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의 중요성.

나 혼자 빈폴 효과라고 부르는 게 있다. 아무리 예쁜 옷이라도 문제의 그 자전거 로고가 붙으면 매력이 땅에 떨어져버리는 게 빈폴 효과다. 유사품으로는 해지스 효과도 있다. 모두 나만의 빈폴이나 해지스가 있지 않을까? 런웨이와 뒷골목을 두루 달구는 슈프림의 로고도 모두에게 매혹적일 수는 없다. 개인적으로는 루이비통과 런웨이에 올라간 순간부터 슈프림에겐 내리막밖에 안 남았다고 생각하지만 지금은 그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로고는 중요하다. 아이즈 매거진을 읽는 젊고 예민한 당신이 더 잘 알 것이다. 똑 같은 흰색 면 티셔츠를 떠올려 보자. 하나는 나이키 로고, 하나는 아디다스 로고, 하나는 로고가 없다. 그래도 사람들은 각자의 이유나 취향에 따라 뭔가를 고른다. 로고의 힘이다. 잘 모르는데 비슷해 보이긴 하는 물건들이 나란히 있을 때 로고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리고 우리는 대부분의 물건에 대해 잘 모른다.

엘지전자는 훌륭한 대기업이다. 많은 종류의 제품을 만든다. 텔레비전, 세탁기, 스마트폰, 스피커, 냉장고, 이어폰, 노트북 컴퓨터. 각각 세분화된 종류도 엄청나게 많다. 괜히 대기업이 아니다. 써보면 물건도 좋다. 엘지전자는 물건을 허투루 만들지 않는다. 성실하고 겸손하기도 하다. 엘지전자가 알리지 않는 마케팅 포인트를 보통 네티즌이 퍼뜨릴 정도다. 요약하면 이렇다. 물건은 좋지만 왠지 덜 세련됐다. 들여다보면 좋은데 손이 가지는 않는다. 로고 때문이다.

지금 엘지전자의 앞날을 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스스로의 로고다. 장사는 젊은 사람을 끌어들이는 게 좋다. 말 많은 젊은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그 사람들이 알아서 말을 퍼뜨리게 하는 게 요즘의 마케팅 방식이다. 어떻게 하면 젊은 사람들을 끌어들일까? 간단하다. 조금만 더 예쁘게 만들면 된다. 엘지에게 애플 수준의 뭔가를 바라는 것도 아니다. 엘지전자의 제품 디자인은 이미 충분히 훌륭하다. 하지만 로고가 붙는 순간 그 예쁜 디자인은 엘지 물건이 된다. 빈폴 효과처럼 엘지 효과가 발생한다.

이참에 엘지전자에게 한번 제안하고 싶다. 엘지전자가 로고를 멋있게 다시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대충 만든 하회탈 같은 웃음 로고는 그만 보고 싶다. LG라는 약자의 고향인 럭키금성이나 골드스타가 낫다. 브랜드의 역사를 유지하고 싶으면 LG로 할 게 아니라 럭키, 골드, 스타 처럼 브랜딩이 한결 쉬운 별도의 브랜드를 만들어도 된다. LG라는 약어를 만드니까 괜히 ‘라이프 이즈 굿’이라는 억지 슬로건이 따라붙는 것이다. LG로는 도통 답이 안 나온다.

이야기하다 보니 엘지 되게 싫어하는 것처럼 보일까봐 한마디 더 남긴다. 엘지 좋아한다. 정말 훌륭한 회사다. 제품과 관계 없는 명마를 사지도 않았고 점쟁이에게 회사의 운을 점치지도 않았다. 꾸준한 연구개발과 그로 인한 기술로 꿋꿋하게 시장에서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그 졸속 로고가 더 마음에 걸린다. 서브 브랜드로 럭키, 골드, 스타 중 하나라도 만들어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