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를 위한 가치 소비

그동안 우리는 패션계가, 디자이너가 우리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진짜’에 주목했던가? 물론, 짝퉁을 귀신같이 구분해내고 리얼 명품을 소비하는 것에 높은 가치를 두었던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브랜드가 전하는 진짜 메시지는 뒷전이었다. 그러니까 이번엔 우리를 비판해보자. 브랜드도 가격표도 아닌 그것들을 소비하는 우리의 의식에 대하여.


슈프림과 루이비통이 의기투합한 컬렉션 판매를 앞둔 서울, 하이패션과 스트리트 패션의 만남이 흔한 풍경이 된 도시에서 비싼 값을 지불하고 차지할 아이템들이 전하는 진짜 메시지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보자. 슈프림의 폰트와 디자인이 예뻐서, 루이비통이라는 브랜드에 대한 믿음 등 지갑을 열기 전 저마다의 가치를 둘 것이다. 하지만 그것뿐이라면 똑같이 생긴 짝퉁을 사도 그만이지 않은가. 우리는 브랜드의 가치를 소비한다. 그래서 더 격하게 질문해야 한다. 베트멍의 전혀 웨어러블하지 않은 옷들에 대해서는 어떤 가치를 둘 것인가? 인스타 피드에 연일 올라오는 이미지에 반해서? 혹은 다른 사람들의 입소문을 듣자니 요즘 가장 핫하다고 해서? 언예인들이 찍은 셀피때문에? 멀쩡한 옷을 분해하고 재조합하거나 편의점에서 파는 싸구려 라이터를 굽으로 달아놓은 옷과 신발이 왜 이렇게 비싸게 팔리는지에 대해서 되집어보면 재미있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새로운 컬렉션에서 지나치게 평범한, 도대체 이 옷을 왜 만들었지? 라고 생각될 정도로 일상적인 옷들을 선보이며 또 한번 괴짜다운 가능성을 실험한 뎀나바잘리아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하이패션과 스트리트 컬처의 만남이라는 표면적 이슈를 지나 조금 더 들어가 보면 이번 컬렉션을 통해 뎀나가 전하고자 했던 이슈는 명확해진다. 평생 무대 위에 오를 일이 없는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선택했다. 주인공이 아닌 주변인을 중심에 세우는 것은 하이패션이 서브컬처였던 스트리트 패션에 매력을 느끼면서부터 줄곧 맺어왔던 인연의 시작과 같은 맥락이다. 주변인의 옷차림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만들어냄으로써 관객들은 그들에게 집중한다. 펑크족, 카우치포테이토처럼 소수 집단을 표현하는 스타일 외에도 슈퍼나 회사 가는 길에 마주치는 사람들의 일상적인 옷차림을 선보인 컬렉션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분명했다. “각 인물의 개성을 관찰하고 최대한 현실적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했어요” 세상이 외면하거나 편견에 갇힌 사람들은 베트멍 쇼에서 주인공이 되었다. 이번 쇼에 등장하는 모델들은 저마다의 이름과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초대장으로 보내온 작은 신분증은 다양한 나라의 신분증을 그대로 복제한 것이라고. 초대장에 재미를 더하는 것에 관심이 있다는 뎀나의 발언 속에 숨은 참뜻은 무엇일까? 다양한 저널리스트들의 분석 중 현대 사회에 이슈로 오르고 있는 이민 문제를 다룬 것이라는 해석이 가장 설득력을 얻는다. 동시에 누구라도 입을 수 있는 리얼한 아이템으로 중무장한 베트멍의 컬렉션이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리라는 것 또한 확실해 보인다.


옷을 사기 위해 지갑을 여는 모두에게 ‘진짜’를 위해 투자하라고 부추기는 패션계는 그만큼 치열한 고민의 결과로 한 시즌을 보낸다. 우리가 지불하는 옷값에는 이러한 노력에 대한 대가도 포함되어 있는 것. 조금의 수고를 더해 그들이 전하는 메시지를 검토해보자. 알고 보면 어깨가 으쓱해지는 진짜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