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에 멋이란 말을 쓸 줄이야…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스타일 아이콘이기도 했다. 리바이스 501, 이세이 미야케 터틀넥, 뉴발란스 992. 이번에 삼성 갤럭시 S8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한 고동진 사장이 입은 옷의 브랜드는 알려지지 않았다. 삼성물산 갤럭시였을까? 누가 궁금해하긴 했을까? 옷은 생각보다 여러 가지를 상징한다. 스티브 잡스와 고동진처럼 애플 아이폰에 비하면 삼성 갤럭시는 아무래도 덜 세련된 느낌이다.

그런데 이번 갤럭시 S8은 조금 다르다. 너무 잘 만들었다. 좋은 옷의 좋은 소재와 좋은 마감을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이라면 갤럭시 S8을 비웃을 수 없다. 양끝이 휘어진 스크린, 스크린이 휘어진 각도, 그 각도와 맞아 떨어지는 각 모서리 부분의 곡면. 전원을 켜면 나타나는 안드로이드 폰 특유의 어딘지 아쉬운 색감과 애플에 비교했을 때 어딘가 촌스러운 인터페이스는 여전하다. 하지만 삼성은 어딘가에 도달했다. 갤럭시 S8을 보면 느낄 수 있다.

삼성과 애플의 차이점은 iOS와 안드로이드 정도로 단순하지 않다. 둘은 다른 방면에서 통합에 성공했다. 애플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통합했다. 대신 하드웨어의 각 부품 생산에 필요한 세세한 핵심 기술은 없다. 삼성은 하드웨어의 총 생산라인을 통합했다. 대신 운영 체제 소프트웨어라는 세계관을 만드는 능력엔 아직 한계가 있다. 정리하면 이렇다. 애플은 생산력이 떨어지고 삼성은 상상력이 떨어진다.

상상력도 강점이지만 생산력도 강점이다. 삼성의 장점은 왜 잘 드러나지 않을까? 애플은 만드는 것뿐 아니라 알리는 것도 세계 최고다. 만드는 것보다 알리는 걸 더 잘 할지도 모른다. 스티브 잡스가 가진 능력 중 최고의 능력은 프레젠테이션 기술이었다. 세계 기업의 역사상 스티브 잡스처럼 자사 신제품 발표에 그렇게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게 한 사람은 없었다. 마크 제이콥스나 톰 포드도 그렇게는 못했다.

갤럭시와 아이폰은 빛과 그림자와도 같다. 삼성이 선구자를 베껴 가며 여기까지 온 건 비밀도 아니다. 애플이 스마트폰이라는 신규 카테고리를 안 만들었면 삼성은 아직도 폴더폰 애니콜 273탄을 만들고 있었을 수도 있다. 기계의 속을 보면 삼성전자와 애플은 협력사다. 지금 당신의 이 기사를 읽고 있을 아이폰 안의 메모리는 삼성이 만들어 애플에게 납품했다.

뭐든 일관적으로 계속 시간을 들이면 스타일이 된다. 깜지를 쓰고 사전을 씹어먹을 것 같은 이미지의 삼성은 그 노력으로 결국 갤럭시 S8에 도달했다. <와이어드>나 <더버지>같은 곳에서도 디자인으로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을 만큼 훌륭한 디자인을 만들어냈다. 독창적이지는 않아도 세부 완성도는 확실한, 이를테면 아주 잘 만든 재킷 같은 멋이라 불러도 좋다. 렉서스는 독일차차럼 환상적으로 커브를 돌아나가지는 못해도 독일차가 도저히 못 따라잡을 정숙성을 확보했다. 갤럭시도 마찬가지다. 삼성은 자기만의 스타일을 만들었다. 그게 뭐든 자기 스타일을 만드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모두 자신의 길이 있다. 구찌는 루이비통이 아니다. 후지와라 히로시가 칸예 웨스트의 길을 갈 수는 없다. 테크의 세계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는 애플을 정신 없이 따라가다 (아마 자기도 모르는 새) 어느 부분에서는 애플을 뛰어넘었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하면 될까? 어쩌긴, 둘 중 좋은 걸 쓰면 된다. 괜히 뭐가 좋다느니 하면서 싸우지 말고.

일러스트레이터 : jangp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