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풀어나가야 할 과제.

‘미친 사람들. 부적응자. 반항아. 문제아. 네모난 구멍의 동그란 쐐기. 세상을 다르게 보는 사람. 그들은 규칙을 좋아하지 않는다. 현재를 존중하지 않는다. 당신은 그들을 인용할 수도, 반대할 수도, 미화하거나 혹은 비난할 수도 있다. 당신이 그들에게 할 수 없는 건 딱 하나다. 무시. 그들이 세상을 바꾼다. 그들이 인류를 전진시킨다. 누군가 그들을 미친 사람들로 보는 동안 우리는 천재를 본다. 스스로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미친 사람들이 세상을 바꾸기 때문이다.’

1997년 애플 광고의 나레이션이다. 스티브 잡스의 목소리 사이로 세상을 바꾼 사람들의 얼굴이 지나갔다. 아인슈타인, 마틴 루터 킹, 무하마드 알리, 존 레논. 애플은 자기도 그 반열에 낀다고 주장했다. 그랬을 수 있다. 1997년 이후 애플은 조금씩 세상을 바꿨다. 아이팟으로, 아이폰으로, 아이패드로, 레티나 디스플레이로, iOS로. 애플 덕분에 컴퓨터는 더 예뻐졌다. 음악은 더 듣기 편해졌다. 스마트폰은 삶의 일부가 되었다.

1997년. 20년 전이다. 당시의 젊은 기업 애플은 이제 세계에서 가장 큰 회사다. 애플의 반항아적 분위기를 상징하던 스티브 잡스는 6년 전에 죽었다. 그의 후임 CEO 팀 쿡은 커밍아웃으로 유명세를 탔지만 그의 진짜 특기는 재고 관리다. 팀 쿡은 스티브 잡스가 못생긴 걸 싫어하는 것만큼이나 재고를 싫어한다.

못생긴 걸 싫어하는 괴짜 CEO 아래에서 애플은 온갖 예쁜 걸 만들었다. 재고를 싫어하는 워커홀릭 CEO 아래의 애플은 온갖 팔리는 걸 만든다. 그러면서 애플은 그저 그런 회사가 되고 있다. 스티브 잡스가 주장하던 한 손에 들어가는 스마트폰은 아이폰 SE라는 짜투리로만 남았다. 지금 아이패드는 미니부터 프로까지 3개의 스크린 크기로 나온다. 촘촘한 제품군은 좋다. 다만 20년 전의 그 느낌은 아니다.

새로우려면 어제의 스스로를 계속 버려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애플이 혁신일까? 아이폰 7에는 물리 버튼과 이어폰 단자가 없다. 애플은 혁신이라 주장한다. 소비자들은 그 혁신 때문에 충전과 음악감상을 동시에 할 수 없다. 물리 버튼이 없으니까 추운 날에도 장갑을 벗고 햅틱 버튼을 눌러야 한다. 그 와중에 6S와 비교해 빨라진 게 없다는 이야기가 유독 많이 들린다.

어떤 사진가는 신형 맥북 프로를 사자마자 팔았다. 직업상 최신 사양을 써야 하는데 최신 사양에서 그래픽카드 업그레이드가 되지 않았다. 단자도 모자라서 카메라 등의 기기를 컴퓨터에 연결해야 하는 사진가의 직업에는 맞지 않았다. 보기에 그럴싸한 펑션키 위치의 터치스크린은 실제 작업에는 큰 쓸모가 없었다. 그는 신형 맥북 프로를 반품시키고 구형 맥북 프로 중고를 다시 샀다. 한 사람의 일이다. 하지만 한 사람만의 일일까.

20년 전 광고 문구처럼 애플은 네모난 구멍의 동그란 쐐기였다. 애플은 스스로의 자신감과 능력으로 세상을 바꿨다. 네모난 구멍 같은 세상을 동그랗게 만들었다. 지금의 애플은 동그란 구멍의 동그란 쐐기다. 스스로가 바꾼 세상의 자연스러운 일부다. 그래서 지금의 애플은 새로운 척하지만 새롭지 않다. 별로 재미 없다. 거물이 된 문제아의 숙명이다.