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지도 않고 또 왔네

80-90년대에 태어난 세대에게 ‘카파(KAPPA)’는 꽤나 친숙하다. 2000년도 초반, 그들의 중고등학생 시절에 카파의 인기는 절정을 이뤘으며, 사복은 물론이고 교복에도 늘 카파 져지를 레이어드해 입고 다녔다. 그중 멋 부리기 좋아하는 몇몇은, 남녀가 등을 맞대고 앉은 모양의 오미니(OMINI)로고가 양팔에 반복적으로 수놓아진 얇은 스포츠 져지를 한 겨울까지 추위에 떨며 입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몇 년이나 흘렀을까,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유행이 지나 스트릿 컬처와 힙합 패션이 대세를 이루며 자연스럽게 카파는 ‘예전에 유행했던 브랜드’라는 수식어가 붙어 올드한 브랜드로만 인식되기 시작했는데(솔직히 국내에서는 지난 몇 년 동안 중년 아저씨가 편하게 입는 트레이닝복으로 보인 것 처럼.) ‘유행은 돌고 돈다’라는 말이 정말 부합한 것일까. 최근 1년간 새로운 디자인이 아닌 기존 헤리티지 디자인을 복각해 시즌을 전개하는 레트로 무드가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 잡으며 그동안 이리저리 치여 힘을 못쓰던 카파도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 17 FW부터 오미니 로고를 전면에 내세워 다양한 헤리티지 디자인을 선보인 카파는 학생들이 즐겨 입기 시작하면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다. 그런 그들을 보면서 문득 궁금해졌다. 또다시 한겨울에 카파 져지를 입으며, 추위에 떨고 있는 학생들을 볼 수 있는 날이 올까? 아니, 어떻게 카파는 또 돌아올 수 있었을까.

19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카파는 목화 방직 기계를 갖춘 농장 시설에서 양말 생산을 시작으로 제조업에 첫 발을 내디뎠으며, 2차 세계대전 지원 물자로 납품하게 된 양말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 유명세를 치르게 된다. 이후 사업 분야를 확대해 다양한 품목을 제작하기 원했던 카파는 당시 새로운 시장이었던 스포츠 분야에 관심을 갖고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제품의 영역을 넓혔다. 그 시기만 해도 스포츠 브랜드라는 인식이 낮아 내부적으로 인지도 개선을 고민하던 중, 자국의 유벤투스 FC(Juventus FC)를 후원하게 됐으며 성공적인 마케팅 성과를 거뒀다. 이후, 1981년 뉴욕 마라톤(TRACK&FIELD) 대회 등 굵직한 대회 및 선수들을 후원하기 시작했고, 현재는 이탈리아, 스페인,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전 세계 32여 개국의 프로 축구단의 의류 스폰서를 담당하고 있다.

카파가 스포츠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그 일면에는 뛰어난 마케팅 능력뿐만 아니라, 누구나 입을 수 있는 간결한 옷에 그들의 시그니처 로고인 ‘오미니’를 적절히 매치한 디자인이 결정적 원인을 가진다. 지금부터 우주의 근본이며 중심이라는 의미를 지닌 ‘오미니’가 각양각색으로 디자인된 대표적인 세 가지 라인을 소개하려 한다.

컴뱃(Kombat)

카파의 오리지널리티를 입체감 있는 레터링으로 표현했으며, 스트레치 소재를 적용해 편안한 착용감과 자유로운 활동성을 배가 시켰다. 언발란스 절개, 와펜 디테일 등이 포인트.

카파 콘트롤(Kappa Kontroll)

패션 크리에이티브 야코포 포자티(Jacopo Pozzati)의 디렉팅 아래 전개되는 카파와의 모든 협업 라인. 1984년 LA올림픽의 미국 육상 선수 유니폼에서 영감을 얻어 전개되며, 흑과 백을 메인 컬러로 다룬다.

반다(BANDA)

브랜드 특유의 레트로 감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라인. 라이프스타일과 스포츠를 접목시켜 일상에서 편안하게 착용 가능하다. 오미니 로고를 나란히 병치해 디자인으로 적용된 것이 특징이며, 최근 다채로운 반다 컬렉션을 통해 카파의 대표적인 인기 라인으로 급부상한다.

‘세상만사 영원한 것은 없다’라는 말처럼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던 카파에게도 잠시 주춤했던 때가 있었다. 해를 거듭할수록 발 디딜 틈조차 없이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 속에서 빛을 발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시대는 또다시 변한다. 오래된 브랜드들은 이제 헤리티지를 유지하면서 새롭게 변화하는 방식에 눈뜨기 시작했고, 하이패션과 스포츠 브랜드의 조화를 선보여 새로운 도약을 성공적으로 해냈다. 카파의 경우엔 협업을 통해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으며, 그 시작은 유스 컬처의 선두자 고샤 루브친스키(Gosha Rubchinsky)에서부터 세계적인 패션 하우스 오프닝 세레모니(Opening Ceremony), 글로벌 온라인 부티크 숍 센스(SSENSE)로, 국내에서는 디자이너 브랜드 참스(CHARM’S)와의 협업이 대표적 사례이다. 이처럼 기준을 두지 않은 협업으로 카파는 ‘요즘 애들의 멋’에 대한 해답을 찾았다.

레트로 감성이 하나의 트렌드가 된 현재, 패션도 과거를 향해 순환되고 있다. 현시대 가장 주목받고 있으며, 101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카파. 지금 바로 식 온라인 스토어(kappakorea.net)를 통해 확인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