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데없이 비싸다며 까고 보는 아이들을 위한 글

라이카는 좋은 카메라다. 써 보면 안다. 한 장만 찍어도 다르다. 느낌이 온다. 셔터를 누를 때의 감촉, 인화지나 LCD 모니터에 떠오르는 이미지, 뭐가 다른지 확실히 말하긴 어려워도 다른 건 확실한 라이카만의 감도.

그런데 프로 사진가는 라이카를 거의 안 쓴다. 라이카를 쓰는 프로 사진가의 비율은 심상정 후보의 지지율보다 낮다. 왜? “너무 비싸요. 렌즈도 비싸고. 그렇게까지 비싼 값을 하는지는 모르겠고. 라이카 살 값이면 지금 쓰는 니콘(이나 캐논) 렌즈를 몇 개는 더 사는데요?”

보통 기계는 비싸질수록 성능이 좋아진다. 가장 비싼 기계의 성능이 가장 뛰어나다. 가장 뛰어나서 가장 비싼 기계를 사는 사람은 따로 있다. 그 기계를 써서 먹고 사는 사람이다. 그래서 전문가용이 비싸다.

하지만 라이카의 고성능은 조금 다르다. 일본의 카메라 기술이 독일을 추월한지는 사실 오래 됐다. 기술기업이 기술이 밀릴 때 두 가지 보기가 있다. 값을 낮추거나 다른 가치를 만들거나. 라이카는 다른 가치를 만들었다. 디자인이라거나, ‘최초의 사진기’라는 가치라거나, ‘결정적 순간(라이카 애호가들이 그렇게 좋아하지만 그게 정확히 뭔지는 아무도 말을 못 하는)’이라거나. 나는 이걸 기능의 패션화라고 부른다. 기능이 좋은 건 맞는데 그 기능이 멋을 위한 것이다.

물론 라이카는 여전히 훌륭하다. 카메라에 들어가는 여러 가지 기술 중에서도 라이카는 특히 렌즈 기술이 뛰어나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라이카의 정식 기업명은 ‘라이카 카메라’다. 다른 라이카는 뛰어난 렌즈 기술로 세계 최고 수준의 현미경 및 확대경을 만든다.

라이카가 처음에 칭송받은 이유는 작은 크기 대비 훌륭한 품질이었다. 예전에는 사진을 찍으려면 맥북 프로를 펼쳤을 때의 부피만한 기계에 삼각대까지 메고 다녀야 했다. 라이카를 만든 오스카 바르낙 씨는 몸이 약해서 무거운 장비를 갖고 다닐 수가 없었다. 발명가의 건강 문제 때문에 소형 고성능 카메라 라이카가 나왔다. 1914년, 약 100년 전 일이다.

작은 기계로 좋은 사진을 만든다. 라이카의 정신이다. 이 정신은 이미 이루어졌다. 사진기는 작아지고 작아져서 이제 우리 모두가 쓰는 스마트폰 앞뒤에 붙어 있다. 그런 면에서 라이카의 정신이 가장 확실하게 구현된 기계는 카메라가 아니라 화웨이P9 스마트폰이다. 아주 작은 라이카 렌즈로 아무데서나 편하게 찍을 수 있으니까.

기능이든 브랜드든, 뭔가가 패션이 되면 엄청난 특권과 후광이 생긴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이 20년 전에 나온 에어맥스의 재발매본을 사겠다고 줄을 서고 생필품도 아닌 이지 부스트 350을 사겠다고 추첨을 받는 것이다. 지금 라이카는 누군가의 이지 부스트 혹은 슈프림 혹은 아무튼 되게 귀한 것이다. 젊고 너그러운 너희들이 그러려니 해 주렴.

일러스트레이터 : jangp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