심이 생기더라. 완성도 높은 음악을 들려주고 싶은 마음에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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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더 애틋한 작품일 것 같다. 변덕스러운 정체성을 담아낸 앨범이라고?

‘나의 가장 솔직한 모습이 무엇일까’라는 물음에 대한 귀결이 ‘변덕스러움’이었다. 다양한 정체성과 부딪치는 내 모습을 ‘사랑’이라는 주제로 솔직하게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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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아이디에도 ‘Whimsical’이 따라붙는 걸로 아는데.

처음엔 멋있어 보이려고 썼던 것 같다. (웃음) ‘변덕스럽다’는 뜻을 가진 단어 중, 비교적 흔하지 않은 단어를 골라 쓰게 됐는데 지금은 나를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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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덕은 진정으로 무얼 원하는지 모르는 데서 시작된다고 하더라. 온 마음을 담아 원하는 한 가지가 있다면 그건 뭘까.

시시때때로 추구하는 바가 다르긴 하지만, 지금 원하는 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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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왔던 방달(Vangdale)과의 합작 앨범이다. 이미 여러 음원을 통해 둘의 시너지를 입증해 왔었지만 본작에서의 둘 호흡은 정점에 다다른 느낌이다.

일단 서로 합이 좋고, 하는 생각이 비슷하다. 일 적인 범위에서 잘 이끌어 줄뿐더러 평소에도 가깝게 지내다 보니 자연스레 모든 곡의 시작과 마무리를 함께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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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 타이틀 ‘Back’과 ‘Downtown’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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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트랙 ‘Lies’까지. 앨범 전체적으로 긴장과 이완을 반복하는 듯하다. 가사에 드러나는 사랑의 관계도 그렇고.

이번 앨범을 빌어 이야기하고 싶었던 건 사랑에 대한 변덕이었다. 사랑의 내밀한 부분과 여기서 비롯되는 여러 감정들을 풀어내다 보니 트랙마다 느낌이 다 다르게 담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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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을 표현할 때 보컬리스트로 중점을 뒀던 부분이 있나.

아직 보컬적인 부분에 100% 만족하진 못한다. 기술적인 부분보단 보컬이 주는 분위기로 이끌어 가고 싶었다. 이런 점을 감안해 앨범을 들어봐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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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의 백미는 솔직함이다. 술에 취해 평소에 하지 못한 말을 하고 밥 먹듯 거짓말을 내뱉는 등. 사랑의 여러 단상을 풀어낸 점이 흥미롭고 또 신선하다.

사랑에 빠진 어떤 마음 저편에는 저마다의 솔직함을 품고 있다고 믿는다. 마음 한 켠으로 느끼지만 입 밖으로 굳이 꺼내지 않는 말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예를 들면 ‘네가 싫지만 좋아’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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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작품에 들어서면서 본인만의 스타일을 더욱 공고히 구축한 것 같다. 앨범을 좀 더 재미있게 들을 수 있는 감상 포인트를 스스로 짚어 본다면.

변덕스러운 모습마저 인정하고, 이를 온전히 받아들 일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하며 들으면 한층 더 와닿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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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설적이지만 불완전함을 통해서만 진짜가 될 수 있다. 불완전하고 변덕스러운 당신의 세계에 곧 고요가 찾아들길 바라본다.

고요함이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불완전한 상황 속에서도 좋은 것을 찾을 때가 있고, 고요함 속에서 외로울 때가 있으니. 그래서 순간의 감정에 충실한 게 가장 좋은 것 같다. 내일의 나는 또 어떨지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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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FBzUtNnLD3E

정진형 인터뷰 “점점 저랑 친해지는 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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